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압승·국힘 참패…민심은 '정권 심판'
진교훈 56.52%·김태우 39.37%…17.15%p 격차
수도권 민심 경고장…여, 내년 총선 '빨간불'
2023-10-12 16:29:14 2023-10-12 19:27:17
 
[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총선 전초전'으로 꼽혀온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민주당이 압승을 거뒀습니다. 여야 지도부가 총출동해 맞붙은 선거에서 진교훈 민주당 후보가 김태우 국민의힘 후보를 17.15%포인트 차로 누르면서 '여당의 참패'라는 평가가 나오는데요. 민심은 '지역 발전'보다 '정권 심판'을 택했습니다. 특히 17.15%포인트라는 격차는 윤석열정부를 향한 민심의 냉랭한 시선을 보여주기에 충분했습니다. 내년 총선을 6개월여 앞두고 수도권 민심이 '정권 심판론'에 힘을 실었다는 해석이 나옵니다.
 
'분노의 응집' 17.15%p 격차…21대 총선과 비슷
 
12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11일 실시된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진 후보는 득표율 56.52%(13만7066표), 김 후보는 39.37%(9만5492표)를 각각 기록했습니다. 두 후보 간 득표율 차이(17.15%포인트)는 3년6개월 전인 지난 2020년 21대 총선에서 강서갑·을·병 세 지역구에 나선 여야 국회의원 후보들의 득표율을 합산했을 때 차이(17.87%포인트)와 비슷한 수치인데요. 민심이 제21대 총선 상황으로 돌아갔음을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서울 강서구가 민주당 세가 강한 곳으로 분류되기는 하지만, 국민의힘에 '부동의 험지'는 아니었습니다. 실제 지난해 6월 강서구청장 선거에서 구민들은 당시 김승현 민주당 후보(48.69%)가 아닌 김태우 국민의힘 후보(51.3%) 손을 득표율 2.61%포인트 차로 들어준 바 있습니다. 
 
지난 대선에서도 서울 강서구는 이재명 민주당 후보 득표율 49.17%,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46.97%로 여야 후보에게 불과 2.2%포인트 차이 밖에 두지 않은 접전지였습니다. 갑·을·병 지역구 의원이 모두 민주당 소속임을 고려한다면, 득표율에서는 조금 밀렸지만 고무적으로 선방을 했던 곳입니다.
 
그럼에도 이번 보선에서 두 자릿수 격차로 대패했다는 것은 민심이 그만큼 정부·여당을 냉랭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즉 일종의 경고장을 보낸 것과 같습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 대한 비호감이 역대급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17.15%포인트 차의 선거 결과는 윤석열정부에 대한 '분노의 응집'이라는 것 외에 달리 해석이 되지 않습니다.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가 12일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 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민심의 엄중한 경고…여, 수도권 넘어 '총선 위기론'
 
이번 보선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수도권 민심을 확인할 수 있는 가늠자로 꼽혔습니다. 여론조사 신뢰성이 극도로 낮은 상황에서 실제 선거 결과는 가장 유력한 민심의 바로미터인데요. 사실상 수도권 민심이 '정권 심판론'에 힘을 실었다는 뜻으로도 읽힙니다. 특히 2021년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때부터 지난해 대선과 지방선거까지 3연승을 달려왔던 여당 입장에선 2년 만의 참패인데요. 이는 국민의 질책이자 윤석열정권에 보내는 민심의 통절한 경고로 해석됩니다.
 
사실 이번 선거는 여당 입장에선 윤 대통령에 의한, 윤 대통령의 선거였다고 봐도 무리는 아닌데요. 김 후보에 대한 대법원의 당선무효 판결 이후 3개월 만에 윤 대통령은 특별사면·복권을 단행했고, 애초 무공천으로 가닥을 잡은 당을 밀어붙여 그를 후보로 내세웠습니다. 결국 판이 전국 단위 선거로 확대됐고 당 지도부는 총력을 다해 지원 유세를 펼쳤습니다.
 
더욱이 보궐선거 원인을 제공한 김 후보에게 재출마의 길을 열어준 상황에서 계속된 정부 실정, 그리고 신원식·유인촌·김행 장관 후보자 등의 인사청문회까지 겹치면서 민심의 이탈이 가속화했다는 분석입니다.
 
이번 보선에서 '수도권 위기론'을 확인한 여당은 내년 총선에 대한 우려가 전면에 떠올랐습니다. 대통령 선거와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을 지지했던 중도층이 대거 이탈했고, 이대로 내년 총선을 치른다면 '민주당 180석, 국민의힘 103석'의 제21대 총선 상황을 되풀이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옵니다. 
 
때문에 정부·여당이 민심의 엄중한 경고를 인식하고 과감한 변화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날 본지와의 통화에서 "국민의힘은 이번 보선을 계기로 뭔가 바뀌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면서 "대통령과 여권이 여론에 반응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면 차기 총선에서 상당히 많이 힘들어질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12일 국회에서 열리는 최고위원회의에 어두운 표정을 짓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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