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유영진 기자] 보험사들이 펫보험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반려동물 양육 인구가 1500만명을 넘어선 가운데 향후 펫보험 수요가 본격적으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입니다. 윤석열정부에 이어 이재명정부 역시 펫보험 활성화를 공약으로 내세우면서, 시장에 대한 관심도 커진 분위기입니다.
24일
KB금융(105560)지주 경영연구소에 따르면 현재 국내에서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구는 약 591만가구, 양육 인구는 1546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최근 2년간 반려동물 치료비 평균 지출은 146만3000원으로 2023년(74만5000원) 대비 두 배 가까이 늘어나면서 소비자 부담이 커지고 있습니다. 보험사들은 펫보험에 대한 수요가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고, 특화 상품 개발과 독점적 서비스 확보 등을 통해 시장 선점에 나서고 있습니다.
마이브라운은 지난 15일 브랜드를 공식 론칭하고 모바일 앱과 홈페이지를 통해 펫보험 시장에 뛰어들었습니다. 마이브라운은
삼성화재(000810),
삼성생명(032830) 등이 130억원가량 출자한 펫보험 전문회사로, 지난 2021년 미니보험 제도 시작 이후 첫 소액단기전문 보험사입니다. 마이브라운이 내놓은 펫보험료는 타 보험사 대비 약 20~30% 저렴하면서도 보장을 강화해 비용 대비 효율성을 높인 것이 특징입니다.
DB손해보험(005830)은 올해에만 펫보험과 관련된 배타적 사용권 네 건을 확보하며 시장을 선점해가고 있습니다. 배타적 사용권은 일정 기간 동안 유사한 상품의 출시를 제한해주는 제도로, 보험사의 상품 경쟁력과 혁신성을 인정받았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DB손보는 이번 특약으로 개물림 사고에 따른 벌금, 행동 교정 훈련비, 반려견 체중에 따른 보장 한도 차등 적용, 반려인이 상급종합병원에 입원할 경우 발생하는 반려동물 위탁 비용 보장 등 차별화된 보장을 제공합니다.
NH농협손해보험은 지난 9일 화재·지진·풍수해·대설 등 자연재해로 인해 집에서 거주할 수 없을 때 반려동물을 임시로 맡길 수 있는 위탁 비용을 보장하는 특약을 선보였습니다. 이어 22일에는 반려동물 헬스케어 기업 '핏펫'과 손잡고 'NH펫앤미든든보험'을 출시했습니다. 이 상품은 상해·질병 치료, 구강 질환, 이물 제거, MRI·CT 검사 등 실제 청구 빈도가 높은 항목들을 중심으로 구성돼 실용성을 높였습니다.
KB손해보험은 지난해 10월에 이어 지난 5월에도 펫보험을 개정하며 보장 범위를 넓혔습니다. 지난번 개정에서는 슬관절 탈구, 피부질환, 치아질환, 고양이의 이물 제거나 특정 처치 보장 등 기존에 없는 보장을 새롭게 포함시켰습니다. 최근 개정에서는 외부 활동 중 발생할 수 있는 찢어진 상처(창상)나 물린 상처(교상) 치료까지 보장하는 '창상 및 교상 치료비 보장'을 신설하며 보장 실효성을 강화했습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반려동물 진료비 부담이 늘어나는 만큼 펫보험 수요도 늘어날 것으로 예측한다”면서 “본격적으로 수요가 늘어나기 전 보험사끼리 선제적인 경쟁이 나타나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보험상품 강화와 함께 제도적 뒷받침이 따라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동물병원 표준 수가제 '촉각'
국내 펫보험 시장 규모는 약 6조원에 이르지만, 실제 보험 가입률은 1.7%에 불과해 스웨덴(40%), 영국(30%), 일본(16%) 등 주요 선진국에 비해 매우 낮은 수준입니다. 높은 보험료가 가장 큰 걸림돌입니다. 비교적 보장 범위가 제한된 '미니보험' 형태임에도 불구하고 보험료가 비싼 이유는 동물병원의 불투명한 진료 구조와 병원마다 제각각인 진료비가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현재 동물병원 의료기록 발급이 의무가 아니다 보니 소비자에게 구체적인 진료내역 없이 금액만 적힌 영수증을 제공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보험사들은 어떤 질병에 어떤 치료가 이뤄졌는지 확인하지 못한 채, 단순 '가격 영수증'만으로 보험금을 지급해야 하는 상황이 적지 않습니다. 특히 미용 서비스를 함께 제공하는 동물병원의 경우엔 영수증만 보고, 보장 대상인지 아닌지를 구분하기 어려운 실정입니다.
또한 진료비가 병원 자율에 맡겨진 구조 때문에 동일한 질병과 치료라도 병원마다 제각각입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진료비를 예측하거나 비교하기 어려워 선택권이 제한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왔습니다. 보험사들 역시 병원마다 상이한 진료비로 손해율을 관리하거나 보험료를 산정하는 데 어려움을 겪습니다. 윤석열정부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펫보험 활성화를 국정 과제로 삼고, 동물병원 진료 내역 및 진료비 증빙서류 발급을 의무화하는 방안을 추진했지만, 수의사협회의 강한 반발로 무산된 바 있습니다.
이재명정부는 증빙서류 발급 의무화를 넘어서 표준수가제를 도입해 진료비 부담을 낮춘다고 밝혔습니다. 진료 항목별 기준을 마련해 동물병원 간 진료비 차이를 줄인다는 구상입니다. 소비자 입장에선 진료비를 비교하기 수월해지고, 보험사는 정확한 손해율 계산으로 정교한 상품을 내놓을 수 있습니다.
보험업계 다른 관계자는 "현재 동물병원 진료비가 천차만별이라 보험사도 리스크를 감안할 수 밖에 없다"며 "진료내역 청구 의무화도 중요하지만 표준수가제가 더 중요한 역할"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표준수가제를 도입하면 질병코드와 질병에 따른 행위가 정해지고, 이게 모두 공개되는 것"이라며 "반려 가구가 늘어나면서 정부에서도 반려동물 진료비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재명정부가 동물병원 표준수가제 도입을 예고하면서 펫보험 시장이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서울 시내에 위치한 동물병원의 모습. (사진=뉴시스)
유영진 기자 ryuyoungjin1532@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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