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대성 기자] 최근 중견기업들이 자사주를 소각하지 않고 교환사채(EB) 발행에 나서면서 주주가치 훼손 논란이 거세지고 있습니다. 자사주를 소각하는 것은 유통 주식 수를 줄여 주당순이익(EPS)을 높이는 대표적인 주주환원 정책으로 꼽히지만, EB 발행은 주식가치를 희석시킬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KCC(002380)는 올해 4분기 총발행주식의 9.9%에 달하는 자사주 약 88만2300주를 기초로 EB 발행을 준비 중입니다. KCC는 전체 지분의 17.24%를 자사주로 보유하고 있는데, 이 가운데 9.9%는 EB 발행에, 3.9%는 소각에, 3.4%는 사내근로복지기금 출연에 활용할 계획입니다. KCC 관계자는 "이익 환원과 기업 경쟁력 강화를 병행해 모든 이해관계자의 이익을 균형 있게 도모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교육 기업
대교(019680)도 최근 약 50억원 규모의 EB 발행을 결정했습니다. 교환 대상은 자사주 196만15주로 발행주식총수의 2.31%에 해당합니다. 대교는 조달한 자금을 자회사 대교뉴이프의 유상증자에 투입해 장기요양 사업을 강화하겠다는 전략입니다.
가전업체 쿠쿠전자의 모회사
쿠쿠홀딩스(192400)는 903억원 규모의 첫 EB를 발행하면서 주식총수 대비 6.5%에 달하는 자사주 231만1542주를 처분했습니다. 발행 대상자의 교환 청구 기간은 오는 29일부터 2030년 9월16일까지입니다. 회사 측은 "중장기 성장 기회를 선제 확보하기 위해 EB 발행을 단행했다"고 강조했습니다.
침구기업
웰크론(065950) 역시 지난 19일 23억원 규모의 EB 발행을 결정했습니다. 교환 대상은 발행주식의 3.5%에 달하는 자사주 98만4781주입니다.
문제는 이러한 EB 발행이 주주가치 훼손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입니다. 정부와 여당은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담은 상법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는데, 기업들이 법 시행 전 이를 회피하기 위해 자사주 기반 EB 발행을 서두른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앞서
태광산업(003240)은 EB 발행을 시도했다가 주주 반발과 가처분 소송으로 계획을 철회한 바 있습니다.
EB는 기업이 발행하는 채권으로, 채권과 주식의 성격을 동시에 지닌 금융상품입니다. EB 투자자는 채권 이자를 받으면서도 특정 시점에 주식으로 교환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집니다. 주가 상승 시 교환권을 행사해 시세차익을 얻을 수 있고, 주가가 오르지 않으면 원금을 돌려받을 수 있어 안정성과 수익성을 동시에 갖춘 상품으로 평가됩니다. 하지만 자사주를 활용한 교환사채 발행은 일반주주들에겐 악재로 작용합니다. 향후 주식 수가 늘어나기 때문에 EPS가 낮아지고, 장래에 주식이 시장에 대량으로 풀릴 경우 주가 하방 압력을 키울 수 있습니다.
김대종 세종대 교수는 "자사주 소각 압박을 피하기 위한 EB 발행은 사실상 자사주의 매각 효과와 유사하다"면서 "향후 주식으로 전환될 경우 기존 주주의 지분이 희석되고 주가 하락 압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기업 입장에선 단기 자금 조달 효과가 있지만, 일반 주주들에게는 불리한 구조다. EB나 전환사채(CB)는 본래부터 자본 이득을 노린 기업들이 많이 활용해온 수단이고, 주식 수를 늘려 EPS를 희석시키는 결과를 낳는다"고 강조했습니다.
지난달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에서 상법 일부개정법률안(2차 상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사진=뉴시스)
신대성 기자 ston9477@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나볏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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