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오염수 방류 임박…명분은 워싱턴 3자 회담
일본 언론들 "이달 하순 유력…한미일 정상회담 후 시기 결정"
오염수 방류 '정당성' 획득 기회…기시다, 정상회담서 안전성 설명
2023-08-07 16:34:59 2023-08-07 19:00:29
 
[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일본 정부의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 해양 방류 시점이 이달 하순으로 윤곽을 드러냈습니다. 특히 일본 정부는 오는 18일(현지시간) 미국에서 열리는 한미일 정상회담을 오염수 방류의 정당성을 획득하는 또 한 번의 기회로 삼을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이번 정상회담에서 윤석열 대통령,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각각 개별 회담을 열고 오염수 방류 계획의 안전성을 설명할 예정입니다. 한미일 정상회담 자체가 일본의 오염수 방류를 위한 들러리 무대로 전락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8월 하순' 못 박은 일 언론구체적 시점 '첫 거론'
 
7일 아사히신문·요미우리신문 등 일본 언론은 복수의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일본 정부가 이달 말 오염수를 방류할 계획이라고 보도했습니다. 교도통신 역시 "이달 말에서 다음 달 초 사이에 해양 방류 개시를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는데요. 후쿠시마현 앞바다에서 저인망 어업이 시작되는 9월1일 이전에 방류를 시작해야 한다고 보고, 이달 하순 방류를 유력시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일본 정부는 그동안 '올여름' 안에 오염수를 방류하겠다고 강조해 왔는데요. 일본 정부 대변인인 마쓰노 히로카즈 관방장관은 이날 정례 기자회견에서 "올여름 방류 방침에 변경은 없다"며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이르면 이달 말 방류로 방류 시점을 구체화한 것인데요. 특히 일본 언론이 정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 구체적인 오염수 방류 시점을 특정한 것은 처음입니다. 
 
오는 20일 귀국하는 기시다 총리는 이후 니시무라 야스토시 경제산업상 등이 참석하는 관계 각료 회의에서 구체적인 방류 시점을 최종적으로 결정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특히 기시다 총리는 오염수 방류 시점 결정에 앞서 관계자들에게 이해를 구하는 작업도 진행할 계획인데요. 이번 한미일 정상회담을 계기로 개별 회담을 준비 중인 기시다 총리는 일본 최대 어업 단체인 전국어업협동조합연합회와도 면담할 방침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5월21일 일본 히로시마 G7 정상회의장인 그랜드프린스호텔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한미일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가짜뉴스' 대응책 제안…'정당성' 획득 기회로 삼는 일본
 
일본 언론들은 한미일 정상회담을 계기로 오염수 방류에 대한 주변국들의 우려와 반대 여론을 희석시킬 수 있을 것으로 희망하고 있습니다. 특히 일본 정부가 오염수 방류 시점을 한미일 정상회담 이후로 검토하는 데는 한국에 대한 배려가 포함됐다는 분석도 내놨습니다. 
 
아사히신문은 "일본 정부가 한미일 정상회의 전에 방류 시점을 결정하면 회담에서 방류에 대한 윤 대통령의 대응이 초점이 되고 내년 총선을 앞둔 윤석열 정부에 마이너스가 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방류를 강하게 반대하는 중국에 대해 한미일이 보조를 맞추고 있다는 점을 호소하려는 의도도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특히 일본 언론들은 "일본 정부는 국제회의에서 중국 측 주장이 과학적 근거에 기반하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해 왔다"고 전했는데요. 이는 앞서 일본이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와 관련해 이른바 '가짜 뉴스' 대책 필요성을 한미 정상에 제안할 수 있다는 전망과 맞물려 있습니다. 이 같은 분석은 일본 정부가 이번 한미일 정상회담을 오염수 방류의 정당성을 획득하는 기회로 삼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일단 우리 정부는 일본 정부의 오염수 방류 시점과 관련해 당사국인 일본이 결정할 사안이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박구연 국무조정실 국무1차장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일일 브리핑에서 "방류 여부, 그다음에 방류 시기 이건 기본적으로는 당연히 해당 국가(일본)에서 결정할 사안인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일본 정부가 이달 하순에 오염수 방류를 하려고 하는 것은 8월 중순부터 가을까지 동일본 대지진으로 피해를 본 이와테(8월)·미야기(10월)·후쿠시마(11월)현 의회 선거가 각각 실시되기 때문"이라며 "여기에 내년 1월 대만의 총통 선거, 4월 한국의 총선 등도 예정돼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방류를 막상 시작하면 국내에서는 여권 지지율이 약간 흔들릴 것"이라며 "관건은 (방류 시작 시) 국민이 체감하는 위험을 어떻게 줄이느냐, 즉 국민적 불안감을 어떻게 최대한 잠재우냐에 달려있다"고 말했습니다. 
 
전국어민회총연맹 보성군연합회 소속 어민들이 지난달 26일 오후 전남 보성군 회천면 수협위판장 앞에서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결사 반대' 손팻말을 든 채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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