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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09월 26일 15:54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정준우 기자] 기업 가치를 제대로 평가하려면 국내 산업 분류 체계를 더 세분화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최근 지상방산 업체들이 약진하면서 상대적으로 항공방산과 발사체 기업은 주목을 덜 받고 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이미 높은 가치를 인정받는 기업이 더 큰 가치를 끌어올리는 쏠림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다만 현행 제도상 산업 분류를 세분화할 수 있는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KAI)
지상방산 업체와 함께 분류
26일 업계에 따르면 현재 국내에서는 동종업계 기업간 가치 비교 시 WICS(WISE 국제 산업 분류 표준)가 사용된다. WICS(WISE 국제 산업 분류 표준)는 국제 산업 분류 표준인 GICS를 국내 사정에 맞게 개량한 분류 기준이다.
투자, 기업가치 평가 시 피어그룹을 설정해 동종업체와 비교하는 것은 필수적이다. 업계에 따르면 자금 조달, 상장 시 사업의 특성을 반영한 가치 조정이 이뤄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지난 방산업체 상장 과정에서 동종업체 선정은 포괄적이라는 지적도 있었다.
방산 카테고리에 포함되는 기업이 포괄적이다보니 상대적으로 시장의 관심이 높은 업체가 꾸준히 시장의 관심을 지속적으로 더 받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에 성장성 지표가 우수함에도 불구하고 시가총액에서 상대적으로 불리한 상황에 처했다.
일례로 방산 장비 등 지상방산 업체인
LIG넥스원(079550)과
한국항공우주(047810)(KAI)를 비교하면, LIG넥스원의 올해 상반기 EV/EBITDA 비율은 110 수준이고, KAI는 93 내외 수준이다. EV/EBITDA가 높다면 현재 현금흐름 대비 기업가치가 높게 평가됐다는 의미다.
그러나 시가총액 성장률은 LIG넥스원이 월등히 높았다. 상대적으로 지상방산 업체가 더 고평가됐음에도 투자 수요는 이미 높아진 지상방산 업체에 쏠린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9월부터 현재까지 LIG넥스원 시가총액은 최대 3.1배 올랐다. 반면 KAI의 시가총액은 최대 2.3배가량 올랐다.
별도 분류 후 가치 평가 어려워
다만, 현행 체계상 KAI 등 항공우주 전문 기업을 별도로 떼어내 분류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WICS의 기초가 국제 표준을 토대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사업 변화 등에 따라 분류된 기업을 편입하고 제외하는 작업은 이뤄지는 수준에서 조정이 이뤄진다.
업계에 따르면 사업 영역이 특화된 업체일수록 비교 대상군을 찾기 힘들어 정확한 기업가치를 파악하기 어렵다. 가령 지상방산의 경우 대량 생산이 가능하고, 제작 기간이 항공방산에 비해 짧다는 특징이 있다.
이에 지상방산 업체는 항공방산에 비해 수주에서 제품 인도까지 걸리는 기간이 상대적으로 짧기 때문에 현금 유입이 활성화된다. 반면, 항공방산은 수주 기간이 길고 현금 순환 주기도 장기간에 걸쳐 이뤄진다. EV/EBITDA 비율 등 향후 기대감 측면에서 항공방산이 주목을 받고 있지만, 실제 기업 가치에 반영되는 정도는 적는 상황은 사업 특성 고려가 배제된 분류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국내 증권사 등에서는 독자적으로 분류를 세분화해 기업가치를 비교하고 있다. 각 사업군별로 기업의 수가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해외 기업과 가치 비교를 하는 방식이다. 국내에서는 KAI 등 업체를 두고 해외 업체와 비교한다.
같은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끼리 비교해야 상대적으로 열위해보이는 착시 효과를 제거하고, 정확한 비교를 할 수 있다는 인식이 작용했다는 평가다. KAI는 미국 록히드 마틴, 이탈리아 레오나르도 등이 비교대상 기업으로 꼽힌다.
한편 KAI의 올해 PER(주가수익비율)은 41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동종 해외 업체와 비교했을 때 높은 편으로 평가된다. 미국의 록히드 마틴은 올해 16.9, 영국의 BAE시스템즈는 25.1, 스웨덴 사브는 47.3을 기록했다. 미국 업체가 낮은 평가를 받은 배경에는 미국 정부의 방위비 지출 감소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전투기 등 국내 항공방산 사업에서 KAI는 지위가 독특하기 때문에 가치 평가 측면에서 정확도를 기하기 위해 해외 항공방산 업체와 비교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다만, 일반적인 인식과 별개로 신용평가 등 정확한 가치 평가가 필요한 경우 항공방산 사업의 특성을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말했다.
정준우 기자 jw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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