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님은 부재중'…국감 증인채택 줄줄이 '무산'
4대그룹 총수, 정무위·산자위 증인 채택 불발
최정우 포스코 회장, 해외출장 사유로 국감 불출석
네이버, 복지위 국감에 최수연 대표서 실무자로 변경
2023-10-11 16:45:25 2023-10-11 20:21:42
 
[뉴스토마토 김진양·윤혜원 기자] 증인을 향해 호통을 치는 국회의원, '송구하다, 초심을 잃지 않겠다'며 연신 머리를 조아리는 대기업 총수. 국정감사의 클리셰(진부한 장면)와도 같았던 모습을 올해에는 보지 못할 전망입니다. 4대 그룹(삼성·SK·현대차·LG) 총수의 증인 채택이 불발된 가운데, 증인으로 소환 예정이었던 대기업 대표들 역시 해외출장이나 증인 변경 등의 사유로 국회를 찾지 않을 것으로 관측되기 때문입니다. 
 
해외출장 간 '최정우'…'최수연' 증인 철회
 
11일 열린 교육위원회의 교육부에 대한 국정감사에는 최정우 포스코 회장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고 등장하지 않았습니다. 최 회장은 포항에 태풍이 덮쳤을 당시 해외에서 사외이사들과 함께 골프를 쳤다는 의혹으로 교육위원회의 증인으로 채택이 됐는데요. 사외이사 중 국립대와 사립대 교수가 포함됐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여야 의원들은 최 회장의 부정청탁금지법 위반 의혹 등을 물으려 했죠. 
 
하지만 최 회장은 해외 투자사 유치를 위한 기업설명회(IR) 행사를 위해 자리를 비우면서 국감장에는 오지 못했습니다. 포스코홀딩스 관계자는 "이번 출장은 지난 5월부터 기획된 해외 IR 활동 일환"이라고 국감 불출석을 위한 핑계가 아님을 강조했는데요. 이들은 "지난 6월 실시한 IR 행사에 이어 이번에는 유럽지역 대형 투자사를 대상으로 실시되는 건"이라며 "교육위에는 예정된 일정으로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해 양해를 구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날 오전 보건복지위원회는 12일 예정된 보건복지부 국정감사를 하루 앞두고 일부 증인을 철회했습니다. 이 중에는 최수연 네이버 대표가 포함됐습니다. 당초 복지위는 네이버에서 개인의료정보가 유출된 사안을 질의하기 위해 최 대표의 증인 채택을 결의했는데요. 기업 측의 요청에 따라 실무진인 유봉석 네이버 서비스운영총괄(부사장)을 대신 부르기로 했습니다. 
 
국감의 단골 손님과 같은 4대 그룹 총수들도 1차 증인 채택이 불발되면서 일단 한숨 돌린 상탭니다. 앞서 정무위원회와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서 이들에 대한 증인 채택을 시도했으나, 여야 합의를 이루지 못했습니다. 
 
최근 2년 사이 국감의 '라이징 스타'가 된 김범수 카카오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 역시 일반 감사의 문턱은 넘었지만 종합감사에서의 증인 채택 가능성이 남아있어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습니다. 지난해의 경우 국감 기간 중 발생한 '카카오 먹통 사태'로 김 센터장은 종합국감 여야 난타전의 희생양이 됐는데요. 올해는 여당이 '가짜뉴스' 확산에 포털의 책임도 있다고 공세를 높이고 있어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등의 추가 증인 채택 여부를 주시하고 있습니다.  
 
거물급 기업인 불참에'맹탕 국감' 불가피
 
이처럼 올해 국감에 '거물급' 기업인이 등판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면서 '맹탕 국감'의 우려가 커지고 있는데요. 동시에 '기업인 망신 주기'를 지양해야 하는 바람직한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진단도 나옵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국감에 앞서 "매년 국정감사 때면 국회가 기업 총수들과 경제인들을 무리하게 출석시켜 망신을 준다는 문제 제기가 있었다"며 "경제 성장의 엔진이며 일자리를 창출하는 기업들에 국회가 불필요한 부담을 줘서는 안 된다"고 언급한 것과도 비슷한 맥락입니다. 
 
하지만 올해가 기업인들을 불러 질타할 이슈가 적었을 뿐 '호통 국회'는 언제든 재연될 수 있다는 비판도 맞섭니다. 박주근 리더스인덱스 대표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현 정국이 굳이 기업에 눈을 돌려 국민들의 시선을 끌 필요성이 높지 않은 영향이 우선 크다"고 분석했는데요. 그는 "갑질 등 국감의 단골 소재인 기업 이슈도 별로 없었다"며 "경기가 좋지 않으니 (갑질 등에 신경 쓸) 여유도 없는 것"이라고도 덧붙였습니다. 
 
실제로 여전히 국감에서는 기업 관계자들을 일반 증인으로 대거 부르는 추세입니다. 국감에 증인으로 나오는 기업인은 2020년 63명, 2021년 92명, 2022년 144명으로 매해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데요. 올해에도 100명안팎의 기업 관계자들이 증인 명단이 이름을 올렸습니다. 
 
특히 노동·환경 이슈를 다루는 환경노동위원회에서의 기업 증인 채택이 두드러졌습니다. 환노위는 직원 사망사고가 발생했던 이강섭 샤니 대표, 조민수 코스트코 코리아 대표 등을 고용노동부 국감에 불러 중대재해 방지책을 질의하고, 구창근 CJ ENM 대표와 박영우 대유위니아그룹 회장에게는 각각 대규모 구조조정 및 퇴직종용, 대규모 임금체불 대책 등을 물을 예정입니다. 
 
이 밖에 정무위에서 정몽규 HDC 회장에게 하도급 업체에 대한 갑질 의혹을, 김준기 DB하이텍 회장에게는 지주사의 규제회피 의혹을 질의합니다. 산자위에서는 배달의민족 운영사인 우아한형제들의 함윤식 부사장에게 배달 수수료율 인상 문제를 캐물을 계획입니다.  
 
김진양·윤혜원 기자 jinyangkim@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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