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스라인)'순환근무 방침'에 경찰은 삭발…"베테랑·수사력 보강 먼저"
장윤기 은폐·조작 계기로 '경감까지' 순환근무 확대…직협 "보여주기식 처방"
현장선 '2003년 강남경찰서' 사례 반복 우려…일률적 교대방식 '신중론' 제기
2026-08-05 15:46:34 2026-08-05 15:58:00
[뉴스토마토 송정은·박진석 기자] 장윤기 은폐·조작 사건을 계기로 경찰이 경감급 이하 일선 실무진까지 순환근무 확대를 추진하자 내부에선 반발도 커지고 있습니다. 전국경찰직장협의회(직협)는 삭발 투쟁을 감행하고 "보여주기 인사이동보다 수사력 보강이 우선"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전·현직 경찰들도 숙련된 형사들이 현장을 떠날 경우 수사 전문성과 연속성이 약화될 수 있다고 했습니다. 
 
경찰 수뇌부 "순환근무로 지역 유착 차단"…직협, 삭발로 반발
 
앞서 지난 5월5일 장윤기가 고교생을 살해한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관할인 광주 광산경찰서와 광주경찰청, 국가수사본부까지 조직적으로 사건을 조작·은폐하려 한 정황이 드러나자 경찰 수뇌부는 순환인사 확대를 해결책으로 제시했습니다. 
 
현재 총경 이상 경찰서장과 경정급 과장 등에 적용되는 순환근무를 내년부터는 경찰서 수사팀장인 경감까지 확대하는 방안입니다. 특정 지역 장기 근무에 따른 유착 가능성을 차단하겠다는 취지입니다. 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은 지난 4일 전국 경찰 지휘부 화상회의를 주재하고 "견제받지 않는 권력은 부패하기 마련이고 경찰도 예외일 수 없다"면서 쇄신 의지를 거듭 피력했습니다.
 
하지만 현장 분위기는 냉랭합니다. 직협은 지난 3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강제 순환인사 반대 등 경찰 근무환경 개선을 위한 공동투쟁위원회' 출정식을 열고 삭발식을 진행했습니다. 경찰관들의 삭발 투쟁은 2022년 경찰국 신설 반대, 2024년 GPS 업무 감시 반대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입니다.
 
지난 3일 전국경찰직장협의회가 서울시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경감 이하 순환인사 확대 방침에 반대하는 삭발식을 진행했다. (사진=뉴시스)
 
민관기 전국경찰직장협의회 위원장은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순환인사 확대는 장윤기 은폐·조작 사건 이후 경찰 수뇌부가 급하게 내놓은 보여주기식 정책"이라며 "정작 현장에선 수사 인력 부족과 수사력 약화가 더 큰 문제다. 하지만 이에 대한 실질적인 대책은 나오지 않고 있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오는 10월 형사소송법 개정안 시행 이후 경찰이 담당할 사건은 크게 늘어날 걸로 예상된다"며 "효과가 미흡한 조직을 재편해 수사 인력을 보강하는 게 우선이지, 실무 형사들을 다른 지역으로 보내는 건 해답은 아니다"고 덧붙였습니다.
 
전·현직 경찰 "베테랑 형사 사라지면 '수사력 약화' 부작용도"
 
실제 현장을 거친 전·현직 경찰들도 순환근무의 취지엔 일부 공감하면서도, 지역 치안과 사건 생리를 가장 잘 아는 핵심 실무 인력까지 일률적으로 교대시키는 방식은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지난 5월까지 경남 지역에서 1년간 순환근무를 했던 서울경찰청 소속 한 경정급 관계자는 "한 지역에서 오래 근무하며 인맥이 형성되는 문제는 분명 존재한다"면서도 "반대로 지역 특성과 사건 흐름을 가장 잘 아는 경찰관이 갑자기 빠지면 수사의 연속성이 끊기는 부작용도 적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현장에선 순환근무 자체보다도 실무자들에게까지 획일적으로 적용하는 방식을 더 우려하는 분위기"라고 전했습니다.
 
'장윤기 은폐·조작 사건' 수사를 맡았던 전 광주 광산경찰서 형사과장 A경정이 지난달 31일 전남광주 동구 광주지법에서 열리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 이후 법원을 빠져나가고 있다. (사진=뉴시스)
 
수도권 광역수사대에서 30년 넘게 근무한 한 전직 형사는 두 가지 상반된 사례를 소개했습니다. 강원도 춘천 지역에서 조직폭력배를 수사할 당시 지역사회와 경찰 간 유착으로 외압을 받았던 경험, 2003년 강남경찰서 비위 사건 이후 해당 경찰서 수사 인력이 대거 교체되자 경험이 부족한 수사팀이 꾸려져 애를 먹었던 경우입니다. 
 
그러면서 그는 "지역 유착 고리를 끊어야 한다는 명분에는 동의한다"면서도 "일괄적 순환근무제를 도입하면 수사의 중추 역할을 맡을 베테랑 형사들이 일선에서 부족해지는, 수사력 약화라는 또 다른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고 했습니다. 
 
전문가들 "순환근무만으로 한계…'수사 회피' 제도 강화해야"
 
경찰 전문가들은 순환근무 확대만으로 지역 유착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고, 내부 통제와 수사 절차를 함께 보완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무엇보다 '지역 유착 차단'과 '수사 전문성 유지'라는 두 과제를 함께 풀 수 있는 정교한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읍니다.
 
박동균 대구한의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지역에 거점을 둔 성매매, 도박과 같은 풍속사범이나 마약 조직 등을 수사하려면 범죄 첩보 입수가 가장 중요하다"며 "이런 역할을 하는 실무진이 순환인사로 다른 지역에 가게 될 경우 정보·첩보를 수집하는 체계를 다시 구축해야 하는 등 수사에 지연이 불가피해진다"고 했습니다.
 
최순호 한국경찰연구원 상임이사는 "순환인사는 전형적인 보여주기 대응책이다. 장기적으로는 효과가 미흡할 것"이라며 "실제 2003년 강남경찰서에서 유흥업소와 유착 문제가 발발해 경찰관들을 다른 경찰서나 타지역으로 보냈지만, 강남경찰서에서는 최근까지도 유착 문제가 끊이지 않고 계속 발생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향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수사 대상자가 장윤기 은폐·조작 사건처럼 경찰과 가족관계에 있거나, 또 다른 이익관계가 있는 경우 이를 상부에 알려 수사에 방해가 없도록 하는 보고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송정은 기자 johnnysong@etomato.com
박진석 기자 ptba12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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