잼버리, 태풍 북상에 사실상 종료…K-POP으로 달래기
참가자 3만6000명 새만금 떠나 비상대피
준비 부실·컨트롤타워 부재 등 '총체적 난국'
2023-08-08 16:31:37 2023-08-08 18:37:55
 
[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태풍 '카눈'이 한반도에 상륙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참가자들이 8일 야영지를 떠나 수도권을 비롯해 8개 시·도로 비상 대피했습니다. 폭염과 준비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은 데 이어 태풍까지 겹치면서 엿새 만에 잼버리 참가자 전원이 새만금을 떠나게 됐는데요. 태풍 여파로 참가자 전원이 조기 철수함에 따라 올해 새만금 잼버리 활동은 사실상 막을 내렸습니다.
 
정부는 잼버리 대회의 피날레를 장식할 케이팝(K-POP) 콘서트에 유명 아이돌 그룹 등을 출연시키며 아쉬움을 달래는 모습이지만, 사실상 관광으로 전락하면서 잼버리 본래 취지가 퇴색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특히 행사 초반 준비 부실과 함께 폭염·위생 등 대응 미흡으로 인한 국제적 망신은 물론, '반쪽 행사'에 그쳤다는 비판은 피할 수 없을 전망입니다. 
 
새만금 잼버리 엑소더스…반쪽 전락한 국제행사
 
정부와 잼버리 조직위원회 등에 따르면 이날 156개국 3만6000여명의 참가자들은 야영장을 떠나 버스 1022대를 이용해 서울과 경기, 전북, 충남, 충북 등으로 이동했습니다. 정부는 당초 수도권을 중심으로 대부분 인원을 이동시키기로 했지만, 숙소 마련이 여의치 않아 충청권까지 권역을 넓혔습니다. 
 
앞서 세계스카우트연맹은 전날 홈페이지 공지를 통해 "오늘 오후 대한민국 정부가 제25회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 참가자 전원의 조기 철수 계획을 연맹 측에 전달했다"고 밝혔는데요. 제6호 태풍 '카눈'이 한반도를 관통할 것으로 예보되면서 내린 결정이었지만, 조기 철수로 사실상 올해 잼버리 활동은 반쪽으로 전락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잼버리 정부 비상대책반 가동을 지시했는데요. 윤 대통령은 휴가 마지막 날인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 출근해 잼버리 참가자들의 새만금 철수 상황을 점검했다고 이도운 대통령실 대변인이 전했습니다.
 
특히 윤 대통령은 "총리를 반장, 행안부 장관을 간사로 하는 비상대책반을 비롯해 정부 전체가 잼버리 행사가 종료될 때까지 최선을 다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또 국민들에게는 "150여개국 4만5000명 대원들이 고국에 돌아가면 대한민국이 어떤 나라인지 얘기할 것"이라며 "국민 한 분 한 분이 대한민국 홍보대사라는 마음으로 대원들을 대해 달라"고 당부했습니다.
 
정부는 폐영식 전날인 오는 11일 열리는 케이팝 슈퍼 라이브 공연 개최지를 전주 월드컵경기장에서 서울 월드컵경기장으로 변경키로 결정했는데요. 콘서트에 뉴진스 등 유명 아이돌 그룹이 출연키로 알려지면서 잼버리 본래 취지가 후퇴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에서 조기퇴영한 우크라이나 스카우트 대원들이 8일 오후 인천시 연수구 송도국제도시 연세대 국제캠퍼스에 도착해 짐을 찾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폴란드 대통령 방한도 취소…컨트롤타워 부재에 '총체적 난국'
 
이번 새만금 잼버리 사태를 둘러싸고 국내뿐 아니라 국외에서도 질타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준비 부족'을 넘어 '난장판', '국제적 망신' 등 개영식 이후 쏟아진 외신들의 질타는 한국 정부에 대한 불신으로 번지고 있는 모양새인데요.
 
폭염에 따른 온열질환자가 속출하자 가장 먼저 새만금 잼버리를 떠난 영국 스카우트단은 혹평을 쏟아내며 조직위에 대한 조사도 촉구했습니다. 영국 BBC와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맷 하이드 영국 스카우트연맹 대표는 "많은 대원이 모금이나 기부로 비용을 마련했다"며 "영국 스카우트 대원들이 현장 상황에 관해 계속 우려를 제기했고 일부 개선이 이뤄졌지만 너무 작고 너무 늦어 우리는 주최 측에 실망감을 느꼈다. 잼버리에 대한 독립적인 조사를 촉구한다"고 밝혔습니다.
 
차기 잼버리 유치국인 폴란드 대통령도 새만금 잼버리 대회 참석 등을 위해 방한할 예정이었으나, 취소한 것으로 전해졌는데요. 대통령실은 이에 대해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이 방한을 추진했던 건 사실이나 지금 태풍이 올라오고 있어 폐회식 이전 계획대로 하기 쉽지 않다"며 "두다 대통령 방한 시 예정된 행사도 기상 영향을 받을 수 있어 여러 가지 고려해 계획을 변경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특히 파행과 혼돈이 거듭되면서 총체적 난국을 보여준 새만금 잼버리 사태에서 윤석열정부의 컨트롤타워 부재 비판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수년 전부터 계획된 국제행사의 운영과 위기관리에서 또다시 컨트롤타워 부재를 확인시키면서 여론의 뭇매가 거셉니다. 
 
여기에 윤 대통령의 여름휴가 기간과 맞물리면서 늑장 지시 역시 도마 위에 오르고 있는데요. 지난달 폭우로 오송 참사가 발생했을 당시 우크라이나를 방문한 윤 대통령은 "서울에 가도 달라질 것 없다"며 유선으로 지시를 내리던 행태와 유사하다는 지적입니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잼버리 대회 준비 부실 감찰 목소리가 나오는 데 대해 "현재로서는 진행 중인 잼버리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고 유종의 미를 거두는 것이 정부의 가장 시급한 과제"라고 해명했습니다. 
 
지난 3일 오후 전북 부안군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야영지 내 잼버리 병원에서 온열질환자가 치료를 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