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재영 기자] 2200억원대 주식매매대금 청구 소송 항소심을 앞두고 라인야후 측이 단행한 라인게임즈의 ‘주당 500원’ 유상증자를 둘러싸고 자본시장의 파장이 커지고 있습니다. 1심 재판에서 "완전자본잠식으로 기업가치가 0원"이라며 방어에 성공했던 대주주가, 항소심 직전 돌연 액면가 유증을 강행해 소송 상대방인 재무적투자자(FI)의 지분을 0.5%로 사실상 소멸시켰기 때문입니다. 정부의 증시 부양 정책과 맞물려 상법상 이사의 충실의무 개정이 이뤄진 가운데, 이번 사례가 관련 쟁점을 담고 있어 주목됩니다.
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사모펀드 앵커에퀴티파트너스(이하 앵커PE)가 설립한 룽고엔터테인먼트와 라인야후 측 간의 주식매매대금 청구 소송 항소심 1차 변론기일이 오는 9월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립니다. 앞서 지난해 12월 1심 재판부는 앵커PE 측의 경업금지 계약 위반에 따른 풋옵션(주식매수청구권) 청구를 기각하며 라인야후 측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당시 재판부는 라인게임즈가 2023년부터 자본총계가 -1500억원대로 전환되어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이르렀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에 따라 이 사건 주식의 공정가치는 현금흐름할인법, EBITDA 배수법, 순자산법에 따라 산정했을 때 모두 '0원'이라고 판시했습니다.
모회사의 경업금지 위반 이유로 풋옵션 권리를 내세운 앵커PE(원고) 측 주장에 대해 재판부는 “비교적 경미한 위반에 대해서도 그러한 사정을 이유로 원고가 언제든지 필요한 시기에 피고에게 주식매수를 청구할 수 있게 된다면, 이는 투자자인 원고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한 불공정한 계약으로서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상규에 반하는 것이라고 할 것”이라며 “주식매수청구 당시 대상회사(라인게임즈)의 누적된 실적 악화로 –1500억원 대의 완전 자본잠식 등으로 기업가치가 사실상 없고, 피고(라인야후)와 그 계열사들이 경업금지 위반(신규 코어게임 출시)으로 인한 유의미한 이익이 대상회사가 아닌 피고 등에게 귀속됐다고 볼 만한 구체적인 자료가 제시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단지 신규 게임 출시에 대한 통지 위반 등 비교적 경미한 위반 사유로 원고는 1249억원과 이에 대한 15%의 복리 이자라는 거대한 이익을 얻고 피고는 동액 상당의 손해를 보는 매우 불합리한 결과가 발생하게 된다”고 판단했습니다. 라인게임즈 공정가치가 0원으로 평가된 증거가 피고에게 유리하게 작용한 부분입니다.
그런데, 라인게임즈는 1심 승소 직후인 올 3월 주당 500원(액면가)의 대규모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강행해 항소심에서 변수로 작용할 전망입니다. 회사 가치가 0원이라는 논리로 승소한 대주주가 불과 석 달 만에 수백억 원을 투입해 지배력을 확대한 것입니다. 이 유증으로 라인야후 측 지분율은 35.7%에서 83.8%로 치솟았고, 소송을 진행 중이던 앵커PE의 지분은 21.4%에서 0.5%까지 거의 소멸했습니다.
이와 관련, 라인야후 측은 "유동성 위기 극복을 위한 불가피한 경영상 판단이었으며, 모든 주주에게 동등하게 참여 기회를 준 주주배정 방식이었다"고 항변합니다. 앵커PE 측도 돈을 내고 청약했다면 지분 희석을 막을 수 있었다는 논리입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앵커PE가 참여하기 힘들었던 정황도 부각됩니다. 일반적으로 1심 법원에서 인정한 기업가치 0원 기업에 사모펀드가 추가 출자하려면 업무상 배임과 세무 리스크(부당행위계산부인) 등을 고려해야 합니다. 사모펀드는 출자자(LP)의 자금을 굴리는 선관주의 의무가 있습니다. 결손법인의 주식을 대거 인수할 때 운용진은 형사상 배임 책임에 빠질 수 있습니다. 또 과세당국은 시가가 0원인 주식을 500원에 매입해 스스로 손해를 자초하는 행위를 세법상 '부당행위계산부인' 대상으로 보고 법인세 불이익을 가합니다. 반대로 이들의 자금 수혈로 이익을 얻은 대주주에게는 '증여의제'가 적용돼 세금 폭탄이 터지는 등 양쪽 모두 리스크에 노출됩니다.
합법적 자금조달을 명분으로 소수주주의 권리를 축소시켰다면, 이는 개정 상법상 이사의 충실의무(주주보호) 쟁점으로 비화할 수 있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대주주는 자회사의 회생 목적 외에도 경영권 유지와 반대파 지분 희석이라는 결과를 얻게 된다”며 “반면, 투자 회수 문제를 법정에서 다투고 있는 PE로서는 추가 출자를 감수하기가 어렵다”고 했습니다. 이어 “라인게임즈는 앵커PE 등의 청약 포기로 발생한 약 5834만주의 실권주를 제3자 배정 등으로 돌리지 않고 미발행 처리했고, 이 때문에 애초 409억원 조달 목표액 중 117억원만 조달하고 유증을 마쳤다”며 “온전히 자금 수혈이 목적이었는지 의문이 생기는 정황”이라고 했습니다.
한편, 라인게임즈에 320억원 규모의 사모 전환사채(CB)를 투자한 안다자산운용(안다 프로젝트L) 역시 직격탄을 맞았습니다. 안다 측의 CB 전환가액은 주당 156만7000원에 달합니다. 하지만 대주주 주도의 초저가(500원) 유상증자가 단행되면서 전환권은 사실상 무용지물이 됐습니다. 회사와 합의해 CB 만기를 2027년 3월로 1년 연장하며 연 8%의 고금리를 적용받기로 했지만, 재무 상태가 악화된 상황이라 투자 회수가 불투명합니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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