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표치 채우기 힘드네"…건설사 구겨진 '수주 성적표'
GS건설·HDC현산, 수주 목표액 달성률 50%대
현대건설, 해외 사업 수주 비중 21%→49% 상승
국내 주택 사업 수익성 악화에 해외로
2023-11-14 06:00:00 2023-11-14 09:17:53
 
[뉴스토마토 백아란·김성은 기자] 올해 건설사들의 수주 곳간 채우기가 만만치 않은 모습입니다. 가파른 공사비 인상에 수익성이 보장된 사업장을 선별해 수주하다 보니 연간 목표액을 달성하기 어려운 실정입니다.
 
해외에서 굵직한 사업을 확보한 곳은 상황이 낫지만, 국내 주택 사업에 치중하거나 각종 사고 여파를 맞은 곳은 올해 수주 목표액을 채울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13일 뉴스토마토가 올해 들어 3분기까지 상장 대형 건설사 6곳의 연결기준 잠정 신규 수주액을 취합한 결과, 올 초 각 건설사가 설정한 목표액을 채운 곳은 삼성물산이 유일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3분기 누적 15조5590억원을 수주해 지난 2월 공시한 올해 신규 수주 전망 13조8000억원을 뛰어넘었습니다.
 
하이테크, 건축, 토목 등 국내외 수주 물량 증가로 7월 수주 전망을 19조9000억원으로 상향 조정했습니다. 이에 3분기 기준 수주 목표액 달성률은 78.2%입니다.
 
삼성물산은 "4분기 국내 오피스 빌딩, 해외 EPC(설계·조달·시공) 등의 추가 수주로 연간 목표 달성을 추진하겠다"고 말했습니다.
 
(그래프=뉴스토마토)
 
수주 전망 금액을 올려 잡은 삼성물산을 포함해 목표액에 가장 근접한 곳은 현대건설입니다. 현대건설은 올 초 29조900억원의 수주 목표를 세웠는데, 3분기까지 25조6693억원을 수주(현대엔지니어링 실적 포함)하며 달성률 88.2%를 기록했습니다.
 
전통적 수주 텃밭인 사우디아라비아에서만 약 10조원의 수주고를 올렸습니다. 6조5000억원 규모의 사우디 최대 석유화학단지 건설사업 '아미랄 패키지 1·4'를 비롯해 '자프라 가스처리시설 2단계 확장공사'(3조1000억원), '네옴-얀부 초고압직류송전선로'(1850억원) 등 대형 사업 수주 낭보를 전한 바 있죠.
 
해외 사업에 호조를 보이면서 국내 사업 비중을 많이 줄였습니다.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3분기 누적 수주액 중 국내 사업 비중은 78.7%에서 50.8%로 감소한 반면 해외 사업은 21.3%에서 49.2%로 훌쩍 뛰었습니다.
 
대우건설과 DL이앤씨의 올해 누적 수주액은 각 9조189억원, 10조6369억원으로, 연간 목표액 대비 달성률은 73.3%, 73.9%에 그쳤습니다.
 
대우건설은 올해 해외 수주액만 2조4061억원으로, 해외 수주목표인 1조8000억원을 초과 달성했다는 설명입니다. 국내에서 목표액 10조5000억원의 63%인 6조6128억원을 수주한 것과 대조적입니다.
 
DL이앤씨의 경우 올해 플랜트사업에서 전년 대비 2.5배 증가한 2조4171억원을 확보하는 등 비주택사업에도 힘을 주는 모습입니다.
  
건설사들이 수주에 열을 올리며 목표에 가까워지는 것과 달리 GS건설과 HDC현대산업개발은 아직 갈 길이 멉니다.
 
GS건설은 3분기까지 7조6690억원을 수주했습니다. 목표액 14조5000억원의 52.9%로 절반 수준에 불과합니다.
 
올해 신규 수주액을 뜯어보면 국내 주택 사업이 3조2530억원(42%)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으며, 신사업 1조4620억원(19%), 건축 사업 1조4420억원(19%) 순입니다.
 
주택 사업 수주의 경우 국내 부동산 시장 침체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발주한 검단 아파트 붕괴사고 여파가 반영됐다는 분석입니다.
 
배세호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안전 관리·품질 비용 증가로 높아진 주택 부문 원가율이 내년 초까지 이어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검단 사고와 더불어 비우호적인 산업 환경이 이어지고 있어 주택 부문 수주와 분양 물량 회복이 더딜 것으로 예상된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러면서 "신임 CEO로 선임된 허윤홍 대표가 그동안 GS이니마, 단우드(Danwood) 등 신사업 부문을 주도했다는 점에서 향후 신사업 부문 성장을 기대할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올해 수주 전망 금액을 2조816억원으로 잡았는데, 3분기까지 50.4%에 해당하는 1조500억원의 수주고를 올렸습니다.
 
 HDC현대산업개발 관계자는 "수주활동에 앞서 사업성과 수주 가능성을 신중하게 판단하고 있다"면서 "지난달 1800억원 규모의 서울 영등포구 신길동 삼성아파트 재건축 사업을 수주한데 이어 10월까지 1조5000억원을 수주한 만큼 목표액 달성은 문제없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서울 아파트 단지 모습. (사진=뉴시스)
 
저무는 국내 주택 사업…비주택이 '관건'
 
내년에도 국내 주택 시장 개선이 불투명한 가운데 건설사들이 해외 건설이나 신사업 등 비주택 사업으로 눈을 돌리고 있습니다.
 
실제로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가 너무 많이 올라 집을 지어도 손에 쥐는 수익이 없다"라며 "부동산 시장 상황이 좋지 않으니 자금 조달 금리도 높아 사업이 쉽지 않다"고 토로했습니다.
 
이렇다 보니 올해 건설사들의 매출이 작년보다 증가해도 영업이익은 감소세를 보이는 실정입니다.
 
김승준 하나증권 연구원은 "주요 대형건설사의 3분기 실적의 경우 주택 매출액은 생각보다 잘 나왔으나 마진은 여전히 좋지 않았고, 주택 마진 개선 여부에 대해서도 다소 보수적"이라며 "일부 건설사는 토목, 플랜트 등 비주택부문에서 성과를 보여줬다"고 진단했습니다.
 
이어 "중요한 것은 건설업 환경의 개선 여부"라며 "이는 금리, 경기와 밀접하게 연관이 있을 수 밖에 없다"고 부연했습니다.
 
 
백아란·김성은 기자 kse5865@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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