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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09월 30일 14:27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철강산업이 저성장 국면 고착화 현상으로 탈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중국발 저가 철강 물량공세가 세계적 현상이 되면서 악재는 심화되는 모습이다. 위기는 산업 가장 아래에 있는 업체의 붕괴부터 시작되고 있다. 철강산업 침체는 지역 경제의 침체로 이어지는 등 경제적 충격이 크다. 이에 정부는 철강산업 구조조정 계획을 구상하는 등 위기 확대를 막기 위해 칼을 빼들었다. 철강 구조조정의 본질은 구조적으로 낮아진 수요에 맞춰 공급을 줄여 생존력을 강화하는 것이다. 과거 황금기가 돌아오지 않을 것이란 비관론이 팽배하지만, 모든 산업의 근본이라는 점에서 철강산업은 반드시 살아남아야 하는 산업이다. 이에 <IB토마토>는 철강산업 침체 현실을 살펴보고, 철강 지원 정책의 실효성과 구조조정이 반드시 성공해야 하는 이유를 탐색해 본다.(편집자주)
[IB토마토 정준우 기자] 국내 철강산업이 수익성이 높은 지역으로 생산량을 확대하고 있다. 이러한 전략은 자연스럽게 국내 철강 생산량 구조조정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정체된 내수 철강시장은 생산량 구조조정으로 효율성을 도모하고, 신흥국에는 투자를 늘려 새로운 수요를 창출할 수 있다. 이러한 전략은 과거 일본의 사례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현재 국내 철강산업에서 나타나고 있는 흐름이 과거 일본 철강산업에서 나타난 현상과 유사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포항 철강산업단지 전경. 사진은 기사내용과 무관함(사진=연합뉴스)
멈추는 설비…해외 시장 투자 확대
30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철강업계는 해외 등 투자를 확대하는 추세다. 포스코는 인도에 합작투자 형태로 연간 600만톤 규모의 제철소를 건설하기로 결정했다. 현대제철은 미국에 약 8조원을 들여 전기로 제철소를 건설한다.
인도는 철강 수요가 빠르게 성장하는 시장이다. 지난 2020년 인도 철강 수요는 연간 1억톤 마만이었지만 지난해 수요는 1억3000만톤을 넘어선 것으로 파악된다. 미국은 자국 제조업을 되살리는 과정에서 현지 철강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수익성이 높은 시장으로 알려져 있다. 두 국가 모두 일정 수준 이상의 수익성이 보장된 시장이다.
반면 국내 조강 생산량은 줄어드는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 올해 철강 생산량도 지난해 대비 감소할 가능성이 높다. 국내 철강 수요는 정체됐고, 중국산 등 수입산 철강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아울러 관세 장벽 등으로 수출길이 막히면서 철강 생산량을 줄일 이유가 커졌다.
국내 철강수요는 2022년부터 지난해까지 연간 5400만톤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이에 올해 상반기 포스코를 제외하고 국내 주요 철강사의 영업이익은 지난해 상반기 대비 일제히 감소했다.
세계철강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조강 생산량은 6360만톤으로 2023년 생산량(6670만톤) 대비 4.6%가량 감소했다. 철강산업을 둘러싼 환경 변화로 자연스럽게 생산량 구조조정이 이뤄지는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철강업체는 생산량을 조정하기 위해 설비 폐쇄 등 조치를 이어가고 있다.
포스코는 지난 2023년 1제강공장을 폐쇄했고, 지난해 11월에는 1선재공장도 폐쇄했다. 아울러 현대제철은 지난 6월 포항 2공장 가동을 무기한 중단했고, 단조 생산 자회사 현대IFC 매각 작업을 진행 중이다. 또한 철근업체들은 올해 가동률을 대폭 낮추며 생산량 감축에 들어갔다. 생산량 구조조정 효과는 올해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계획된 국내 철강업체의 해외 투자 계획 등을 살펴보면, 장기적으로 해외 생산량 증가는 예정된 수순이다. 신흥 시장을 중심으로 투자가 확대되는 추세를 고려한다면 해외 생산 비중 확대는 국내 철강업체에게 성장 동력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체된 시장 돌파구…일본 사례와 유사
이러한 국내 철강산업의 흐름은 과거 일본 철강산업의 흐름과 유사하다. 내수시장 의존도가 높은 일본은 자국 내 철강 수요가 정체되자 철강업체 간 합병으로 자국 시장 수익성 저하를 방어했다. 동시에 일본은 해외 철강 생산량을 늘리고 있다.
일본 최대 철강사인 일본제철은 지난 2012년 일본 3위 철강사인 스미토모 금속을 합병하고, 2017년 일본 4위 철강사인 닛신제강을 인수했다. 이를 통해 자국 내 경쟁 강도가 낮아지는 등 수요와 공급이 정리됐다.
자국 내 철강사 사이의 인수합병이 마무리된 후 일본제철은 2019년 인도 제철소를 인수했고, 지난해부터 미국 최대 철강업체인 US스틸 인수를 추진 중이다. 수익성이 높은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이 현재도 진행 중이다. 장기적으로 일본은 자국 내 철강 생산량을 수요 이하인 4000만톤대로 줄이고, 해외 생산량을 늘려 총 1억톤 이상의 철강 생산량을 계획하고 있다.
국내 철강업계도 일본의 사례를 따라 갈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국내 철강시장의 상황이 과거 일본의 사례와 비슷하기 때문이다. 업계 일각에서도 경쟁이 심한 국내 철강시장보다 수요가 높은 해외 시장에 집중하는 방안이 효율적이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종형 애널리스트는 보고서를 통해 “일본의 내수 철강수요가 한국보다 먼저 쇠퇴기에 접어든 상황에서 신흥국에 적극적인 투자를 통해 성장을 추구하는 일본제철의 전략을 국내 철강사도 참고해 볼 가치가 있다”라 말했다.
정준우 기자 jw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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