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죄부 대 낙하산…책임론 분출 불가피
'윤석열 대 이재명' 대리전…지는 쪽은 치명타
관건은 득표율 격차…여야 운명 갈린다
2023-10-11 19:00:00 2023-10-11 19:07:53
 
[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총선 전초전'으로 평가받는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로 여야의 운명이 갈립니다. 이번 선거는 선거인 수 50만명의 기초단체장 보궐선거에 불과하지만 사실상 '윤석열 대 이재명'의 대리전 성격, 내년 총선 최대 표밭인 수도권 민심 바로미터라는 점에서 상당한 정치적 의미를 갖습니다. 때문에 여야 모두 당력을 집중해 사활을 건 가운데, 지는 쪽은 치명타가 불가피하다는 평가입니다. 관건은 어느 후보가 당선되느냐도 중요하지만, 어느 정도의 득표율 차이로 승패가 갈렸는지가 중요한 관전 포인트입니다.
 
'윤석열 대 이재명' 구도패배 땐 치명타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본투표는 11일 오전 6시부터 오후 8시까지 강서구 내 131개 투표소에서 실시됐습니다. 지난 6~7일 이틀간 진행된 사전투표는 투표율 22.64%로, 역대 지방선거와 재·보궐선거를 통틀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는데요. 이번 선거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고스란히 사전투표율에 담긴 것으로 해석됩니다. 이날 오후 6시 기준 투표율은 43.8%로 집계됐습니다. 이는 직전 지방선거(2022년6월1일)의 동 시간 서울시 전체 투표율 52.1%보다 8.3%포인트, 강서구 투표율 43.0%보다 7.3%포인트 각각 낮습니다. 또 직전 보궐선거(2021년4월7일)인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의 동 시간 서울시 전체 투표율인 51.9%보다는 8.1%포인트, 강서구 투표율 50.0%보다는 6.2%포인트 각각 낮게 나타났습니다.
 
이번 보궐선거는 내년 4월 총선 전 치러지는 유일한 선거로 기초단체장 선거를 넘어 '미니 총선'급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국민의힘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의 사면과 복권 결정으로 출마한 김태우 후보가, 민주당에서는 이재명 대표가 전략 공천한 진교훈 후보가 맞붙는다는 점에서 '윤석열 대 이재명' 구도가 설정됐기 때문입니다. 양당 또한 매머드급 선거대책위원회와 지도부를 비롯한 당내 인사들이 총동원된 유세로 후보들을 총력 지원했습니다.
 
판세는 '민주당 우세·국민의힘 열세'라는 평가가 높습니다. 강서구는 갑·을·병 지역구 현역 의원이 모두 민주당 소속이며, 지난 대선에서도 이재명 후보가 윤석열 후보보다 높은 득표를 했던 여당의 '열세 지역'으로 꼽힙니다.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지역인 만큼 투표율이 높을수록 민주당에 유리한 반면, 투표율이 낮을 경우 국민의힘이 강세를 보일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시각입니다.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본투표가 실시된 11일 오전 서울 강서구 서울식물원에 마련된 가양1동 제8투표소에서 유권자들이 투표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승리보다 중요한 건 격차압승 조건은 '15%p'
 
어느 후보가 당선되느냐도 중요하지만, 관건은 여야 간 득표율 차이입니다. 국민의힘이 15%포인트 이상 격차의 압도적 패배를 당할 경우, '수도권 위기론'이 확인됐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김기현 체제가 흔들릴 공산이 다분합니다. 현 체제로 내년 총선을 치르기 어렵다는 주장이 제기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때문에 비상대책위원회 구성 또는 조기 선거대책위원회 체제 도입 등 다양한 목소리가 분출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다만 강서구가 여권 약세 지역이라는 점에서 5%포인트 이내로 석패한다면 영향이 적을 수도 있습니다. 여당 입장에서는 '어려운 구도에서도 분전했다', 소위 말하는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는 여론이 형성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반면 민주당이 간소한 차이로 신승할 경우, 가까스로 체면치레는 할 것으로 보입니다. 반대로 패배할 경우, 여당보다 후폭풍이 더 거셀 것으로 전망되는데요. 여권에 악재가 많다는 점은 민주당이 반드시 이겨야 하는 선거라는 의미가 되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진 후보는 이 대표가 전략공천했고 현역 국회의원이 대거 선거 지원을 하는 등 당 차원에서 총력을 다했습니다.
 
민주당이 강서구청장을 되찾지 못한다면 이 대표의 리더십은 큰 타격을 받게 됩니다. 이 대표를 '간판'으로 내년 총선을 치르기 어렵다는 분위기가 형성될 가능성이 큽니다. 때문에 이 대표를 향한 퇴진론과 함께 비대위 전환 등이 제기될 수 있습니다. 
 
민주당 공동상임선대위원장을 맡은 진성준 의원은 이날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투표율이 문제가 되겠지만 여론조사 결과와 유사하게 나오지 않겠나"라며 승리를 자신하면서도 "여야 모두 (이번 보궐선거에서) 패배하면 그 지도부가 패배에 대한 책임을 반드시 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건 이재명 대표뿐만 아니라 김기현 대표도 마찬가지"라고 말했습니다.
 
강서구청장 보궐선거가 실시된 11일 오전 서울 강서구 양천초등학교에 마련된 가양1동 제1투표소에서 유권자들이 투표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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