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값 사상 최고가 행진…ETF 자금 유입 봇물
안전자산 수요 확대 속 금 ETF 수익률 최대 27%↑
개인투자자 자금 수천억원 쏠리며 자산 이동 본격화
2025-10-01 16:50:29 2025-10-01 18:30:35
[뉴스토마토 김주하 기자] 국제 금 가격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ETF(상장지수펀드) 시장으로 자금 유입이 급증하고 있습니다. 최근 한 달간 국내 주요 금 ETF 수익률이 최대 30%에 육박하면서 개인투자자 자금이 수천억 원 규모로 쏠리고 있는 것입니다. 실물 소비시장에서도 변화가 나타나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이번 흐름이 내년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습니다. 
 
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금 현물 ETF 가운데 대표 상품인 ACE KRX금현물(411060)은 이날 마감가 기준 최근 1개월간 27.32% 상승했습니다. 같은 기간 TIGER KRX금현물 역시 27.16% 급등했고 금 선물 ETF인 ACE 골드선물 레버리지(합성 H)는 22.68%, KODEX 골드선물(H)(132030)는 10.65%, TIGER 골드선물(H)(319640)는 11.09%의 수익률을 기록했습니다. 
 
특히 금 가격의 강세 흐름은 글로벌 지정학적 불확실성과 주요국 금리 인하 기대가 맞물리면서 더욱 탄력을 받고 있습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 사이클 진입 가능성이 높아지고 미·중 갈등 및 주요국 중앙은행의 금 매입 확대 등 안전자산 수요가 늘어나면서 금 가격은 지난달 한 달 동안 상승 곡선을 그렸습니다. 
 
ETF 자금 유입도 가파르게 이어지고 있습니다. 최근 1주일간(9월24일~10월1일) 개인투자자 자금은 ACE KRX금현물에 1213억원, TIGER KRX금현물에 620억원 순유입됐습니다. 최근 한 달간(9월2일~10월1일)  유입 규모는 각각 3257억원, 2291억원에 달했으며 KODEX 골드선물(H)과 TIGER 골드선물(H)에도 각각 282억원, 171억원이 새로 들어오며 투자 쏠림 현상이 한층 뚜렷해졌습니다. 세계금협회(WGC)는 "9월 글로벌 금 ETF 보유량이 약 100톤 늘어나며 지난 4월 이후 최대 월간 증가 폭을 기록했다"고 밝혔습니다. 
 
반면 단기 레버리지 전략 성격이 강한 ACE 골드선물 레버리지 ETF에서는 9월2일 기준 약 542억7000만원에서 10월1일 기준 약 441억3000만원으로 감소하며, 최근 한 달간 약 101억4000만원의 자금이 이탈했습니다. 한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레버리지 ETF는 상승 초기 수익률 극대화를 노리는 투자자들이 활용하지만, 변동성이 커지거나 상승 후반부에 접어들면 자금이 보다 안정적인 현물 ETF나 커버드콜 ETF로 이동하는 구조적 특성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국제 금값도 강세를 이어갔습니다.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거래된 금 현물가격은 이날 한때 온스당 3904.10달러까지 치솟으며 사상 처음으로 3900달러를 돌파했습니다. 12월 인도분 금 선물가격 역시 올해 1월2일 온스당 약 2670달러 수준에서 출발해 10월1일 현재 약 3904.10달러까지 치솟으며 연초 대비 약 46% 상승했습니다. 
 
국내 금 가격도 장중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습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금 현물가격은 g당 20만3000원까지 치솟으며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습니다. 1돈(3.75g) 기준 가격은 71만7412원을 돌파해 사상 최고치를 새로 썼습니다. 이는 지난해 저점(11만 2490원)  대비 70% 이상 상승한 수준입니다. 
 
국내 금 시장에서는 이른바 '김치프리미엄(국내 가격이 국제 시세보다 높은 현상)'도 다시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날 기준 국내 금 현물가격(g당 약 20만3000원)은 국제 금 가격을 환산한 수준(약 17만5700원/g)보다 약 15%가량 높게 형성됐습니다. 이는 국내 투자자들의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글로벌보다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실물 소비시장에서도 변화가 감지되고 있습니다. 귀금속 업계 관계자는 "경기 침체와 금값 급등으로 매출이 절반 이상 줄었고 기념패나 상패 제작에서도 금 사용량을 줄이거나 제외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처음 50만원을 넘겼을 때는 과열이라는 반응이 많았지만 현재는 100만원까지도 가능하다는 이야기가 나온다"며 "한 번 오른 금값은 쉽게 떨어지지 않는다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전망도 낙관론이 우세합니다. 글로벌 IB 골드만삭스는 미국 정부 셧다운 리스크와 연준 독립성 훼손 우려가 현실화될 경우 금 가격이 최대 5000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전망했으며 도이치뱅크도 내년 평균 가격 전망치를 온스당 4000달러로 상향 조정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번 금 랠리가 단순한 단기 수급 요인을 넘어 자산 시장 지형 변화와 맞물려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하재석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연준의 완화적 통화정책과 중앙은행 외환보유고 다변화, 지정학 리스크, 미국 재정 불확실성 등이 금 가격 상승 압력을 키우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최예찬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역사적으로 금의 주요 상승 사이클이 평균 24개월 동안 약 200% 상승해 왔으며 이번 랠리도 내년 말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습니다. 
 
서울 종로구의 한 금은방에서 고객이 금 거래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주하 기자 juhah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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