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김범석 없는 청문회…국회 "쿠팡 과로사·갑질" 총공세
보상안에 '헛웃음'…공정위 '끼워팔기' 들여다볼 것
못 믿을 자체조사…미국 SEC에 피해 축소 공시 논란
과로사 추정 사망 30명…입점업체 '갑질'도 도마 위
2025-12-30 16:11:37 2025-12-30 16:24:09
헤럴드 로저스 한국 쿠팡 임시 대표이사가 30일 오전 국회 과학기술방송통신위원회가 주도한 6개 상임위 연석 청문회에 참석해 선서를 하고 있다. (사진=이수정 기자)
 
[뉴스토마토 이수정 기자]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주도로 6개 상임위가 함께 개최한 '쿠팡 연석 청문회'에서는 김범석 쿠팡Inc 의장 불출석에 대한 날 선 비판이 나왔습니다.
 
의원들은 불출석 사유가 정당하지 않음에 대해 합의하고 청문회에 참석하지 않은 이들에 대한 고발 조치와 향후 쿠팡 국정조사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아울러 개인정보 유출 사태에 대한 유체이탈식 대응, 쿠팡 배송·물류센터 과로사, 판매자 대상 갑질, 불합리한 저성과자 교육 제도(PIP) 등 전방위적 문제 제기가 이어졌습니다. 
 
30일 과방위는 정무위원회·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기획재정위원회·국토교통위원회·외교통일위원회와 연석 청문회를 열고 김 의장과 그의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북미개발총괄이자 전 쿠팡 대표이사 등을 증인으로 소환했습니다. 하지만 박대준 전 쿠팡 대표를 제외하고, 쿠팡의 수장인 김 의장 형제와 강 전 대표는 끝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습니다.
 
김 의장의 연속된 불출석 통보에 국회는 격앙된 반응을 보였습니다. 박홍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질의 대신 김 의장을 향해 "김범석 의장이 직접 나서지 않는 한 국민적 분노가 가라앉지 않을 것"이라며 "어떤 대한민국 기업도 이런 적은 없었다. 김 의장은 자신의 돈벌이를 위해 대한민국 정부와 국민을 팔아먹는 행위를 하고 있다"고 강도 높게 압박했습니다. 이어 "김범석은 국민을 조롱하듯 90% 이상의 매출을 한국에서 올리면서 한국 국민을 호구로 삼았다"고 강조했습니다.
 
허울뿐인 보상안…'끼워팔기' 논란
 
이날 국회는 쿠팡이 발표한 보상안에 강한 거부감을 드러냈습니다. 쿠팡은 전일(29일) 내년 1월15일부터 피해 고객 1인당 총 5만원 상당의 구매 이용권을 지급하겠다고 밝혔는데요. 보상으로 지급되는 5만원 이용권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과 쿠팡이츠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트래블 상품 구매 이용권 2만원, 쿠팡알럭스 상품 구매 이용권 2만원 등입니다. 
 
하지만 현금이 아닌 쿠폰으로 보상을 할 경우 이를 사용하기 위해 탈퇴한 회원들은 재가입을 해야 합니다. 특히 5만원 중 4만원은 사용 빈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쿠팡트래블과 쿠팡알럭스 이용권을 끼워 넣어 사실상 계열사 마케팅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상황입니다. 쿠폰 방식으로 지급하게 되면 쿠팡의 회계상 현금흐름에도 영향을 주지 않게 됩니다. 
 
최민희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지난달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쿠팡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고 관련 청문회 추가 증인(김명규 쿠팡이츠 서비스 대표이사) 및 참고인을 채택하며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우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를 두고 공정거래법에 위반되는 행위라고 꼬집었습니다. 김 의원은 "쿠폰에 대한 보상 지급은 공정거래법으로 봤을때 끼워팔기"라며 "미국 집단소송 공정화법을 보면 쿠폰 보상은 미국 법으로도 승인 거부 당한 사안"이라고 말했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앞서 쿠팡의 유료 회원제인 와우 멤버십 가입 시 쿠팡플레이·쿠팡이츠(무료 배달)를 묶어 제공한 데 대한 '끼워팔기' 조사를 진행중인데요. 이번 쿠폰 보상안과 관련해서도 같이 검토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이날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은 "쿠팡의 끼워팔기·최혜 대우 요구 등 불공정행위 사건을 집중적으로 보고 있다"며 "1월7일 대규모 유통업법 위반 혐의를 심사하고, 상반기 중 끼워팔기 사건도 심사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주소만 1.2억건 털렸다는데…쿠팡 '3000건' 주장은 신뢰성↓
 
최근 쿠팡이 발표한 피해 규모가 3000건에 불과하다는 자체 조사 결과에 대해서도 강한 의구심을 표명했습니다. 지난 29일(현지시간) 쿠팡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조사 결과 약 3300만개의 계정에 접근이 있었지만 가해자가 실제로 저장한 데이터는 약 3000명에 대한 것에 불과하다"며 "이는 제3자와 공유되지 않은 상태에서 삭제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공시했습니다. 조사 결과가 한국 경찰 수사 내용과 다르다는 점도 공지하지 않았습니다.
 
청문회에 참석한 의원들은 유출범이 협박성 메일에서 △주소 데이터 1억2000만건 △주문 데이터 5억6000만건 △이메일 데이터 3만3000건을 들여다봤다는 내용을 지적하며, 아직 조사가 진행되는 사안에 대해 SEC에 거짓 공시를 했다고 지적했습니다. 김남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쿠팡의 셀프 조사만 믿어선 안 되고 협박 메일 문건에 나온 내용도 절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김우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쿠팡은 유출범이 3000개의 개정만 확인했고 나머지는 삭제했다고 하지만 3300만건 이상 이메일 정보가 유출된 건 이미 합동 조사단에서 확인했다"며 "쿠팡은 유출범의 노트북이 강에서 발견됐다고 했는데, 우리 수사 과정에서 명백한 증거를 보존해야 함에도 쿠팡이 증거를 훼손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고 짚었습니다.
 
쿠팡서 30명 과로사…말 안 듣는 판매자는 '입고 정지'
 
쿠팡 택배와 물류 노동자들의 과로사 문제와 판매자를 상대로 한 갑질 논란도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쿠팡 노동조합에 따르면 2020년 이후 쿠팡에서 과로사로 숨진 것으로 추정되는 노동자는 30명으로 집계됩니다. 염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노동자들이 30명이나 죽어 나간 것을 헤럴드 로저스 대표는 보고를 받았냐"고 질타하며 "알려지지 않은 사망 사고가 더 있는 만큼 노동자 사망사고에 대해 쿠팡 본사에서 책임져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정혜경 진보당 의원은 쿠팡에서 근무하다가 119에 실려 간 사람들에 대한 자료를 요청했습니다.
 
노종면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쿠팡이 입점 판매자들을 상대로 직매입(1P) 전환 압박과 이를 따르지 않으면 입고 정지를 내리며, 사실상 우월적 지위를 활용한 불공정거래를 자행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노 의원은 이날 청문회에서 이와 관련한 쿠팡 내부 직원의 녹취록을 공개하며 "의원실에서 받은 사례만 수십 건"이라며 "이미 이런 압박에 굴복하지 않은 피해자 모임이 결성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주 공정거래위원장은 "다른 사업자의 사업 방해 행위, 거래상 지위 남용 등을 검토하겠다"며 "사실이라면 공정거래법 5조 1항 ‘부당한 사업 활동 방해’, ‘거래상 지위 남용’ 등 두 가지 점에서 불공정행위로 규율할 수 있다"고 짚었습니다.
 
이수정 기자 lsj5986@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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