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실손 보험료 20%↑'…금융당국 "설계문제 아냐"
2025-12-29 15:37:21 2025-12-30 08:17:26
 
[뉴스토마토 유영진 기자] 3·4세대 실손보험 손해율이 치솟으며 보험료가 최대 20%가량 인상될 것으로 알려지면서 금융당국의 책임론이 부상하고 있습니다. 1·2세대 실손보험의 손해율 문제점을 보완한다는 취지로 도입된 3·4세대 보험 설계가 결과적으로 실패했다는 지적입니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2026년도 실손보험 전체 평균 인상률은 약 7.8%로 집계됐습니다. 세대별로 △1세대 3%대 △2세대 5%대 △3세대 16%대 △4세대 20%대로 나타났습니다. 1·2세대는 지난해와 비교해 변동폭이 1~2%p에 그친 반면, 3·4세대는 여전히 높은 인상률을 기록했습니다.
 
보험사들이 3·4세대 실손보험 보험료를 유독 큰 폭으로 인상하는 이유는 도수치료와 백내장 수술 등 일부 비급여 항목에서 손해가 집중적으로 발생했기 때문입니다. 세대별 손해율은 △1세대 113.2% △2세대 112.6% △3세대 138.8% △4세대 147.9%로 나타났습니다. 일부 소비자들이 비급여 치료를 과도하게 이용하고 치료비 청구가 잦아지면서 손해율이 급격히 악화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기존 실손을 보완하고자 만든 새로운 실손이 오히려 더 골칫덩어리가 됐다"며 "비급여 항목에서 손해율이 너무 올라가서 인상할 수밖에 없다"고 전했습니다. 이어 "모든 소비자가 두 자릿수 인상률로 오르는 건 아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도수치료, 백내장 수술 등 일부 비급여 항목에서 손해가 집중적으로 발생하면서, 3·4세대 실손보험 보험료가 최대 20% 인상한다. 사진은 서울 시내의 한 대학병원에서 환자와 보호자들이 진료를 기다리는 모습. (사진=뉴시스)
 
금융당국은 1·2세대 실손보험의 구조적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2017년과 2021년에 각각 3·4세대 실손보험을 선뵀습니다. 기존 1·2세대 실손보험은 자기부담금이 낮고 비급여 보장 범위가 넓어 이른바 '의료 쇼핑'을 유발한다는 지적을 받아왔습니다.
 
3·4세대 실손보험은 과잉 진료 우려가 큰 도수치료·체외충격파치료·증식치료 등을 특약으로 분리해, 기본형만 선택한 가입자의 보험료 인상을 억제하도록 설계됐습니다. 보험금을 청구하지 않은 가입자에게는 보험료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구조입니다. 보험금 청구가 많을수록 보험료가 할증되는 구조로 개편됐지만 손해율 개선 효과는 제한적이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금융당국은 1·2세대 실손보험 가입자들의 세대 전환을 유도하기 위해 각종 유인책도 마련했습니다. 하지만 전환 유도 이후에도 손해율 악화가 이어지면서 그 부담이 고스란히 일반 가입자에게 전가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이에 실손보험 설계 전반을 심사·조율해온 금융당국의 책임론도 함께 커지고 있습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 실손보험 상품 설계 과정에서 비급여 항목을 충분히 분리하지 못해 과잉 의료 이용을 효과적으로 억제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필요한 비급여와 급여를 제대로 구분하지 못한 금융당국의 잘못도 있다"며 "설계 과정에서 필요하고 필요하지 않은 비급여 항목을 제대로 분리하지 못한 게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비급여 과잉 진료를 못 잡은 것도 손해율에 큰 영향을 미쳐 선량한 계약자에게도 전가됐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나 금융당국은 상품 설계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주장에는 선을 긋고 있습니다. 3·4세대 실손보험은 출시 당시부터 보험료가 상대적으로 낮았고, 이후 약 4년간 보험료가 동결돼왔다는 점이 이번 인상률 산정에 반영됐다는 설명입니다. 실제로 3세대 실손보험은 2017년 출시 이후 2022년 보험료가 인상됐으며, 4세대 실손보험 역시 2021년 출시된 뒤 지난해 처음으로 인상됐습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3세대와 4세대의 경우 출시 이후 3~4년간 보험금 지급은 늘어나는데, 보험료는 동결해서 그동안 인상되지 않은 비율이 반영돼서 높은 것"이라며 "앞으로 나오는 5세대 실손도 의료비 증가율이 잡히지 않는 이상 실손보험 손해율과 인상률이 높아질 수 있다"고 해명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유영진 기자 ryuyoungjin1532@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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