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상전벽해
2025-07-28 06:00:00 2025-07-28 06:00:00
"내가 기억하던 상하이가 아니다. 내가 알던 중국이 아니다" 상하이에 주재원으로 정착한 지 한 달 쯤 된 친구가 건넨 말이었지만, 2박3일의 일정으로 짧게 상하이를 다녀온 기자도 충분히 체감할 수 있는 얘기었다. 
 
상전벽해. 환골탈태. 최근의 상하이에 가장 적합한 수식어로 보인다. 상하이가 중국에서 최고로 발전한 도시 중 한 곳이란 사실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 없지만, 글로벌 도시들과 비교하면 부족한 점이 많았다. 서울보다 못함은 물론이었다. 
 
그러나 이번 방문으로 상하이에 갖고 있던 기존의 생각은 산산이 부서졌다. 무엇보다 놀라웠던 점은 도시가 깨끗하다는 사실이었다. 이는 상하이 푸동 국제공항에 내리는 순간부터 어느정도 감지가 됐다. 어느 나라나 저마다의 공기가 품고 있는 냄새가 있는데, 중국 특유의 '향기'가 전혀 나지 않았다. 
 
이때까지만해도 '공항이니 그럴 수 있지'라 생각했다. 코로나19를 거치면서 환경 개선을 더 철저하게 했나 싶었다. 그런데 도로를 나가도 비슷했다. 와이탄 같은 유명 관광지는 물론 일반 시민들이 산책을 즐기는 크고 작은 공원까지 쓰레기는 커녕 바닥에 굴러다니는 나뭇잎조차 보기 어려웠다. 길거리가 과하게 청결하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유심히 살펴보니 도로 곳곳에 청소도구를 들고 있는 환경미화원들이 배치된 것이 눈에 띄었다. 청소 관련 스타트업으로 추정되는 차량들이 길 한 켠에 모아진 낙엽과 쓰레기를 빨아들이는 모습도 목격됐다. 
 
40도에 육박하는 무더운 날씨였지만 '배를 까고' 있는 아저씨들도 보이지 않았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당시에도 중국 당국의 골치덩이였던 흰 런닝셔츠 차림의 배를 내보인 남성들이 종적을 감췄다. 이따금씩 상의를 올리고 있는 사람들이 보였지만, 흰 런닝셔츠를 입고있지는 않았다. 
 
중국의 금융 수도에 걸맞게 출퇴근 시간의 교통 혼잡은 피할 수 없었지만, 일부러 교통 체증을 유발하는 불법 주정차 차량은 드물었다. 도로변에 잠시라도 차를 세우면 엄청난 벌금과 벌점이 부과된다는 가이드의 말이 뒤따랐다. 이동을 위해 탑승한 버스에서는 안전벨트를 풀기 무섭게 '안전벨트를 꼭 매라'는 안내방송이 쉬지 않고 흘러나왔다. 이 역시도 엄격한 단속 덕분이라 했다. '금융 치료'로 준법 정신을 높인 것이다. 
 
미세먼지의 대명사였던 뿌연 하늘은 하루도 보기 힘들었다. 현지에서 석사 과정을 밟고 있는 한 유학생은 전기차 보급이 크게 늘었기 때문일 것으로 추정했다. 상하이에서 신규 판매되는 차량의 절반 이상이 전기차라고 했다. 내연기관 자동차는 번호판을 받으려면 수천만원 이상의 돈이 필요하다고 했다. 오토바이 역시 마찬가지였다. 대부분이 스쿠터 같은 외관의 전기 자전거로 대체됐다. 
 
'환전할 필요가 없다'고 장담하는 친구의 말만 철썩 믿고 현금을 전혀 챙겨가지 않았지만, 내심 불안함은 남아있었다. 하지만 이 역시 기우였다. 물건을 구매하는 그 어느 곳에서도 현금이 없다는 점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알리페이나 위챗페이의 QR코드만 스캔하면 계산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중국은 거지도 알리페이로 구걸을 한다는 말이 우스갯소리가 아니었다. 게다가 토스페이, 카카오페이, 네이버페이 등 국내 간편결제 서비스들이 알리페이나 위챗페이 등 현지 결제 지원을 하고 있어 이와 연동해 놓은 내 계좌나 카드에서 바로 결제가 이뤄졌다. 
 
최근 몇 년 사이 한국에서의 '혐중 정서'는 극심해졌다. 미세먼지나 동북공정 이슈로 피어오른 혐중 정서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정점을 찍었다. 2000년대 초반부터 시작된 중국붐은 종적을 감췄다. 그렇게 우리가 중국을 혐오하고 무시하던 사이, 중국은 새 옷을 갈아입고 재도약을 위한 채비를 마치고 있었다. 
 
김진양 영상뉴스부장 jinyangkim@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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