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게임중독 정신질환' 입소자, 주진단은 '알코올중독'
복지부 "게임중독만으로 입소한 사례는 없어"
함께 판정받은 주진단 모두 '알코올중독'
알코올중독자 통제력 상실을 게임중독과 함께 판정
복지부, 시행령에 '게임중독' 포함 이유 몰라
학계 "행정편의주의적 인권유린" 비판
2025-10-01 16:07:46 2025-10-01 17:50:21
[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정신질환자 재활시설의 게임중독 판정자 주진단명이 모두 '알코올중독'인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주무 부처인 보건복지부는 '게임중독'의 근거를 제시하지 못한 채 관련법에 따라 재활시설을 관할하고 있습니다. 
 
8월24일 도쿄 시부야 파르코 백화점 6층 닌텐도 도쿄에서 손님들이 '마리오 카트 월드'를 즐기고 있다. (사진=이범종 기자)
 
'중독' 있지만 '근거'는 몰라
 
1일 조승래 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관련법 시행령의 시행일부터 중독자 재활시설별·연도별 게임 중독 판정·치료 인원에 대한 질의에 "현재 게임중독만으로 입소한 사례는 없다"며 말을 아꼈습니다. 
 
이에 게임중독과 함께 판정받은 질환을 묻자 "모두 '알코올중독'이 주진단이며, 주진단과 함께 정신과 전문의의 소견이 있거나 게임중독 증상이 있다"고 답변했습니다. 
 
중독자 재활시설은 알코올·약물·게임 중독에 따른 정신질환자 치유 재활시설입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이 시설은 지난해 8월 기준 서울 등 네 곳에 있습니다. 해당 시설에서 지난 5년간 알코올중독자가 게임중독 판정을 함께 받은 사례는 총 일곱 건입니다. 2020~2022년 각 두 건, 2023년 한 건이고 2024년부터는 없습니다. 
 
보건복지부가 밝힌 게임중독 판정 사례 증상은 △게임에 대한 통제력 상실 △게임으로 인한 중요한 일정 수행 불능 △대인관계보다 게임을 중요시하는 경우입니다. 엉덩이가 짓무르거나 건강에 이상이 있어도 새벽까지 게임을 하거나 직장에 결근하고, 위생 관리가 어렵다는 점 등을 사례로 들었습니다. 
 
하지만 보건복지부가 밝혔듯이 해당 인원의 주진단은 모두 '알코올중독'입니다. 매체의 독자적 중독성이 아닌 알코올중독자의 통제력 상실을 게임중독 판정 사례로 든 겁니다. 게다가 세계보건기구(WHO)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의 국내 적용 여부는 아직 결정되지도 않았습니다. 복지부가 공개한 진단 도구도 없습니다. 
 
보건복지부가 조승래 의원실에 보낸 답변. 복지부는 게임 중독 판정자에 대해 "현재 게임 중독만으로 입소한 사례는 없다"고 즉답을 피하다, 게임 중독과 함께 판정받은 질환을 묻자 "모두 '알코올 중독'이 주진단"이라고 답했다. (자료=보건복지부·조승래 의원실)
 
그럼에도 이미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정신건강복지법) 시행령'은 게임·알코올·약물 중독을 '정신질환'의 원인으로 지목하고 중독자 재활시설 종류도 구분하고 있습니다. 
 
동법 시행령 제16조는 정신재활시설 중 '중독자 재활시설'을 "'알코올중독, 약물중독 또는 게임중독 등으로 인한 정신질환자' 등을 치유하거나 재활을 돕는 시설"로 규정합니다. 보건복지부는 2009년 3월18일 신설한 시행령 제4조의2(현 16조)에 정신질환자 사회 복귀 시설 종류가 추가돼 게임중독이 들어갔다고 의원실에 설명했습니다. 
 
당시 시행령은 중독자 재활시설을 "알코올·약물 등 유해 약물이나 도박·인터넷 게임 등 유해 행위에 의존하거나 그 유해 약물이나 유해 행위를 남용해 중독된 정신질환자를 치유하거나 재활을 돕는 시설"로 정의했습니다. 
 
그렇다면 애초에 게임중독이 정신질환에 포함된 이유가 궁금해지는데요. 조승래 의원실은 게임중독을 정신질환에 포함시킨 이유를 보건복지부에 물었으나 담당자 부재와 공석 등을 이유로 두 달째 답변을 듣지 못하고 있습니다. 
 
9월12일 용산 도파민 스테이션 내 플레이스테이션 매장 플레이샵에서 '마블 스파이더맨 2'와 '데스 스트랜딩 2' 디스크·듀얼센스가 진열돼 있다. (사진=이범종 기자)
 
'게임이용장애' 인용해 답변하기도
 
보건복지부는 정신건강복지법 소관 부처지만 게임중독의 근거를 명확히 밝히지 못하고 있습니다. 앞서 본지는 2024년 8월 보건복지부에 정신건강복지법 시행령상 게임중독의 정의와 근거를 물었는데요. 보건복지부는 WHO가 규정한 게임이용장애의 정의를 인용해 보냈습니다('게임 중독 정신질환' 근거 모르는 복지부). 올해와 지난해 보건복지부 답변을 종합하면, 2009년 만들어진 '게임중독 등으로 인한 정신질환자'의 근거가 10년 뒤인 2019년 WHO에서 만들어졌다는 뜻이 됩니다. 
 
복지부는 시행령 근거를 모른 채 중독자 재활시설을 관할하고 있습니다. 각 시설 인건비와 운영비는 지자체가 지원합니다. 하지만 정신재활시설장이 만든 시설 현황 조사표는 시·도지사를 거쳐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보고됩니다. 지자체장의 정신재활시설 지도·감독 결과도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보고해야 합니다. 
 
보건복지부조차 근거를 모르는 시행령은 법안 개정에도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청소년 보호법상 '게임중독'을 '게임 과몰입'으로 고친다는 조승래 의원 개정안에 대해, 여성가족위원회는 해당 시행령의 '게임중독에 따른 정신질환자'를 근거로 현행 체제 유지 필요성을 고려해 논의해야 한다는 입장을 냈습니다. 
 
학계에선 행정편의주의라는 비판이 거셉니다. 이장주 이락디지털문화연구소장은 "게임중독에 대한 의학적 논의가 2013년에 시작됐는데 그 전에 게임중독을 정신질환자로 규정하고 알코올·도박 등 중독자와 함께 수용하는 건 행정편의주의적 인권유린"이라며 "게임·도박·알코올은 기전이 다르기에 달리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게임중독만으로 입소한 사례가 없는 점에 대해서는 "현재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도입이 얼마나 실효성이 없는지 보여준다"라며 "이런 상황에서 전국민의 70%가 이용하는 게임을 질병코드화한다는 것은 대안 없이 환자만 양산하겠다는 것으로밖에 해석되지 않는다. 비합리적이고 비효율적인 게임중독 프레임을 멈추길 바란다"고 했습니다. 
 
8월22일 도쿄 아키하바라 요도바시 카메라 내 엑스박스 매장. (사진=이범종 기자)
 
법조계에서도 복지부가 독자적 판단으로 게임을 알코올·약물과 똑같이 취급하는 행태를 지적합니다. 이철우 변호사(한국게임이용자협회장)는 "중독관리 통합지원 업무 대상으로 법률에 없는 '게임'을 추가해 일선 센터 업무를 추진한 사례도 있는데, 헌법상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기본권 제한은 법률에 근거해야 하고 달성하려는 공익과 제한되는 사익 간 균형을 고려해야 한다'는 취지의 '법률 유보의 원칙'과 '비례의 원칙'을 위반했다"며 "창작자들의 창작 표현·영업의 자유, 게임 이용자들의 문화향유권·행복추구권을 제한하는 것이며 다른 문화예술 콘텐츠와 비교할 때 합리적 이유 없는 평등권 침해"라고 말했습니다. 
 
또 "종합적으로 문화예술에 대한 규제를 최소화하고 진흥을 장려해야 한다는 헌법상 문화 국가의 원리에 위배된다"고 덧붙였습니다. 
 
조승래 의원실 관계자는 "게임중독이 국내에서 질병코드로 등재되지 않도록 계속 관심 갖고 신경 쓰겠다"고 말했습니다. 
 
이범종 기자 smil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나볏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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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기사 잘 보고 있습니다. 게임 질병화에 관한 기사 많이 써주세요.

2025-10-01 17:05 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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