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범죄, 처벌에서 치료로)①(단독)마약사범 7400명 시대, 담장 안 '치료 혁명'…광주교도소의 도전
교정시설 마약사범 5년 사이 3314명→7429명…2배 이상 급증해
마약류사범 재복역률, 일반 출소자 1.4배…'회전문 현상' 끊어야
가족 상담부터 가석방 연계까지…광주교도소 '맞춤형 재활 모델'
2026-08-05 06:00:00 2026-08-05 09:45:22
[뉴스토마토 유근윤·신다인 기자] 대한민국은 더 이상 마약 청정국이 아닙니다. 지난해 교정시설에 수감된 마약류 사범만 7400여명을 넘어섰습니다. 5년 전 3100명대와 비교하면 2배 이상 급증한 겁니다. 하지만 이들을 수용할 교정시설과 전담 인력은 턱없이 부족하고, 단순 격리 중심의 처벌은 출소 후 다시 약물에 손을 대는 '회전문 현상'을 낳고 있습니다. 이에 <뉴스토마토>는 올해 신설된 광주교도소 '마약사범재활과정' 현장을 동행 취재, 마약중독을 단순 '범죄'가 아닌 '치료가 필요한 질병'으로 바라보는 교정 현장의 인식 전환을 조명합니다. 나아가 현장의 한계를 짚어보고, 사회적 재활 시스템과의 연계 방안을 모색하고자 합니다. (편집자 주)
 
지난달 21일 광주교도소에서 <뉴스토마토>와 인터뷰하고 있는 마약류 사범 A씨. (사진=광주교도소)
 
"단약 넘어 회복으로"…광주교도소 마약사범재활과정 첫 언론 공개
 
"처음엔 저를 신고한 와이프가 너무 원망스러웠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오히려 이곳(광주교도소)에 들어온 게 인생의 터닝포인트라고 느낍니다. 단약(斷藥)이 아니라 회복을 하게 됐습니다."
 
지난달 21일 광주교도소에서 만난 30대 마약류 사범 A씨는 아내의 신고로 구속돼 징역 1년6개월을 받았다고 했습니다. 친동생을 통해 처음 마약을 접한 뒤 약 10년 동안 중독과 단약을 반복했던 그는 지난해부터 이곳에서 수감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그는 과거에도 3년가량 스스로 약물을 끊은 적이 있었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약에 대한 갈망을 억지로 참아내는 동안 가족과 친구들에게 화를 쏟아냈고, 머릿속으로는 다시 마약에 손을 대기 위한 핑계만 찾았습니다. 약물은 잠시 끊었을지 몰라도, 무너진 인간관계와 삶은 전혀 회복되지 않았던 셈입니다.
 
A씨가 변화하기 시작한 계기는 광주교도소 마약사범재활과에서 받은 전문 교육(회복이음과정) 덕분이었습니다. 기존 교육이 마약의 폐해를 일방적으로 주입하는 데 그쳤다면, 이곳에선 자신이 왜 약물을 찾게 됐는지 근본 원인을 들여다보고 '갈망'을 통제하는 방법을 체득했다고 합니다. 
 
"'말뽕'을 슬쩍 꺼내는 사람들이 있죠. 그러면 다들 '너 아직 미결에 있는 것 같다'고 돌려 말해요. 이제 그런 이야기를 불편하게 여기는 분위기가 생겼습니다." 
 
A씨는 회복이음과정을 통해 마약재활 수용자들 사이의 대화도 달라졌다고 했습니다. 과거엔 자신이 경험한 마약의 종류와 투약 경험을 늘어놓는 이른바 '말뽕'이 오갔지만, 이제는 동료 수용자들이 먼저 그런 대화를 제지한다고 합니다. 마약 경험을 공유하던 관계가 서로의 회복을 돕는 관계로 바뀌고 있는 겁니다. 
 
그는 "마약이 나쁘다는 사실을 몰라서 투약하는 사람은 없다"며 "치료와 교육을 받으면서 중독은 개인의 의지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명확히 깨달았다"고 말했습니다. 광주교도소 마약사범재활과가 내부 프로그램과 수용자들의 이야기를 언론에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마약류 사범 단속 및 교정시설 수용 연도별 현황. (자료=법무부, 그래픽=뉴스토마토)
 
3년 연속 2만명 넘은 마약류사범…재복역률은 일반 출소자의 1.4배
 
국내 마약류 사범은 빠르게 늘고 있습니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적발된 마약류 사범은 △2021년 1만6153명 △2022년 1만8395명 △2023년 2만7611명 △2024년 2만3022명 △2025년 2만3403명으로, 5년 사이 44.9%가 증가했습니다. 특히 3년 연속으로 2만명을 넘었습니다. 
 
같은 기간 교정시설에 수용된 마약류 사범 역시 2021년 3314명에서 2025년 7429명으로 2배 이상 뛰었습니다. 같은 기간 전체 수용자 중 마약류 사범이 차지하는 비중도 6.3%에서 11.5%로 증가했습니다. 이젠 수용자 10명 중 1명은 마약류 사범인 셈입니다. 
 
문제는 처벌과 격리만으로 중독의 악순환을 끊기 어렵다는 점입니다. 지난 6월 '마약중독 수용자의 재사회화를 위한 안전망 구축'을 주제로 한 2026 춘계공동학술대회에서 이승욱 육군사관학교 교수는 "마약류 사범의 재복역률은 32.1%다. 일반 출소자의 1.42배에 달한다"며 "특히 출소 후 90일 이내 재범 위험성이 가장 높다"고 했습니다.
 
아예 교도소 출소 직후 다시 마약에 손을 대는 현상을 뜻하는 은어로 '출소뽕'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입니다. 출소와 재입소를 반복하는 '회전문 현상'이 고착화되어 있다는 의미입니다.
 
지난달 21일 오전 마약 관련 재활교육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는 광주교도소. 광주교도소가 언론에 내부를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사진=광주교도소)
 
전국 6곳 확대된 마약사범재활 전담교정시설…광주선 '가족 교육' 병행
 
정부는 악순환을 끊기 위해 올해 1월부터 광주교도소를 포함한 교정기관 4곳에 '마약사범재활과'를 신설했습니다. 이후 대구·대전교도소가 마약사범재활 전담교정시설로 추가 지정되며 현재는 전국 6개 기관으로 확대됐습니다.
 
광주교도소 마약사범재활과의 가장 큰 특징은 치료 대상을 수용자 개인에 한정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광주교도소는 익산 원광대병원과 업무협약(MOU)을 맺고, 수용자 가족을 위한 교육·상담 프로그램을 병행하고 있습니다. 가족이 상담에 참여하고 수용자가 출소 후 해당 병원에서 치료받겠다는 의사를 밝히면, 이를 조건으로 한 '치료조건부 가석방'이 추진되는 구조입니다.
 
가석방 수용자가 조건을 어기고 치료를 거부하면, 가석방이 취소될 수도 있어 강력한 실질적 구속력을 갖는 걸로 평가됩니다. 오세문 광주교도소 마약사범재활과장은 "치료 조건부 가석방 기간에는 대부분 치료를 잘 받고 생활도 잘하는 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A씨 역시 오는 9월 치료조건부 가석방을 앞두고 있습니다. 
 
광주교도소는 수용자가 출소한 뒤에도 재범을 막고 회복 과정을 이어갈 수 있도록, 치료와 재활을 지속시키는 연계 프로그램도 함께 운영하고 있습니다. 오세문 과장에 따르면, 광주교도소는 수용자의 출소 예정일에 맞춰 지역 중독재활시설인 '함께한걸음센터'에 미리 공문을 보내고, 출소 직후부터 상담과 사례 관리를 받을 수 있도록 준비합니다. 출소 이후에도 관리는 끊기지 않습니다. 재활의 연속성을 확보해 재범을 방지하기 위한 적극 행정인 겁니다.  
 
지난달 21일 광주교도소 전경. 광주교도소가 언론에 내부를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사진=광주교도소)
 
마약류사범 연구한 유숙경 교수 "회복은 일상 돌아올 힘 키우는 과정"
 
2017년부터 교정시설에 수용된 마약류 사범을 교육·연구한 유숙경 조선대 정책대학원 중독재활복지학과 교수는 중독 회복을 "재발이 전혀 없는 상태가 아니라, 재발하더라도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는 힘을 키우는 과정"이라고 정의했습니다. 중독 특성상 재발을 완벽히 차단하기는 어렵지만, 지속적인 치료와 재활을 통해 재발 주기를 1년에서 4년, 5년, 10년으로 늘리고 재발 시 회복 기간을 단축시키는 게 핵심이라는 설명입니다.
 
유 교수는 "중독과 재발은 맞물려 있기 때문에 재발 자체만을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며 "정작 두려운 것은 한 번의 재발로 주저앉아 회복을 포기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언젠가는 다시 일상생활을 할 수 있다는 믿음을 당사자뿐 아니라 사회도 함께 가져야 한다"며 "약물을 다시 사용했다고 해서 회복이 끝난 것으로 볼 것이 아니라, 재발 이후 원래의 삶으로 돌아오는 시간을 줄여주는 것이 중독 치료와 재활의 역할"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다만 광주교도소의 시도가 교정시설 전반의 변화로 이어지기까지는 넘어야 할 벽이 많습니다. 마약류 사범 수용자는 빠르게 늘고 있지만 전문 인력과 치료시설은 여전히 부족한 탓입니다. 교도소에서 시작된 치료가 출소 이후 지역사회의 재활기관으로 이어질 수 있는 체계도 촘촘하지 않습니다. 교도소 안에서 싹튼 '회복 연대'가 담장 밖에서도 이어질 수 있을지, 마약류 사범 교정 정책이 이제 막 시험대에 올랐습니다.
 
유근윤 기자 9nyoon@etomato.com
신다인 기자 shin12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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