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송정은 기자] 한국공인중개사협회(협회)가 27년 만에 법정단체로 전환할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지난 24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법안심사소위원회가 ‘공인중개사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의결하면서 협회가 단순 민간단체에서 법적 권한을 지닌 공식 기관으로 격상될 길이 열렸습니다. 해당 법안은 국회 본회의를 통과할 경우 본격적인 시행 절차에 들어가게 됩니다.
본 회의 통과 시 1998년 이후 법정단체 재지정…지도·단속 권한 제외
이번 개정안은 복기왕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권영진 국민의힘 의원을 포함한 여야 의원 21명이 지난 7월 공동 발의한 것으로, 협회를 건전한 부동산시장 조성을 위한 법정단체로 명시하고 협회 윤리 규정을 국토교통부 장관 승인 하에 제정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습니다. 협회가 오랜 기간 숙원 사업으로 추진해온 법정단체화가 가시권에 들어오면서 협회 내부는 조심스러운 기대감을 드러냈습니다.
서울 관악구 봉천동에 위치한 한국공인중개사협회 사무실 모습. (사진=뉴스토마토)
협회 관계자는 “아직 법사위와 본회의 등 절차가 남아 있는 만큼 최종 통과 여부를 단언하긴 이르지만, 윤리 규정 제정과 관련된 내용이 포함된 만큼 부동산시장의 건전성 강화에 긍정적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윤리 규정이 국내에서 처음 도입되는 형태인 만큼 국토부 승인 절차와 구체적인 조항 구성, 그리고 향후 실효성 확보에 대해서는 앞으로 많은 논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습니다.
이번 개정안에는 협회가 당초 요구했던 의무 가입 조항과 지도·단속 권한은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입법 과정에서 프롭테크 업계의 반발이 반영된 결과로 해석됩니다.
협회는 법정단체 전환을 통해 △부동산 거래 질서 확립 △중개 서비스 품질 개선 △불법 중개 행위 대응 강화 등의 기능을 확대한다는 방침입니다. 특히 최근 수년간 시장에서 문제가 된 무등록 중개, 전세사기 등을 감안하면 법정단체 전환이 필수적이라는 입장입니다.
김종호 협회장도 올해 4월 취임 간담회에서 법정단체 전환의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습니다. 김 협회장은 “임의단체 자격으로는 불법 중개나 전세사기 등 불법행위에 대한 감시 기능이 크게 떨어진다”며 “법정단체로 격상되면 무등록 중개 척결이나 직거래 피해 예방 활동에 실효성을 높일 수 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플랫폼 중심 환경 자리 잡아…“체감 크지 않을 것” 전망도
하지만 플랫폼 중심의 중개 환경이 자리 잡은 현재 부동산 중개 현장에서는 협회가 법정단체로 격상된다고 해도 체감되는 변화는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옵니다. 서울 성동구 A부동산중개업소 대표는 “협회 지위가 올라간다고 해서 현장에서 일하는 공인중개사들의 인식이나 지위가 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며 “공인중개사는 이미 너무 많고 국민들 사이에서 특별한 직업으로 인식되지 않아 변화 체감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광고를 통한 손님 유입이 대부분인 시장 구조에서 ‘한방’ 등 협회 플랫폼은 회원 중심 운영이라는 한계가 있다”며 “법정단체 전환만으로는 직접적인 실익을 체감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프롭테크 업계와 관계에 대해서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과거 협회가 ‘반값 수수료’를 내세운 다윈중개, 집토스 등을 고발하고 경쟁 플랫폼 매물 등록을 제한했던 전례가 있는 만큼 업계는 여전히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협회는 프롭테크 업계와 협회 간의 ‘갈등 프레임’은 과도하다는 입장을 보였습니다. 협회 관계자는 “이번 개정법률안 법안 어디에도 단속권이나 규제 권한은 포함돼 있지 않다”며 “오히려 중개사들도 직방, 다방, 네이버 부동산 등 플랫폼을 활발히 활용하고 있는 만큼 대립보다는 상생이 필요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서울시의 한 부동산중개업소 모습. (사진=뉴스토마토)
이번 법 개정이 실제 중개시장에 어떤 파장을 미칠지에 대해서는 다양한 시각이 존재합니다. 서울 은평구의 B부동산 중개업소 대표는 “당장 단속 권한이 없는 상황에서 협회의 공적 권한은 상징적인 의미에 그칠 수 있다”며 “다만 향후 윤리 규정 제정과 집행 과정에서 협회의 입지가 확대된다면 프롭테크 기업과 관계, 중개업 질서 정비 등에서 실질적 변화를 유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협회 관계자는 “이번 개정법률안은 협회의 제도적 위상 강화를 위한 출발점일 뿐이며, 실질적인 효과와 시장 내 변화는 앞으로의 운영 방식과 제도 설계에 달려 있다”고 밝혔습니다.
송정은 기자 johnnyso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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