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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09월 30일 16:50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권영지 기자]
엠에스오토텍(123040)이 단기 자금난을 막기 위해 ‘최대주주 지분 전량 담보’라는 극단적 선택을 내놨다. 사채 상환 압박에 몰려 마련한 조치지만, 이로 인해 회사는 경영권 불안이라는 부담을 떠안게 됐다. 당장은 유동성 확보를 통해 숨통을 틔웠지만, 차입 확대와 금융비용 증가가 이어지는 구조 속에서 장기적인 재무 안정성을 담보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사진=엠에스오토텍)
사모사채 발행 위해 최대주주 지분 100% 담보
3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엠에스오토텍은 최대주주인 송혜승 씨(이태규 대표이사의 친인척)가 보유한 주식 1143만여주(지분율 18.26%) 전부를 담보로 내놓고, 회사가 발행하는 42회차 사모사채(1300억원 규모) 조달에 나섰다. 담보설정 금액은 사채 총액의 120%인 1560억원으로 책정됐다.
엠에스오토텍은 이번 담보제공이 일시적 조치에 불과하다는 입장이다. 공시에 따르면 34·35회 교환사채 상환 이후에는 해당 담보 계약을 해지하고, 새로운 질권 설정 절차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명시했다. 다만 교환사채 상환 후에도 악화된 수익성으로 인해 차입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이는 만큼 이번 조치가 문제를 잠시 동안만 봉합하는 수준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로 엠에스오토텍의 차입규모는 현금성자산 규모를 크게 상회하고 있다. 상반기 말 기준 현금및현금성자산은 1511억원, 단기금융상품은 859억원으로 합계 약 2370억원을 보유하고 있지만, 단기차입부채만 3041억원에 달해 보유 현금으로 당장 만기를 앞둔 부채 상환 자금을 충당하기에도 빠듯한 상황이다.
이 가운데 엠에스오토텍의 이번 자금 조달은 30일로 예정된 교환사채 상환 일정과도 맞물려 있다. 엠에스오토텍은 34회차 교환사채 600억원, 35회차 교환사채 550억원 등 총 1150억원을 상환해야 한다. 당초 해당 사채들의 만기는 2029년 4월로 반기보고서에는 비유동부채의 '장기차입금(사채 포함)' 계정에 기록돼 있지만, 회사가 채권자와 협의를 통해 조기상환(만기 전 취득)을 진행하게 되면서 사채 보장수익률이 12.5%로 인상됨에 따라 재무부담을 덜기 위해 해당 교환사채 잔액을 일시에 조기상환하게 됐다.
특히 엠에스오토텍의 올해 상반기 이자비용은 274억원으로, 전년 동기 206억원보다 크게 불어났다. 올 상반기 영업이익이 297억원에 불과했던 점을 고려하면, 이자비용이 영업이익을 대부분 잠식한 셈이다. 사실상 벌어들인 돈이 금융비용으로 빠져나가면서 본업을 통한 이익 창출이 자금조달 비용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이는 단순히 단기 유동성 문제를 넘어 회사의 중장기적 재무 건전성을 위협하는 신호로 읽힌다.
채무 불이행 시 담보권 실행…경영권 분쟁 가능성도
더 큰 문제는 이처럼 벌어들인 수익이 죄다 이자비용으로 빠져나가게 되는 상황이 지속되면 계약에 따라 사모사채의 담보권이 실행돼 최대주주인 송혜승 씨는 보유 지분을 모두 상실해 최대주주 지위에서 물러나게 된다는 사실이다.
공시에 따르면 담보권 실행 조건은 ‘채무 불이행으로 인한 기한이익 상실’이다. 여기서 지목하는 채무는 이번 사모사채 발행과 직접적으로 연결된 원리금 상환 의무뿐 아니라, 이자·연체이자·부대비용 등 계약서에서 규정한 금융채무 전반을 포괄한다. 즉, 회사가 약정된 기일에 원리금을 제때 갚지 못하거나 이자 지급 등 의무를 위반하면 곧바로 ‘기한이익 상실’이 발생한다. 기한이익이란 채무자가 약정된 만기일까지는 상환을 유예 받는 권리를 뜻하는데, 불이행이 생기면 이 권리가 사라지면서 채권자가 즉시 전액 상환을 요구할 수 있게 된다.
따라서 엠에스오토텍이 단기 상환 부담을 제대로 감당하지 못할 경우, 곧바로 담보권 실행으로 이어져 최대주주 지분이 외부로 넘어가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담보 제공은 경영권 안정성 측면에서 적지 않은 파장을 낳을 것으로 보인다. 최대주주 지분을 100% 담보로 설정했다는 점에서, 향후 채무 불이행이 발생할 경우 경영권이 외부로 넘어갈 수 있는 구조가 됐기 때문이다. 단기 차입부담이 큰 상황에서 만일 변제에 차질이 발생한다면, 최대주주 지위가 상실되고 경영권 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업계 안팎에서는 엠에스오토텍의 우호 지분 확보 전략이 부재할 경우, 외부 자본 유입이 곧 경영권 변동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특히 이태규 대표이사가 8.37%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지만, 이번 조치로 최대주주의 지분 방어력이 약화되면서 경영권 불안정성이 한층 높아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대해 엠에스오토텍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그렇게 해석될 수 있는 여지는 충분히 있지만 우호지분 확보를 위해 투자자들과 긴밀히 소통 중이며 자세한 내용은 아직 밝힐 수 없다”라고 말했다.
권영지 기자 0zz@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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