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노멀 된 고환율…산업계 ‘먹구름’
‘강달러’ 수출 효과는 ‘옛말’…비용 부담 우려
산업별 ‘고환율’ 온도차…재무 악영향 가능성
“고환율 고착화, 산업 전체 득보다 실이 많아”
2025-11-25 16:33:28 2025-11-25 16:43:55
[뉴스토마토 배덕훈 기자] 원·달러 환율이 고공행진을 이어가며 1500원대를 위협하는 가운데, 이젠 뉴노멀이 된 고환율의 먹구름이 산업계 전반에 드리우고 있습니다. 일부 수출 주력 업종은 강달러에 가격 경쟁력 강화 등 긍정적 효과가 기대되지만, 이는 일시적 수혜일 뿐 장기적으로는 원자재 수급 비용 증가 등 부담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까닭입니다. 또한 산업계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관세정책 전후로 대미 투자를 대폭 늘린 상황에서 고환율 고착화로 인한 추가 비용 지출 가능성도 높습니다
 
25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5일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이날 종가 기준 1472.4원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전날(1477.1) 대비 소폭(4.7) 하락했지만, 1470원 선에서 등락을 거듭하며 상승 압박을 받는 모습입니다. 올해 들어 환율은 쉽사리 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특히 지난달 한국의 실질실효환율 지수는 89.09로 금융위기 때인 20098월 말(88.88) 이후 162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원화의 실질 가치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저로 추락한 셈입니다
 
수출이 주력인 한국 산업계는 그동안 국내에서 생산한 제품을 해외에 판매하는 구조로 인해 환율이 상승할 경우 수익성 증가라는 긍정적 효과를 누려왔습니다. 하지만 대기업을 중심으로 해외 투자가 늘어나면서 이러한 공식이 더는 통용되지 않고 있습니다. 현지 생산, 현지 판매 비중이 증가하면서 고환율에 따른 수혜를 온전히 누리기 어려워진 까닭입니다. 오히려 트럼프 2기 행정부 관세정책 이후 주요 기업들이 대미 투자를 대폭 늘리면서 막대한 투자비 증가와 늘어난 현지 인건비 등 비용 부담의 압박만 커지는 모습입니다
 
또한 한국 산업계 대부분이 원자재를 수입해 가공한 뒤 다시 수출하는 수입유발형수출 구조를 가진 만큼 고환율이 장기적으로 기업의 비용 부담을 가중시킨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수입 원자재 가격은 환율일 오른 만큼 곧바로 늘어나 기업들의 부담으로 직결되지만, 완제품 수출 가격은 시장 구조상 즉각적으로 상승 반영이 어렵기 때문입니다
 
한국무역협회는 지난 4‘2025년도 수출기업 금융애로 및 정책 금융 개선 과제보고서에서 통상 환율이 상승하면 수출 채산성이 개선될 수 있지만, 동시에 원자재 구매 비용 및 운임 상승으로 높은 환율이 오히려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협상력이 낮은 중소·중견기업의 경우 수입 원부자재 비용이 증가하는 동시에 환율 상승을 이유로 바이어가 납품 단가 조정을 요청하는 이중고에 시달릴 수 있다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경기도 평택항에 수출용 컨테이너가 세워져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산업별 고환율 온도차…공통된 우려
 
각 산업별로 온도차는 있지만 고환율 고착화에 따른 우려의 지점은 비슷합니다. 특히 해외 투자비의 부담이 커질 우려와 함께 원자재 가격 상승 등의 요인이 기업 재무 상황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시각이 많습니다
 
먼저 한국의 주력 수출 업종인 전자·반도체 업계의 경우 고환율은 일단 긍정적으로 작용합니다. 판매한 제품 대금을 주로 달러로 받는 구조로 환율이 오르면 실적 개선에도 긍정적인 영향이 예상되기 때문입니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LG전자 등 대표적인 전자·반도체 기업은 주력 제품의 수출 의존도가 높기에 실질적 수혜가 예상됩니다
 
다만, 현지 공장 설립 등 해외 투자가 늘어난 상황에서 고환율이 그다지 반갑지만은 않습니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스 주 테일러에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공장을 짓고 있는데, 환율이 1400원에서 1500원으로 100원 상승할 경우 단순 계산으로 투자비는 238000억원에서 255000억원으로 17000억원가량 늘어납니다. 미국 인디애나주의 패키징 공장을 건설 중인 SK하이닉스 역시 수천억 원의 투자비 증가가 예상됩니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한국에서 생산된 반도체의 대부분이 해외로 수출되는 구조로 환율 상승에 따른 이익이 기대된다면서도 해외 투자 사업장과 현지 인건비 등 투자 비용의 부담이 다소 있긴 하지만, 일회성 비용인 만큼 사업에 큰 차질을 빚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자동차업계도 수출을 주력으로 하는 만큼 일부 혜택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특히 미국 관세정책 여파로 인해 실적 측면에서 상당한 손실을 본 만큼, 환율 상승분이 손실을 상쇄할 것이라는 의견도 있습니다. 다만 올해부터 4년간 미국에 260억달러를 투입할 예정인 현대차그룹의 경우 고환율 장기화 시 투자 비용 증가 등 재무 부담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경기도 평택항에 수출용 자동차가 세워져 있다. (사진=연합뉴스)
 
철강과 석유화학·정유업계 등 중후장대는 시름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이들 업계 모두 원자재를 수입해 가공한 뒤 판매하는 산업 구조로 원자재 가격에 민감한 까닭입니다. 특히 철강업계는 관세와 경기 침체, 중국발 저가 공세 등 여러 악재를 안고 있는 만큼 고환율에 따른 영향을 면밀히 예의 주시하는 모습입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원료의 대부분을 해외에서 조달하기 때문에 환율 변동성에 있어서 민감하다환율 병동성에 대한 영향을 적게 받기 위한 자구책 등을 마련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습니다
 
석유화학업계도 상황은 비슷합니다. 수출 규모가 상대적으로 크기에 고환율이 긍정적으로 작용하기는 하지만 최근 글로벌 공급 과잉에 따른 하방 압력이 이어지는 가운데 원가 부담을 상쇄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정유업계 역시 고환율로 인한 정제마진 효과가 상당 부분 상쇄될 가능성 등 환차손 직격탄 우려가 큽니다
 
강인수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는 고환율이 지속되면 우리 산업 전체적으로 득보다 실이 많다예전처럼 원화 평가절하에 따라 수출 가격 경쟁력이 높아지는 효과는 현재 많이 사라졌기에 산업 전반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더 많다고 짚었습니다. 이어 기업들의 대미 투자 비용도 원화로 환산하면 커질 수밖에 없는데 그 부담도 무시할 수 없다고환율 고착화로 인한 불안 요인 때문에 기업이나 국가에 대한 신용평가도가 나빠지게 될 경우 자금 조달 비용 등의 부담도 커질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배덕훈 기자 paladin70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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