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 모빌리티 2.0)②‘달리는 공기청정기’ 수소 트램…도심 속 ‘혈관’으로
시간당 ‘107.6kg’ 정화…성인 107명 분량
대전·울산 도입…친환경 이미지·경제 효과
기술적·상업적 한계…확산 중단 사례 반복
“수소 가격 현실화·인프라 구축 지원 필수”
2026-02-19 14:55:24 2026-02-19 15:27:51
[뉴스토마토 박창욱 기자] 수소 트램은 ‘달리는 공기청정기’로 불립니다. 연료전지로 유입되는 공기가 필터 등을 거치며 미세먼지가 일부 걸러지는 구조이기 때문입니다. 운행 자체가 대기질 개선 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또 디젤 트램처럼 배기가스를 내뿜지 않고, 전차선이 있는 전기 트램과 달리 외부 전력 인프라 의존도를 낮출 수 있어, 미래 친환경 대중교통 수단으로 각광받고 있습니다. 게다가 교통 소외 지역 주민들의 이동 접근성도 보완할 수 있어, 향후 도시 교통망의 ‘혈관’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기대감도 커지고 있습니다.
 
울산 도시철도 1호선 수소 트램. (사진=현대로템)
 
시간당 청정공기 ‘107.6kg’ 생산
 
수소 트램은 수소연료전지 시스템을 기반으로 구동됩니다. 연료전지로 유입되는 공기는 필터와 가습기 등을 통과하는 과정에서 미세먼지가 일부 걸러지며, 정화된 산소가 수소와 반응해 전기를 생산합니다. 수소 트램이 ‘달리는 공기청정기’로 불리는 이유입니다. 업계에 따르면 트램 1대를 1시간 동안 운행했을 때 약 107.6kg의 청정 공기가 생산되는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이는 성인 약 107명이 1시간 동안 소비할 수 있는 산소량입니다.
 
온실가스 배출량도 낮은 편입니다. 수소 트램을 30년간 운영할 경우 발생하는 총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약 94.8킬로톤 이산화탄소 환산량(ktCO2e)으로 추산됩니다. 같은 기간 디젤 열차(약 199.3ktCO2e)와 전기 트램(약 111.2ktCO2e)보다 적은 수준입니다. 운행 과정만 비교하면 차이는 더 커집니다. 디젤 열차가 30년간 약 179.7ktCO2e를 배출하는 데 비해 수소 트램은 약 55.4ktCO2e에 불과합니다.
 
주행 성능에서도 효율성을 자랑합니다. 수소 트램은 약 15분 안팎 1회 충전으로 150km 이상 주행이 가능합니다. 반면 전기배터리 트램은 1회 충전에 약 60분이 소요되며, 주행 가능 거리는 20km 안팎에 그칩니다. 게다가 겨울철에는 배터리 성능 저하로 주행거리가 감소할 수 있고, 배터리 중량이 늘어날수록 효율도 떨어집니다.
 
지차체, 수소 트램 속속 도입
 
이에 지자체들도 수소 트램 도입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지자체 중에서는 대전이 세계 최초로 하이브리드 방식(수소연료전지+배터리 조합) 수소 트램을 도입합니다. 2028년 상용화를 목표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특히 해당 차량이 투입될 2호선은 총 38.8km 길이로 세계 최장 수소 트램 노선입니다.
 
국내 유일의 ‘지하철 없는 광역시’인 울산은 수소 트램 도입에 사활을 걸고 있습니다. 석유화학단지가 밀집한 울산은 지하에 가스·석유 이송 배관이 복잡하게 얽혀있다 보니 대규모 굴착이 필요한 지하철 공사가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울산은 2029년 개통 예정인 도시철도 1호선에 이어 도심 외곽을 연결하는 2호선에도 수소 트램을 도입할 계획입니다.
 
대전 수소 트램 정거장 모형도. (사진=뉴시스)
 
지자체가 수소 트램 도입에 적극적인 이유는 친환경 교통수단이라는 상징성에 더해, 도시의 새로운 랜드마크로서 관광 수요를 유도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높기 때문입니다. 또 지역 경제 유발 효과와 상대적으로 낮은 건설 비용도 주요 요인으로 꼽힙니다.
 
실제로 일반 중전철의 건설비는 km당 1000억원가량이 소요되는 반면, 수소 트램은 km당 약 200억원 수준입니다. 운영비 역시 서울도시철도 1~9호선이 km당 약 32억원인 데 비해, 수소 트램은 5량 기준 약 6억4000만원 수준입니다.
 
경제적 파급 효과도 큽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대전 트램 사업의 생산 유발 효과는 2조4590억원, 부가가치 유발 효과는 9808억원, 취업 유발 효과는 1만6190명으로 분석했습니다. 울산의 경우 생산 유발 효과 5217억원, 부가가치 유발 효과 1722억원이며, 고용 유발 효과 2423명으로 추정했습니다.
 
구조적 장점도 있습니다. 수소 트램은 지하철과 달리 대규모 굴착공사가 필요하지 않고, 전차선 가설 없이 운행이 가능해 도시 미관 개선 효과가 있습니다. 대규모 인프라 구축이 어려운 지역에도 설치가 용이하며, 저상 구조 설계로 교통약자의 접근성도 높은 편입니다. 철도업계 관계자는 “수소 트램은 친환경 도시 이미지를 강화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비용 측면에서도 경제성이 있다”며 “교통 소외 지역 주민의 접근성을 높이고 지역경제 효과까지 기대돼 지자체들의 관심이 크다”고 했습니다.
 
한계 명확…관건은 ‘수소 가격’
 
다만 수소 트램 산업의 상업적·기술적 한계도 분명합니다. 해외에서 상용화를 여러 차례 시도했지만 운영 안정성과 경제성 문제로 본격적인 확산 단계까지 이어지지 못한 사례가 반복되고 있습니다. ‘세계 최초 상용 수소 트램’으로 불린 중국 광둥성 포산-고명 구간은 2019년 12월 개통했으나, 수요 부족으로 운행이 중단됐습니다. 독일의 경우, 철도업체 EVB는 지난해 8월 연료전지 교체 모듈이 제때 공급되지 않으면서 니더작센주 수소 트램 운행을 일시 중단하고 디젤 차량을 대체 투입하기도 했습니다.
 
현대로템이 개발한 수소 트램 내부 사진. (사진=현대로템)
 
국내에서는 기술적 완성도보다 상업성 확보가 주요 과제로 지적됩니다. 업계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전국 수소 평균 판매단가는 kg당 약 9900원 수준입니다. 반면 수소버스와 화물차, 승용차는 각각 kg당 약 5000원, 4100원, 5000원가량입니다. 이는 ‘여객자동차 운수 사업법’ 등에 따라 정부와 지차제가 수소 연료 보조금을 지원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수소 트램은 적용 대상에서 제외돼 있습니다.
 
지난해 10월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허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수소 에너지를 기반으로 한 철도차량의 개발·보급을 촉진하기 위해 ‘수소 철도차량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했지만, 구체적인 진전은 이뤄지지 않은 상황입니다.
 
반면 해외 주요국은 정책 지원을 병행하고 있습니다. 독일은 자국 철도회사 지멘스가 참여하는 ‘H2goesRail’ 프로젝트를 통해 수소·연료전지 기술 개발에 1374만유로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중국은 ‘수소에너지 산업 발전 중장기 계획(2021~2035)’을 통해 핵심 기술을 확보하고 재생에너지 기반 수소 생산량을 연간 10만~20만톤으로 확대할 계획입니다.
 
이에 전문가들은 수소산업 활성화를 위해서는 우선 ‘목표 수소 가격’ 설정이 필요하다고 제언합니다. 정부가 수소 가격을 고정해야 기업들이 이를 전제로 사업 계획을 수립할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최진석 철도경제연구소 소장은 “수소 가격이 일정 수준으로 고정되면 차량 제작비, 인력 운영 규모 등 세부 전략을 구체화할 수 있다”며 “현재처럼 kg당 7000원에서 1만2000원 사이를 오가는 변동 구조에서는 사업계획서를 안정적으로 작성하기 어렵다”고 지적했습니다.
 
더 나아가 수소 트램 시장 확대를 위해서는 가격 현실화와 함께 인프라 설비 구축에 대한 지원도 필요하다는 의견입니다. 최 소장은 “자동차나 선박은 보조금 제도가 있어 비교적 가격 부담이 적지만, 트램은 그렇지 못한 상황”이라며 “수소 연료 보조금 등 부담을 낮출 수 있는 지원 체계가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이어 “철도용 수소 충전 설비는 최소 수백억 원이 들어간다”며 “이를 뒷받침할 제도적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박창욱 기자 pbtkd@etomato.com
 
*수소 모빌리티의 종착역은 결국 대륙과 대륙을 잇는 바다에 있습니다. 3편에서는 암모니아를 넘어 액화수소 운반선까지, 글로벌 에너지 물류의 판도를 바꾸고 있는 조선 3사의 기술력을 들여다봅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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