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승 기대 꺾였다"…아파트 경매 유찰 '속출'
아파트 시장 조정기 맞자 경매도 '주춤'
시세보다 저렴한 아파트도 유찰 거듭
2023-12-11 16:12:54 2023-12-11 16:12:54
 
[뉴스토마토 백아란·김성은 기자]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롯데캐슬엠파이어' 전용면적 213㎡(35층)는 지난 10월 감정가 32억1000만원을 최저가로 경매에 부쳐졌지만 유찰됐습니다. 그 다음달 감정가 대비 20% 낮아진 25억6800만원에도 주인을 찾지 못해 20억5440만원을 최저가로 이달 경매를 다시 진행할 예정입니다. 같은 단지 전용 189㎡가 10월 28억5000만원(35층)의 최고가를 경신한 것과 비교하면, 두 번째 경매 최저가가 높은 편이 아님에도 유찰된 것입니다.
 
강동구 상일동 '고덕자이' 전용 84㎡(24층)도 10월 15억8000만원, 이달 12억6400만원을 최저가로 한 경매를 진행했으나 두 차례 모두 낙찰에 실패했습니다. 지난달 동일 평형이 13억7000만원(13층)에 팔렸는데, 시세 보다 낮은 가격에도 낙찰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다음달 최저가 10억1120만원부터 시작하는 세 번째 경매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영등포구 '경남아너스빌' 전용 114㎡(2층)는 세 번의 유찰을 거듭한 끝에 최저가가 6억9632만원까지 내렸습니다. 감정가(13억6000만원)의 절반 수준입니다. 이 단지 동일 평형 10월 실거래가는 12억8000만원(1층)으로 두 번째 입찰 최저가(10억8800만원)보다 높습니다.
 
11일 한국부동산원 주간 통계 기준 서울 아파트값이 0.01% 하락하는 등 조정기에 진입하자 부동산 시장 선행지표로 여겨지는 경매시장에도 한파가 닥친 모습입니다. 양호한 입지의 아파트를 시세보다 저렴한 가격에 낙찰받을 수 있는 기회가 있어도 아파트값 추가 하락으로 전망이 기울자 수요자들이 선뜻 경매에 나서지 않는 분위기입니다.
 
실제 지지옥션 집계 결과 지난달 서울 아파트 경매 평균 응찰자 수는 5.5명으로, 전월 대비 0.3명 줄었습니다. 같은 기간 낙찰률은 2%포인트 오른 28.5%를 기록했으나, 여전히 20%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을 나타내는 낙찰가율은 전월 대비 6%포인트 급락한 80.7%를 보였습니다.
 
(표=뉴스토마토)
 
이주현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낙찰률이 낮은 만큼 유찰비율이 높다고 볼 수 있다"면서 "낙찰가율 하락의 경우 투자자 입장에서 향후 매도 호가와 전망을 안 좋게 보고 보수적으로 접근하고 있다는 반증"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이어 "내년에도 고금리와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등 대출 규제 적용으로 사실상 상승 여력이 미약하다고 본다"면서 "신축이나 거주 요건이 양호한 곳에는 관심이 쏠려 낙찰가율이 그나마 높지만 구축이나 외곽 아파트들은 두 번 정도 유찰되는 것이 현실"이라고 시장 분위기를 전했습니다.
 
반면 고금리 기조와 경기침체 영향으로 주택거래가 줄어든 가운데 정상적인 매매시장에서 소화되지 못하거나 대출 이자를 감당하지 못해 경매로 밀려난 매물은 늘고 있습니다.
 
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임의경매로 인해 소유권이 강제 이전된 집합건물은 지난달 기준 1315건으로, 1년 전보다 31.8% 증가했습니다. 같은 기간 강제경매로 인한 소유권 이전 집합건물은 371건에서 522건으로 뛰었습니다.
 
아파트 매매시장에서 하락거래가 속출하고, 경매시장 매물 확대로 낙찰률과 낙찰가율은 한동안 지지부진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과거 대출을 많이 끼고 들어왔던 수요자들이 이자 부담을 견디지 못하고 처분 움직임을 보이면서 서울 노도강 등에서 하락 거래 비중이 늘고 있다"면서 "대출 의존도가 높은 지역부터 가격 조정이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백아란·김성은 기자 kse5865@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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