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진양 기자] 방탄소년단(BTS)의 소속사
하이브(352820)가 SM엔터테인먼트(
에스엠(041510))의 최대주주로 등극하면서
카카오(035720)의 입장이 애매해졌습니다. 수 년간의 노력 끝에 SM엔터의 2대 주주에 오르며 장미빛 미래를 꿈꾼지 나흘만에 예기치 못한 암초를 만난 셈입니다. 하이브까지 가세한 SM엔터의 경영권 분쟁은 다음달 예정된 정기주주총회를 넘겨야 일단락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카카오는 10일 열린 지난해 4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카카오와 SM엔터테인먼트는 양사의 IP와 콘텐츠 기술적 역량간 결합을 중심으로 하는 포괄적 사업협력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날 오전 전해진 하이브의 SM엔터 지분 매입과 상관없이 카카오와 SM엔터 간의 시너지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계획인데요. 카카오가 지분투자를 결정할 당시와 상황이 다소 달라지기는 했지만 엔터 사업에서의 사업 확장 의지는 변함이 없다는 사실을 분명히 했습니다.
그러면서 카카오는 글로벌 뮤직 시장에서의 K팝 경쟁력 강화라는 포부를 전했습니다. 글로벌 음원 유통 협업을 통해 IP 수익을 극대화하고 글로벌 네트워크 통합을 통한 글로벌 경쟁력 강화와 아티스트 공동 기획 등을 추진하겠다는 방침입니다.
현재 건립 중인 국내 최초 음악 전문 공연장 서울 아레나에서 SM엔터의 아티스트들이 대형 콘서트를 개최할 수도 있다는 등의 비교적 구체적인 구상들도 포함됐습니다.
하지만 이 같은 청사진을 실현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 입니다. SM엔터 경영진과 카카오 연합에 반발한 이수만 전 SM엔터 총괄 프로듀서(PD)가 하이브를 우군으로 확보하면서입니다. 하이브는 이날 이 전 총괄PD의 지분 14.8%를 4228억원에 매입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했습니다. 또한 오는 3월1일까지 최대 25%(595만1829주)에 이르는 소액주주 지분을 주당 12만원에 공개매입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를 위해 하이브는 공개매수 업무를 대리하는 삼성증권에 7200억원을 예치했는데요, 이 중 3200억원은 계열사로부터 차입해 마련했습니다. 하이브가 목표한 만큼의 주식을 확보한다면 총 지분은 39.8%가 됩니다.
하이브는 이수만 전 SM엔터테인먼트 총괄 프로듀서의 지분 14.8%를 취득해 SM엔터의 최대주주가 됐다. (사진=하이브)
업계에서는 사실상 하이브에 유리한 구도가 형성됐다고 보고 있습니다. 하이브가 이 전 총괄PD의 백기사로 나선 것이기는 하지만, 그간의 사업 성과와 향후 시너지를 고려했을 때 소액주주들이 하이브의 손을 들어줄 명분이 충분하다는 것입니다. 이날 이성수, 탁영준 SM엔터 공동대표이사를 비롯한 경영진들이 "하이브를 포함한 외부의 모든 적대적 M&A를 반대한다"며 "카카오와의 전략적 파트너십은 미래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것"이라고 호소를 했음에도 판세를 뒤집기는 어려워 보인다는 것이 중론입니다.
물론 SM엔터를 품은 하이브가 카카오와도 협력의 전선을 형성할 수도 있겠지만, 하이브와 네이버와 이미 전략적 제휴 관계를 맺고 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이를 기대하기도 쉽지 않을 전망입니다.
결국 모든 판가름은 3월 말은 돼야 날 것으로 보입니다. 하이브가 공개매수를 통해 얼마만큼의 지분을 추가로 확보했는지, 카카오에 대한 유상증자 여부를 법원이 어떻게 판단할지, SM엔터의 정기주주총회에서 새로운 이사진이 어떻게 꾸려질지 등이 모두 다음달 중 결정되기 때문입니다.
이와 관련해 하이브 측은 "지분 인수 이후 구체적인 변화 등에 대해서는 추가로 확정되면 안내하겠다"고 말을 아꼈습니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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