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의대정원 확대 '천명'…의료계 '숨 고르기'
필수의료혁신 전략회의서 "의료혁신 목적은 국민 위한 것"
의료계 거센 반발에 증원 규모는 빠져…"충분히 소통할 것"
2023-10-19 17:10:48 2023-10-19 19:37:02
 
[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19일 무너진 지역 의료서비스의 공급과 이용체계를 바로 세우겠다는 강한 의지를 표명했습니다. 특히 직접 의료 인력 확충 필요성을 언급하면서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원칙을 명확히 했습니다. 다만 초미의 관심사였던 구체적인 의대 정원 확대 규모 등은 못 박지 않았습니다. 총파업까지 거론하며 강하게 반발하는 의료계 등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됩니다. 여권이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 후 여론을 반전시킬 정책 의제로 '의료 개혁'을 꺼내든 가운데, 의대 정원 확대 카드가 내년 총선을 앞두고 윤 대통령의 정치적 승부수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옵니다.  
 
구체적 숫자 안 밝혔지만…'의료 개혁' 신호탄
 
윤 대통령은 이날 충북대학교 개신문화관에서 주재한 '생명과 지역을 살리는 필수의료혁신 전략회의'에서 "국민 건강과 생명에 직결된 지역 필수 의료가 붕괴되고 있다"고 진단하며 "무너진 의료서비스의 공급과 이용 체계를 바로 세우고, 지역 필수 의료 인력을 확충해 나가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윤 대통령은 이를 위한 정책으로 국립대병원을 거점화하는 방향을 제시했습니다. 특히 의료 인력 확충과 인재 양성 필요성도 거듭 강조했는데요. 그는 "임상의사뿐 아니라 관련 의과학 분야를 키우기 위한 의료인도 양성해야 한다"며 "산부인과, 소아과 등 필수 분야에 인력이 유입될 수 있도록 법적 리스크 부담을 완화하고, 보험 수가를 조정하고, 보상 체계의 개편이 아울러서 뒷받침돼야 한다"고 했습니다.
 
윤 대통령은 의대 정원 확대에 대한 의료계의 반발을 의식한 듯 "국민을 위한 정책 효과가 제대로 이뤄질 수 있도록 현장 의료인, 전문가들과 충분히 소통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다만 윤 대통령은 마무리 발언에서 "소통만 해서 되는 게 아니라 추진하면서 소통을 해야 한다. 소통하면서 계속 주판알을 두드리면 앞으로 나갈 수가 없다"며 "속도감 있게 나아가면서 관련 분야에 있는 분들과 소통을 해야 가장 국민에게 유리한 방안이 나오는 것"이라고 '정책 드라이브'를 예고했습니다.
 
이날 회의에서는 의대 정원 확대 규모는 담기지 않았습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회의에 앞서 가진 지난 16일 사전 브리핑에서 "지금까지 나온 숫자는 없다"고 일축했습니다. 국내 의대 입학 정원은 지난 2006년부터 17년째 3058명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날 회의에서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으로부터 '필수의료혁신전략'을 보고받은 윤 대통령은 보건의료체계의 근본적 혁신을 위한 '구조개혁'을 지시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19일 충북 청주 충북대학교 개신문화관에서 생명과 지역을 살리는 필수의료혁신 전략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연합뉴스 사진)
 
윤 대통령 속도조절에한발 물러선 '의료계'
 
'전면전'을 선포했던 의료계는 이날 정부가 의대 증원 규모 발표를 일단 연기한 것을 두고 긍정 평가했습니다. 대한의사협회는 이날 정부 방침에 대한 공식 입장을 내고 " 정부의 필수·지역의료 위기 극복을 위한 적극적 노력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며 "정부와 긴밀한 소통과 협력을 통하여 필수의료 현장의 실질적인 취약점을 개선하고, 필수·지역의료에 대한 체계적이고 현실적인 지원 방안이 지속해서 보완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지역 의료계에선 거세게 반발, 향후 적잖은 진통을 예고했습니다. '지역 의과대학' 설치를 주장하는 전라남도의사회는 이날 "정부가 만약 일방적으로 의대정원을 확대한다면 모든 의사와 의대생들과 연대해 총파업 등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앞서 서울특별시의사회도 지난 18일 '무분별한 의대 정원 확대 저지를 위한 대표자 결의대회'를 열어 무너지는 필수의료에 대한 국가적 지원 대책 없이 포퓰리즘식 의대 정원 증원에만 몰두하는 무분별한 정부 정책을 비판하고, 이를 저지하기 위해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투쟁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했습니다. 
 
정치권에선 여야 모두 공감대를 이루며 의대 정원 확대에 한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다만 방법론에선 여야가 이견을 보이고 있는데요. 여당은 섣불리 구체적인 방안을 내기보다 필수 의료분야 의사 부족과 수도권 쏠림 현상, 이공계 인재들의 이탈 등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안을 만들자는 입장인 반면, 야당은 공공의대와 지역의대 설립, 지역 의사제 도입과 함께 추진해야 한다는 조건을 걸고 있습니다.
 
정치권 안팎에선 의대 정원 확대 카드가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윤 대통령의 정치적 승부수가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옵니다.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로 여권의 입지가 줄어든 상황에서 의대 정원 확대 카드는 국민 다수의 지지는 물론, 야당의 긍정적인 반응까지 얻고 있습니다. 때문에 야당의 협조가 가능한 만큼 성과를 거둔다면 여론의 지지를 회복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는 반면, 의료계의 거센 반발로 성과를 거두지 못할 경우 민심은 더욱 악화할 수 있다는 관측입니다.
 
대한의사협회(의협)가 지난 17일 서울 용산구 의협에서 연 '의대정원 확대 대응을 위한 긴급 의료계 대표자 회의'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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