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조회수의 노예
2025-08-28 06:00:00 2025-08-28 06:00:00
'대변인의 참교육', 'OOO 기자 결국…'
 
요즘 유튜브를 둘러보면 흔히 볼 수 있는 썸네일 문구들이다. 자극적인 문구에 이끌려 내용을 클릭해보면 대통령실 브리핑 현장의 편집 영상이 '악의적인 해설'과 함께 재생된다. 대체로는 대변인을 비롯한 대통령실 관계자와 기자들이 선과 악의 구도로 대비돼 비춰진다. 
 
지난 6월, 이재명정부가 대통령실 브리핑룸에 쌍방향 생중계를 위해 4대의 카메라를 설치할 당시 제기됐던 우려가 현실이 되고 있는 모양새다. 
 
물론 대통령실의 당초 취지는 이같은 '악편'(악마의 편집) 영상들의 대량 생산을 위함은 아니었다. 국민의 알권리와 브리핑 투명성을 높이려는 것이었다. 백악관과 UN의 사례도 참조했다고 했다. 
 
하지만 두 달여가 흐른 현재 질문하는 기자를 향한 도 넘은 좌표 찍기가 문제가 되고 있다. 정부 정책에 조금이라도 비판적인 질문을 하거나, 혹은 발표자가 우호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면 해당 기자는 어김없이 조리돌림의 대상이 된다. 
 
질문을 자주 하는 매체의 기자가 등장할 때는 어김없이 '또 너구나'라는 반응이 나온다. 질문의 내용이 특별한 점이 없더라도 억지 비판의 대상으로 만든다. 
 
어느 날은 한 기자가 마스크를 쓰고 나타났더니 '카메라가 무서워 마스크를 썼다'며 조롱이 이어졌다. 해당 영상에 '감기에 걸려 전파를 우려해 쓴 것은 아닐까'라는 댓글이 달리기도 했지만, 대다수의 댓글러들은 영상 내용에 부화뇌동하며 기자를 조롱했다. 포털에 게재된 해당 기자의 사진까지 가져와 '원래 얼굴은 이렇다'며 인신공격성 발언을 하기도 했다. 
 
기자 물어뜯기의 정점은 모 매체 기자와 강유정 대변인의 설전이었다. 기자의 신상 발언 요청에 대변인은 '적절치 않은 장소'라고 완곡한 거절의 뜻을 밝혔으나, 해당 기자는 자신이 하려던 발언을 이어갔다. 결과는 모두가 알고 있듯, 그의 얼굴이 박힌 썸네일과 쇼츠가 온 유튜브를 장식했다. 일부 급진적인 정치 유튜버뿐 아니라 언론사 문패를 단 유튜브 채널까지도 '가십'으로 이를 소비했다. 
 
최근에는 기자의 이름과 얼굴만 교묘히 가린 영상도 등장했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으로 고발당했다. 추가 고발을 피하기 위해선 어쩔 수 없다"라는 비꼬는 멘트가 따라붙었다. 내용은 역시나 질문하는 기자를 면박 주는 것이었다. 
 
이렇게 자극적인 영상들이 끊임없이 재생산되는 이유는 조회수 때문이다. 소위 '좌표'를 찍는다는 영상은 적게는 수만회, 많게는 수백만회의 조회수를 기록한다. 압도적인 조회수는 두둑한 수익으로 돌아온다. 달콤한 유혹인 게다. 주로 연예인들 관련 이슈나 루머를 자극적으로 편집하는 '사이버 렉카' 행태와 다를 바 없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대통령실도 쌍방향 브리핑의 부작용을 인지한 것 같다. 이규연 대통령실 홍보소통수석은 "발표자와 기자의 질의 내용을 과도하게 왜곡·조롱하는 일부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며 "자막을 KTV에 모두 넣기로 했다"고 밝혔다. 대통령실 브리핑을 중계하는 KTV 화면에 '브리핑 영상을 자의적으로 편집·왜곡해 유포하는 행위는 명예훼손에 해당할 수 있으므로 법적 책임을 질 수 있다'는 자막이 표시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기술적인 조치만으로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기 어렵다. 브리핑 영상을 소비하는 방식이 변화하지 않는다면 결국 기자의 자유로운 질문을 제한하게 된다. 정당한 비판이 아닌 무차별적 공격으로 질문하는 기자의 자기 검열이 강화된다면 결국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간다. 국민의 알권리가 잘 지켜질 수 있게 모두의 상식적인 협조가 필요하다. 
 
김진양 영상뉴스부장 jinyangkim@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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