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생보사도 요양사업 군침…주주환원·규제가 발목
2025-07-23 14:27:45 2025-07-23 15:06:17
[뉴스토마토 유영진 기자] 삼성생명(032830), 교보생명, 한화생명(088350) 등 대형 생명보험사들이 요양 사업에 관심을 보이고 있지만, 규제 때문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사업비가 많이 들다 보니 주주환원 강화 정책에 역행한다는 항의도 우려됩니다. 
 
초기 비용 큰데 수익 환수 더뎌 
 
2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보험사들의 요양 사업은 고령사회로 접어들면서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떠올랐습니다. 보험사들이 추진하는 요양 사업은 요양보험, 요양시설 운영, 건강관리(헬스케어) 등으로 나뉘는데, 이 중 요양시설 운영은 시설 운영부터 보험, 헬스케어 등과 연계를 통해 시너지를 낼 수 있어 많은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삼성생명은 올 초 조직 개편을 통해 요양 사업을 전담하던 '시니어리빙 TF(태스크포스)'를 '시니어비즈(Biz)팀'으로 격상했습니다. 홍원학 삼성생명 대표가 올해 요양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힌 데 따른 조치입니다. 교보생명 역시 헬스케어 자회사인 '다솜케어'를 설립하며 요양 사업에 힘을 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요양시설 관련 토지 규제로 인해 보험사들의 진출이 쉽지만은 않습니다. 현행 노인복지법령에 따르면 30인 이상 요양시설을 설치하려면 사업자가 해당 토지나 건물을 직접 소유하거나 공공 부지를 임차해야 합니다. 보험사들은 수요에 맞춰 수도권 중심으로 요양시설 확대를 추진하고 있지만, 높은 부지 가격으로 인해 초기 투자비용이 많이 들어갑니다. 시설 진출에만 수백억원이 들 것으로 예상되며, 부지 선정과 사업 계획 수립에도 많은 시간이 걸립니다. 
 
특히 삼성생명이나 한화생명처럼 상장된 보험사들은 주주환원 이슈도 얽혀 있어 요양 사업 진출에 더욱 신중할 수밖에 없습니다. 수백억원 규모의 초기 투자가 필요한 데다 단기간에 수익을 내기 어려운 구조기 때문에 주주들의 시선이 부담으로 작용합니다. 따라서 자금 투입 결정부터 사업 추진까지 더욱 까다로운 내부 검토 과정을 거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3월 보험사가 국민의 노후 준비를 지원할 수 있도록 관련 제도를 개선했습니다. 개선안에는 보험사 자회사가 요양, 건강관리, 장기임대 등 새로운 영역의 사업을 수행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습니다. 그러나 정작 요양시설 설립의 핵심인 토지 매입·공공 부지 임차 규제는 그대로 유지돼, 보험사 입장에선 큰 진입 장벽으로 남아 있습니다. 
 
대형 보험사 관계자는 "대형 보험사들이 더 신중하고 보수적으로 움직이는 경향이 있다"며 "특히 상장된 곳은 주주들과 소통해야 하고 주주환원 문제도 얽혀 있어 속도를 내기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요양 사업은 현재도 수요가 넘쳐나 블루오션으로 여겨진다"며 "그럼에도 여전히 규제가 강하고 장기적인 사업인 만큼 보험사들이 마음껏 확장할 수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대형 생보사들이 요양 사업 진출에 강한 규제와 주주환원 등으로 발목을 잡히고 있다. 사진은 삼성생명, 교보생명, 한화생명 간판 모습.(사진=각 사)
 
지주계 보험사 한발 앞서
 
대형 생보사보단 금융지주 계열 생보사들이 요양 산업 진출에 더욱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초기 투자비용 부담은 동일하지만, 계열사 간 유기적인 협업을 통해 사업 추진에 속도를 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계열사 간 헬스케어 서비스 연계, 자산 운용, 시니어 고객군 발굴 등 시너지를 창출하면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KB라이프는 지난 2023년 KB손해보험의 자회사였던 KB골든라이프케어를 인수하며 요양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습니다. 인수 직후 서울 종로구 평창동에 임대형 실버타운 '평창카운티'를 개관한 데 이어, 지난 5월에는 은평구에 도심형 요양시설 '은평빌리지'를 개소했습니다. 오는 8월과 10월에는 광교와 강동에 새로운 요양시설을 추가로 개관할 예정입니다. 기존 '서초빌리지'와 '위례빌리지'를 포함하면 총 5개 요양시설과 1개 노인복지주택을 운영하는 중입니다. 
 
신한라이프는 지난해 1월 시니어 사업 전담 자회사 '신한라이프케어'를 출범하면서, 같은 해 11월 '분당데이케어센터(주간보호센터)'를 개소했습니다. 또한 올해 초 신한라이프케어의 유상증자에 참여해 250억원을 출자하며, 오는 하반기 중 하남시에 도심형 요양시설 개소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 밖에도 2027년을 목표로 서울 은평구에 실버타운 조성을 진행 중이며, 부산 해운대에도 시니어 복합시설 착공을 위한 인허가 절차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나생명은 지난달 요양 사업 자회사 '하나더넥스트 라이프케어'를 설립하며 경기 고양시에 실버타운·요양시설·재가요양 등 요양 사업 인프라 구축에 착수했습니다. 
 
최근 우리금융지주(316140)로 합류한 동양생명(082640)과 ABL생명도 요양사업 자회사를 설립해 '시니어 하우징(주거·편의 서비스 제공 시설)'과 '시니어 케어'를 를 중심으로 한 금융서비스 모델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NH농협금융지주는 농협은행과 농협생명을 필두로 농협손해보험·투자증권·아문디자산운용·농협캐피탈·저축은행 등 7개 계열사가 참여하는 TF를 출범해 요양 사업에 진출할 예정입니다. 
 
다른 보험사 관계자는 "금융지주 계열 보험사들은 계열사 간 시너지를 통해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면서 "대형 보험사보다 비교적 규모가 작은 만큼 선제적으로 대응해 요양 사업을 공략하는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유영진 기자 ryuyoungjin1532@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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