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지분'으로 재건축 안건 결정?…도정법 밖 대의원 선임
이동관 후보자 배우자, 1% 지분 받아 대의원 활동
소량 지분 조합 임원, 자격 논란에 도정법 개정
"대의원, 의사결정 권한 있지만 관심 밖"
2023-08-07 06:00:00 2023-08-07 06:00:00
 
[뉴스토마토 김성은 기자]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의 배우자가 지난 2010년 서울 서초구 잠원동 재건축 아파트의 지분 1%를 받아 조합 대의원이 된 것이 알려지면서 도시정비사업에서 쪽지분 문제가 다시금 수면 위로 올라오고 있습니다. 조합 집행부 뿐만 아니라 대의원 또한 소량의 지분으로 사업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은 취지에 맞지 않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이런 방식은 이른바 '스타 조합장'을 모셔올 때 활용돼 왔습니다. 재건축 과정에서 생겨난 문제를 해결해 사업을 앞당길 수 있는 인사에게 작은 지분을 주고 조합 임원으로 영입하는 것입니다.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C 노선의 지하 통과를 강하게 반대했던 은마아파트 재건축 추진위원장이 아파트 한 가구의 0.01% 지분만을 소유한 것이 밝혀지며 문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먼저 1% 지분으로 조합원 자격을 얻는 수 있는지 살펴보면, 관련 법령에서는 하나의 주택을 여러 명이 공유지분으로 소유하는 경우 지분 크기와 관계없이 대표인 한 명을 조합원으로 보고 있습니다.
 
법제처도 "재건축 조합원 자격을 가지는 자가 조합설립 인가 후 해당 주택의 소유권 일부를 조합원이 아닌 제3자에게 양도해 해당 주택의 소유권을 공유하게 된 경우 양도인은 조합원 자격을 가진다"고 법령해석을 했습니다.
 
그러나 지분으로 조합 활동을 하며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점에서 자격 논란이 끊임없이 나오는 것은 물론 소송으로 번진 사례도 있습니다.
 
이같은 문제가 지속되자 조합 임원 요건이 강화됐습니다. 일부 개정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에 따르면, 하나의 건축물 또는 토지의 소유권을 다른 사람과 공유한 경우 가장 많은 지분을 소유한 자에 한해 조합설립추진위원 또는 조합 임원이 될 수 있습니다. 이는 지난달 18일부터 시행됐습니다.
 
"의사결정권 가진 대의원…선임은 조합 정관대로"
 
하지만 조합 임원과 달리 대의원 선임은 도정법 테두리를 벗어나는 사안입니다. 조합 정관을 따르기 때문에 각 사업지에 따라 요건이 다릅니다. 즉 법으로 제재하기 어렵죠.
 
김예림 법무법인 심목 대표변호사는 "조합원이기만 하면 대의원 임명에 별다른 규정은 없다"며 "조합 정관에 규정해 놓은 사안을 따른다"고 설명했습니다.
 
대의원회는 주민 대표로 구성된 의사결정기구입니다. 조합원이 100명 이상일 경우 조합은 대의원회를 둬야 하며, 조합원 수의 10% 이상으로 구성됩니다. 정관 변경, 자금 차입 관련 사항, 시공사 선정 등 대통령령으로 정해진 사항을 제외한 다른 안건에 대해 총회 권한을 대행할 수 있습니다.
 
김 변호사는 "총회에 올리는 안건은 대의원회에서 선행 절차를 거치며, 총회 위임으로 대의원회에서 처리하는 사안도 많다"면서 "대의원회는 총회 다음으로 권한이 있는 의결기관"이라고 말했습니다.
 
서울 서초구 반포 일대 아파트 전경. (사진=김성은 기자)
 
대의원회를 통해 사업에 영향을 미치는 의사결정을 하는 만큼 대의원도 조합 집행부에 못지않은 권한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조합 임원 이력이 있는 강남의 한 재건축 조합원은 "대의원회에서 안건이 부결되면 진행이 어렵기 때문에, 의사결정권을 가진 대의원의 권한이 약하다고 볼 수 없다"면서 "시공사 등 협력업체들이 대의원에게 먼저 접근하는 경우도 많다"고 언급했습니다.
 
그러면서 "대의원의 경우 권한은 있지만 문제 발생 시 법적 책임은 조합장 등 등기 임원이 지기 때문에 아는 사람들은 서로 하려고 하는 자리"라고 덧붙였습니다.
 
다만 대의원회가 실제 집행기관이 아닌 데다 대의원 수도 많다 보니 관심 대상에서 벗어난 측면이 있습니다. 다른 재건축 전문 변호사는 "주축 세력인 조합 임원들에게 시선이 집중되기 때문에 대의원을 제재할 필요성이 크다고 느끼지 않는 분위기"라고 전했습니다.
 
이어 "조합 관련 활동 시 거주요건 등을 둔 이유는 주민의 이해관계에서 벗어난 행위를 막기 위한 것인데, 1%의 지분을 갖고 있다면 자기 재산으로 보기는 어렵지 않느냐"며 "취지에 맞지 않는 점이 있다"고 문제점을 지적했습니다.
 
김성은 기자 kse5865@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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