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송정은 기자] 경찰이 장윤기 은폐·조작을 계기로 국가수사본부장 직속 '내부비리수사대' 신설을 추진합니다. 수사권을 갖춘 전담 조직을 통해 내부 비리와 부패를 근절하겠다는 취지입니다. 하지만 현장에선 대형 사건이 터질 때마다 새 조직을 만드는 임기응변식 대처는 근본적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2023년 신림동·서현역 흉기 난동 사건 직후 만들었다가 실효성 논란을 겪었던 '기동순찰대'의 전철을 밟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큰 겁니다.
지난 16일 행정안전부는 국수본장 직속으로 내부비리수사대를 신설키로 했습니다. 내부비리수사대는 전국 경찰의 수사 비위와 부패 행위에 대한 첩보를 수집하고 직접 수사하는 전담 조직입니다. 장윤기 사건과 그에 따른 경찰 수사 비위와 부실·봐주기 수사 논란이 결정적 계기가 됐습니다.
"조직보다 운영이 문제"…전문가들 "실효성 의문"
하지만 현장과 전문가들의 시선은 냉소적입니다. 새로운 조직을 만드는 것만으로는 내부 비리를 근절하기 어렵다는 분위기입니다.
강력계 형사 출신 전직 경찰관은 "경찰청 감사관실이나 국수본 수사심의위원회 등 기존 감찰 기구도 비리를 적발할 권한은 충분했다"며 "문제는 제도가 아니라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조직 운영과 제 식구 감싸기 문화"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지역 연고와 온정주의로 얽힌 문제는 새 조직 하나 만든다고 해결되지 않는다"며 "내부 통제 시스템과 조직 문화가 함께 바뀌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조세희 목원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도 "장윤기 사건처럼 예외적인 사건을 계기로 별도의 상설 수사 조직을 만드는 게 효율적인지는 따져볼 필요가 있다"며 "내부비리수사대에 수사권을 부여하더라도 기존 감찰 조직과의 역할 중복이나 권한 집중의 부작용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사진=뉴시스)
'칼부림' 뒤 만든 기동순찰대…2년 만에 축소·개편
현장에서의 우려는 2023년 잇따른 흉기 난동 사건으로 만든 기동순찰대 사례와 닮았습니다.
지난 2023년 서울 신림동과 경기도 성남시 서현역에서 흉기 난동 사건이 발생하자 경찰은 이듬해인 2024년 기동순찰대를 공식 출범시켰습니다. 범죄 취약 지역을 집중 순찰해 시민 불안을 해소하고 흉악 범죄를 예방하겠다는 취지였습니다.
하지만 신규 인력 충원 없이 일선 지구대·파출소 인력을 차출해 조직을 꾸린 탓에 오히려 치안 공백을 초래했다는 비판이 쏟아졌습니다.
서울의 한 지구대 소속 경찰관은 "기동순찰대가 생기면서 현장 인력이 빠져 업무 부담이 커졌다는 불만이 적지 않았다"며 "당초 취지와 달리 경범죄 단속이나 가시적인 실적 위주 활동이 많아졌다는 이야기도 현장에서 꾸준히 나왔다"고 전했습니다.
결국 현장 반발과 실효성 논란이 이어지자, 경찰청은 올해 3월 기동순찰대 인력을 절반 가까이 줄이고 명칭도 '광역예방순찰대'로 변경하는 등 조직을 사실상 축소 개편했습니다.
지난해 5월 서울경찰청 기동순찰대원들이 웨어러블 로봇을 착용하고 순찰하는 시범을 보이고 있다. (사진=뉴시스)
전문가들은 내부비리수사대가 기동순찰대 실패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선 조직 신설 자체보다 운영 방안에 대한 고민이 우선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조세희 교수는 "중요한 건 조직을 하나 더 만드는 게 아니라 어떤 사건을 어디까지 맡을 것인지, 기존 감찰 조직과 어떻게 역할을 나눌 것인지 명확히 하는 것"이라며 "신규 인력 확보 없이 기존 조직을 재편하는 방식이라면 현장 부담과 중복 문제가 또 나타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송정은 기자 johnnyso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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