[뉴스토마토 이종용·유영진 기자] 금융당국이 올해부터 빅테크 기업에 대한 검사 강도를 높이겠다고 밝혔지만 과다한 수수료 논란을 해소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빅테크 기업의 수수료는 카드 수수료율에 비해 4배 가까이 높은데요. 당국은 법적 근거가 없어 가격 정책에 직접 개입하기 어렵다는 입장입니다.
당국, 수수료 개입 난색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올 상반기 네이버파이낸셜에 대한 정기검사를 진행할 예정입니다. 검사는 올 초 신설된 전자금융검사국이 맡습니다. 금감원 관계자는 "네이버파이낸셜이 가장 거래가 많은 등 규모가 크기 때문에 정기검사 결과를 토대로 앞으로 전자금융업자의 검사 기준을 세우려고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최근 금감원은 '2025년도 검사업무 운영계획'을 통해 최근 시장 영향력이 커진 빅테크(대형 전자금융업자), 온라인 플랫폼 판매 채널, 가상자산사업자에 대한 점검을 강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대표적인 빅테크로는 네이버파이낸셜를 비롯해
카카오페이(377300), 비바리퍼블리카(토스) 등이 있습니다.
금감원은 네이버파이낸셜 정기검사를 통해 선불충전금 관리 및 전자결제대행(PG) 업체로서 정산대금 관리 실태를 들여다 볼 예정입니다. 티메프(티몬·위메프)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는데요. 재무건전성과 고객 개인정보 취급, 비교추천 서비스 알고리즘 등도 살펴볼 예정입니다.
그런데 빅테크의 간편결제 수수료율 체계와 관련해선 검사 계획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금융당국은 빅테크가 책정하는 가격을 규제할 법적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간편결제 수수료율 체계를 규제하는 것에 난색을 표하고 있습니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지난 24일 기자간담회에서 빅테크 간편결제와 카드사 간의 수수료 논의에 대해 "금융당국이 개입할 근거와 필요성에 대해서는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복현 금감원장도 그간 수수료는 시장참여자에 의해 자율적으로 결정될 사안으로, 감독당국이 직접 개입할 의사가 없다고 밝혀왔습니다.
은행 대출금리와 카드 수수료율 산정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것과는 대비됩니다. 가계대출 관리를 명분으로 대출금리 인상 등을 압박해온 당국은 최근 기준금리 인하 이후 대출금리 인하 속도가 느리다고 경고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이 원장의 경우 이날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하를 결정하자마자 기준금리 인하가 대출금리에 어떻게 반영되는지 살피겠다고 경고했습니다.
금융감독원은 시장영향력이 커진 빅테크 등에 대한 점검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사진은 지난 10일 서울 영등포구 금감원에서 열린 '2025년 업무계획' 기자간담회에서 이복현 원장이 발표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소비자 부담 전가 우려
금융당국은 금융소비자 보호와 시장 질서 유지 명분으로 은행 대출금리나 카드사 수수료율 산정에 개입할 수 있습니다. 은행법에서는 '금리 산정 기준이 불투명하거나 소비자에게 불리하게 운영될 경우 당국이 시정 권고를 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여신전문금융업법에서는 '당국이 카드사의 가맹점 수수료율 산정 체계를 점검하고, 적정성 심사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반면 전자금융업자로 분류되는 빅테크 기업들은 전자금융거래법을 적용받는데요. 해당 법에서는 전자금융업자가 가맹점 수수료율을 자율적으로 책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또한 가맹점과의 계약에 있어서도 빅테크 기업은 민간 계약의 자유 원칙을 적용받습니다. 소비자에 불리한 불공정 약관이나 수수료 산정 방식 등이 문제가 될 경우에는 당국이 개입할 수 있습니다.
빅테크의 간편결제 수수료의 고리 논란은 수년째 지속되고 있습니다. 금감원은 간편결제 거래규모 기준 상위 사업자 10곳(네이버파이낸셜·비바리퍼블리카·십일번가·우아한형제들·지마켓·카카오페이·쿠팡페이·NHN페이코·SSG.COM)에 간편결제 수수료율을 공시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자율 공시를 통해 수수료율 인하 경쟁을 유도하겠다는 것이지만, 실효성은 없다는 평가입니다.
간편결제 수수료율이 가장 높은 '우아한형제들'은 △3억원 이하 영세 가맹점 1.50% △3억원~5억원 이하 가맹점 2.10% △5억원~10억원 이하 가맹점 2.25% △10억원~30억원 이하 가맹점 2.50%에 달합니다. 카드사 수수료율 보다 최대 4배 높습니다.
네이버파이낸셜의 수수료율은 △3억원 이하 영세 가맹점 0.82% △3억원~5억원 이하 가맹점 1.33% △5억원~10억원 이하 가맹점 1.50% △10억원~30억원 이하 가맹점 1.77%입니다. 비바리퍼블리카의 경우 △영세 가맹점 0.70% △3억원~5억원 이하 가맹점 1.13% △5억원~10억원 이하 가맹점 1.69% △10억원~30억원 이하 가맹점 1.65%입니다.
간편결제 유료화로 가중된 카드사들의 부담이 결국 소비자에게 되돌아올 것이라는 우려가 나옵니다. 업황 악화가 길어지면서 카드사들은 혜택이 풍부한 '알짜카드'를 단종시키거나 연회비를 올리고 있습니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대표는 "빅테크 기업들만 그 혜택을 많이 보고 최종적인 부담은 소비자들이 감내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지적했습니다.
기존 금융사와 빅테크 기업의 규제 편차를 줄여야 한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과 교수는 "카드사는 정부 압박으로 가맹점 수수료율을 지속적으로 낮추고 있는 반면 규제를 받지 않는 빅테크 기업들은 시장 지배적 지위에 있으면서 수수료율을 높게 가져간다"며 "동일업무 동일규제 원칙을 훼손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습니다.
우아한 형제들'은 영세 가맹점에 1.5% 수수료를 책정하고 있어, 카드수수료 0.4%와 4배 가까이 격차가 났다. 사진은 서울의 시내의 한 점포에서 점주가 신용카드로 물건을 결제하는 모습. (사진=뉴시스)
이종용 선임기자 yong@etomato.com
유영진 인턴기자 ryuyoungjin1532@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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