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대성 기자] 국내 중견 가전업체 위니아가 회생 신청 3번만에 회생절차를 개시합니다. 앞서 인수 의향서 제출에 그쳤던 사례와 달리, 이번에는 한미기술산업이 조건부 인수계약을 체결하고 100억원의 보증금 지급을 약속하면서 실질적 실행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입니다. 노조와 지역사회가 적극 지지를 보내는 가운데, 법원 결정이 내려지면서 위니아는 김치냉장고 생산 재개에 나설 방침입니다.
1일 위니아에 따르면 광주지법 제1-1 파산부는 위니아에 대한 회생절차 개시를 결정했습니다. 재판부는 지난 22일 회생심문을 종결했고 이날 개시 결정을 통지했습니다.
앞서 서울회생법원과 수원회생법원은 '인수 의향서만 있을 뿐 실질적 실행 가능성이 없다'는 취지로 회생절차 개시를 기각했지만, 이번에는 상황이 달랐습니다. 위니아 제품 총판사였던 한미기술산업이 단순 의향서가 아닌 구체적인 조건부 인수계약서를 제출한 것입니다. 법원 회생 개시 이후 한미기술산업은 100억원을 투입해 즉시 냉장고 생산라인을 재가동하겠다는 계획입니다. 이 과정에서 계약금을 활용해 협력업체에 밀린 대금 일부를 먼저 지급하고, 나머지를 생산라인 정상화에 투입한다는 구상입니다.
한미기술산업은 공장·설비·토지 등 자산을 인수하는 방식으로 위니아 회생을 진행할 계획입니다. 통매각이 아닌 자산양수도를 통해 부담을 줄이고, 일부 직원 재고용과 퇴직자 위로금 지급을 약속했습니다. 직원 250여명 중 최소 100명 이상 재고용이 조건에 포함됐으며 나머지는 퇴직금과 위로금을 지급받게 됩니다. 위니아 노조 관계자는 "지난 9월3일 회생신청을 위해 임직원 전체 대상으로 자산양수도 신청의 가부 동의를 투표한 결과 92.8% 가 찬성 했다"면서 "협력업체 채권단도 피해를 감수하고 회생 개시결정을 호소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번 심문 과정에서 재판부 역시 적극적으로 질의하며 긍정적인 모습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지역사회와 협력업체, 지자체에서 다수의 탄원서가 제출된 터라 법원 결정이 빠르게 나온 것입니다. 위니아는 김장철 매출이 연간 매출의 절반을 차지하는 만큼, 이번 회생개시 결정이 확정됨에 따라 즉시 김치냉장고 생산 재개에 착수한다는 방침입니다.
인수 주체로 나선 한미기술산업은 위니아와 오랜 인연이 있는 협력업체입니다. 과거 대리점을 운영했던 경험과 수백억 원대 자금력을 갖춘 데다, 일부 오프라인 전문점 사장들과 컨소시엄을 꾸려 내부 반감을 최소화했습니다. 경영은 전문 경영인 체제를 유지하면서도 '딤채' 브랜드와 김치냉장고 사업은 그대로 이어가겠다는 방침입니다. 이 때문에 지역사회에서는 가장 현실적인 인수 시나리오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다만 고용 문제는 여전히 과제로 남습니다. 전체 고용 승계는 어렵고 부분 고용만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노조는 "모두 사라지는 것보다 일부라도 남는 것이 낫다"면서 현실적 타협을 받아들였지만, 광주 북구청장을 비롯한 지역 정치권은 추가 고용 협의 확대를 촉구하고 있습니다.
남승대 위니아 노조 위원장은 "향후, 자산양수도 조건으로 법원 공개입찰 절차에 따라 조속히 마무리되길 희망한다"면서 "자산매각 대금은 조사 이후 그외 법원 절차에 의거한 공개입찰 후 입찰자가 없을 시 한미 컨소시엄과 우선협상 하는 방식이다. 다만 현 임금체불 및 퇴직금은 약 550억원은 미지급되므로 박영우 전 회장에게 향후 별도 청구해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한편 박영우 전 대유위니아그룹 회장은 노동자 임금과 퇴직금 수백억 원을 지급하지 않은 혐의로 1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았지만 현재 보석으로 불구속 상태에서 2심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이와 별개로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는 대유위니아 임금체불 사태와 관련해 오는 27일 국정감사 증인으로 박 전 회장과 박은진
대유에이텍(002880) 부사장을 채택했습니다.
영등포 한 대형 쇼핑몰에 위니아딤채 김치냉장고가 전시돼 있다. (사진=신대성 기자)
신대성 기자 ston9477@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나볏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