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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07월 24일 11:27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황양택 기자] 보험업계가 지난해부터 규모를 크게 늘렸던 자본성증권 발행이 올해 2분기 들어서는 감소한 모양새다. 앞서 1분기와는 전혀 다른 양상이다. 금리 하락 영향이 이미 정점을 찍은 바 있고, 금융당국의 자본비율(K-ICS) 완화 조치와 추가 논의가 발행 부담을 줄여준 것이다. 기본자본이 부족한 보험사의 개선 방책 마련이 추가적인 과제로 더욱 부각되는데, 이는 기존과 다른 형태의 발행을 요구한다.
2분기 발행사 두 곳뿐…금리 상승과 K-ICS 기준치 완화 '덕'
2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올 2분기 보험사의 자본성증권 발행이 눈에 띄게 줄었다. 최근 발행 사례가 지난 6월
한화생명(088350)의 제3회차 해외 신종자본증권 1조3638억원, 신한라이프의 제4회차 후순위사채 5000억원 정도다.
(사진=연합뉴스)
자본성증권은 신종자본증권과 후순위사채를 뜻하는데, 채권을 발행하면 부채가 아닌 자본으로 인정되는 것이 특징이다. 보험사가 자본적정성 지표인 K-ICS 비율을 개선할 수 있는 가장 빠른 수단이다.
통상 금리가 하락하면 K-ICS 비율도 하방 압력을 받는다. 장기채 금리 추이를 살펴보면 지난 4월 하락 폭이 특히 컸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의하면 국고채 10년물 평균이 2.66%로 전월 대비 0.14%p 떨어졌다. 앞선 1월~3월에는 2.80%~2.83% 범위였다. 이러한 금리 여건은 보험사가 1분기 자본성증권 발행을 선제적으로 늘렸던 주요 배경 중 하나로 작용했다.
2분기에는 금리와 함께 정책적 요인이 있었다. 먼저 금리의 경우 국고채 10년물 금리가 오히려 상승하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 5월과 6월 평균 금리는 각각 2.71%, 2.842%였다. 정책적으로는 금융당국이 K-ICS 비율 권고치를 기존 150%에서 130%로 새롭게 조정한 영향이 있다. 보험업계 K-ICS 비율은 지난해부터 빠르게 하락하고 있는데, 올 1분기 197.9%까지 떨어져 200%선이 붕괴됨에 따라 위기의식이 더 커졌다.
금융당국 조치에 따라 특히 중소형사의 K-ICS 관리 부담이 크게 완화됐다. K-ICS 비율은 기준치보다 적게는 20%p~30%p 수준의 버퍼(Buffer)를 둔다. 외부 변동에 대한 완충 차원에서다. 중소형사는 그동안 자본성증권을 다수 발행하면서 K-ICS에서 가용자본으로 인정될 수 있는 한도가 차오르고 있던 상황이기도 하다.
2분기 장기채 금리 상승 고무적…기본자본 규제 대응 ‘부상’
2분기 K-ICS 비율은 기존 수준만큼 크게 떨어질 것으로 전망되진 않는다. 분기 중간에 국고채 금리가 상승했기 때문에 가장 중요한 요인에서 리스크가 줄어서다.
당국이 K-ICS 기준치 완화에 이어 추가적인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는 점도 주요하다. 이는 경제적 가정인 ‘보험부채 할인율’ 조정 속도를 늦추는 방향이다. 보험부채에는 미래 현금흐름을 현재 가치로 환산해 적용하는 작업이 필요한데, 금융당국은 현재 금리 수준에 맞게 할인율을 손보고 있다. 이 가운데 ‘최종관찰만기’가 20년에서 30년으로 확대되는데, 최근 논의는 이를 바로 시행하지 말고 기간을 나눠 점진적으로 가져가자는 내용이다.
해당 조치는 금리가 하락하는 상황에서 할인율 조정에 따른 부채 증가로 K-ICS 비율이 더 떨어질 수 있는 부분을 완화해 주는 요인이다. 보험사 입장에서는 K-ICS 추가 하락에 대비해 자본성증권을 늘려야 하는 부담이 줄어든다. 상황을 좀 더 지켜볼 수 있는 여유가 생긴 셈이다.
K-ICS 비율보다는 ‘기본자본 K-ICS’ 부담이 더 큰 상황으로 평가된다. K-ICS 비율은 기본자본과 보완자본을 모두 고려해 가용자본을 산출하지만, 기본자본 K-ICS는 보완자본을 제외하고 기본자본만 살펴보는 지표다. 기본자본 K-ICS 비율 기준치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는데 국제 사례에 따라 50% 정도가 유력하며, 하반기 도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기본자본 K-ICS는 특히 일부 중소형사 부담이 매우 큰 상황이다. 수치가 마이너스(-)로 나오는 곳들이 있어서다. 1분기 기준 ▲KDB생명 -41.1% ▲푸본현대생명 -95.1% ▲
롯데손해보험(000400) -15.6% 등이다. 세 보험사의 기본자본은 KDB생명 –3529억원, 푸본현대생명 –9665억원, 롯데손해보험 –2348억원으로 확인된다.
앞서 대규모로 발행했던 후순위사채는 보완자본에 반영되기 때문에 기본자본 K-ICS에는 도움 되지 않는다. 신종자본증권(스텝업 조건 없는 경우)과 조건부자본증권(코코본드)이 기본자본에 담긴다. 기본자본 확충을 위해 자본성증권 발행 양상도 변화가 요구되고 있다.
유상증자 카드도 있는데, KDB생명과 푸본현대생명은 각각 최대주주인 산업은행과 대만 푸본그룹으로부터 어느 정도 지원을 기대해 볼 수 있다. 반면 사모펀드 소속인 롯데손해보험은 불가한 사항이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IB토마토>에 “경상적인 수익성 제고로 기본자본을 개선하기에는 장기간이 소요되고, 일부 중소형사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부분이 있다”라면서 “유상증자가 가장 많이 언급되고 있지만 재무적 상황을 고려해야 하고, 조건부자본증권은 금리 부담이 크다”라고 설명했다.
보험연구원 한 연구원은 <IB토마토>에 "기본자본 K-ICS 비율은 도입하는 즉시 바로 적용하기는 어렵다"라며 "일정 기간 시간을 주는 등 유예 과정이 필요할 것"이라고 봤다.
황양택 기자 hyt@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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