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국산화 외친 정부…375억 베란다 태양광 사업엔 중국산만 남았다
국회 '택갈이' 지적에 김성환 장관 "국산 제품 우선 사용 의무화"
K-정책금융연구소 '담론·정책 일치' 첫 과제…국산화 협의체 출범
베란다 태양광 사업 적용 가능 인버터 2종…모두 중국산
2026-08-05 09:33:23 2026-08-05 10:38:43
[뉴스토마토 이지우 기자] 정부가 태양광 인버터의 국내 공급망을 재건하고 공공사업에서 국산 제품 사용을 확대하겠다고 밝혔지만, 정작 375억원이 투입되는 가정형 태양광 보급사업에는 현재 사용할 수 있는 KS 인증 국산제품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중국산 태양광 인버터 '택갈이' 문제가 제기된 데 이어 올해 4월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도 "국산 제품 의무화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번 사업에 사용할 수 있는 KS 인증제품은 모두 중국산으로 확인됐습니다. 정부의 국산화 약속과 현장 정책이 정면으로 엇갈린 셈입니다.
 
태양광 인버터 국산화는 대통령의 정책 담론과 현장 집행 사이의 간극을 줄이기 위해 K-정책금융연구소가 지난해 선정한 '담론·정책 일치 운동' 제1호 과제이기도 합니다. 연구소는 기후부와 한국전력공사가 우선 처리해야 할 과제로 태양광 인버터 국산화를 제시했습니다. 이후 장관의 국산 제품 사용 약속과 정부 차원의 국산화 협의체 출범으로 이어졌지만, 정작 이번 보급사업에는 국산화 정책의 취지가 제대로 반영되지 못했습니다.
 
국산 우선 권고했지만…사용 가능한 KS 제품 중국산 2종뿐
 
5일 <뉴스토마토> 취재를 종합하면, 기후부와 한국에너지공단이 지난 7월 공고한 '2026년 가정형(베란다) 태양광 보급사업'에서 현재 사용할 수 있는 KS 인증 마이크로인버터는 2종으로, 모두 중국에서 생산됩니다. 과거 국내 기업들이 마이크로인버터 KS 인증을 취득한 사례는 있지만, 현재 이번 사업에 적용할 수 있는 유효한 국산 인증제품은 없는 상태입니다.
 
이번 사업은 국비 375억원을 투입해 서울 2만5000가구와 서울 외 지역 7만5000가구 등 총 10만가구에 베란다 태양광 설비를 보급하는 사업입니다. 가구당 설치 용량은 500와트(W) 이내이며 지방자치단체는 오는 10월2일까지 사업계획서를 제출하고, 사업 승인과 국비 확정·교부를 거쳐 10월부터 12월까지 사업을 추진하게 됩니다.
 
공고문은 마이크로인버터에 대해 KS 인증 제품 사용을 의무화했습니다. 또 설치 이후 유지관리의 연속성을 위해 국내 제조시설을 갖춘 제조사 제품을 우선 사용하도록 권고하고, 사업자 선정 시 국내 재생에너지 산업 공급망 기여도도 고려하도록 했습니다.
 
하지만 실제 공급 여건은 공고에 담긴 국산 제품 우선 사용 방침과 거리가 있었습니다. 현재 이번 사업에 사용할 수 있는 KS 인증제품은 솔루컴의 HMS-1000-2T와 두리에너지의 HMS500 등 2종으로, 모두 중국에서 생산됩니다. 정부가 국내 제조시설을 갖춘 제조사의 제품을 우선 사용하도록 권고했지만, 실제 사업에 적용할 수 있는 국산 KS 인증제품은 단 한 종도 없습니다. 결국 375억원 규모의 공공사업에서 중국산 중심의 공급 구조가 그대로 이어지게 됐습니다.
 
'택갈이' 막고 국산화한다더니…정책 담론과 현장 집행 다시 엇박자
 
중국산 태양광 기자재 문제는 지난해 국회 국정감사에서 본격적으로 불거졌습니다. 당시 구자근 국민의힘 의원은 중국산 태양광 인버터가 국내 기업 브랜드를 달고 국산 제품처럼 유통되는 이른바 '택갈이' 문제와 원산지 표시 실태를 지적했습니다. 이어 같은 해 11월 핵심 산업에 영향을 미치는 수입품에 대해 별도의 원산지 판정·표시 기준을 마련하는 내용의 대외무역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습니다.
 
지난 4월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김소희 국민의힘 의원은 김성환 장관에게 베란다 태양광 사업에 사용되는 제품의 원산지와 중국산 제품의 '택갈이' 문제를 질의했습니다. 김 장관은 "가급적 국산 제품이 사용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답했습니다. 이어 '2026 대한민국 기후환경 에너지대전'에서도 "국가 예산이 투입되는 사업에는 저탄소 인증을 받은 국산 제품이 우선 사용되도록 의무화 수준의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한 달 뒤인 5월 정부는 기후부와 한국에너지공단, 한전, 시험·연구기관, 국내 제조업체 등이 참여하는 '태양광 인버터산업 발전협의체'를 출범시켰습니다. 협의체는 인버터 공급망의 대외 의존도를 낮추고 국내 제조기반을 확충하기 위해 국산 기술 개발과 공공 중심의 수요 확대 등을 추진하기로 했습니다.
 
이 같은 국산화 추진의 배경에는 태양광 공급망 전반의 높은 중국 의존도가 있습니다. 에너지시장조사업체 우드매켄지에 따르면 2024년 세계 태양광 인버터 출하량 상위 10개 업체 가운데 9곳이 중국 기업이었습니다. 태양광 패널의 핵심 부품인 셀에서도 중국산 비중이 크게 높아졌습니다. 박홍배 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셀의 국산 점유율은 2019년 50.3%에서 2025년 4.9%로 급감한 반면, 중국산 점유율은 같은 기간 38.3%에서 95.1%로 상승했습니다.
 
국회의 문제 제기와 장관의 약속, 정부 차원의 협의체 출범까지 이어졌지만 실제 보급사업에는 국산 제품이 참여할 수 없게 됐습니다. 특히 한국에너지공단은 협의체 참여기관이자 이번 사업의 실무 집행기관이라는 점에서, 국산화 논의를 사업 설계에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한국에너지공단은 국내 제품의 인증과 생산·공급 기반이 아직 충분히 갖춰지지 않아 당장 국산 제품만으로 사업을 추진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입니다. 공단 관계자는 "국산 기업의 참여 확대 필요성과 중국산 인버터의 원격 통신·정보보안 우려, 국내 업체들의 요구를 파악하고 있다"며 "유사 사업이 내년에도 계속되는 만큼 향후 국산 업체의 참여 여건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정재호 K-정책금융연구소 소장은 "태양광 인버터 국산화는 대통령의 정책 담론과 현장 정책 사이의 엇박자를 개선하기 위한 연구소의 첫 번째 과제"라며 "지난해 10월 말 국회 등에서 문제가 제기된 뒤 대통령이 이를 인지해 기후부 장관에게 지시했고, 한전과 한국에너지공단에도 관련 업무지침이 전달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올해 3월 국무회의에서 기후부가 대통령에게 베란다 태양광 설치 확대와 재생에너지 중심의 에너지 대전환을 제안했지만, 이후 추진된 보급사업에서 선택 가능한 인버터가 모두 중국산인 것은 국산화 정책 취지와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습니다.
 
또한 정 소장은 "국내 생산체계를 갖추고 제품 출시를 준비하는 기업들이 있는데도 사업 공고를 서두른 이유가 의문"이라며 "기존 중국산 제품 유통업체에 유리한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 우려된다"고 말했습니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이 2025년 10월 서울 여의도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지우 기자 jw@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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