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수정 기자]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임직원 핵심성과지표(KPI)에서 삼성카드 모집에 대한 영업실적 지표를 제외했습니다.
2일 <뉴스토마토> 취재에 따르면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양대 설계사 노조에 이달부터 이 같은 방침을 이행하겠다고 통보했습니다. 사측가 설계사 노조의 합의에 따른 것입니다.
노조에서는 통해 임직원 KPI와 인센티브 제도가 설계사들에게 우회적으로 삼성카드 모집을 강요하는 수단으로 악용된다는 의견을 사측에 전달한 바 있습니다.
보험설계사 노조가 조합원 설계사 1326명(생명 373명+화재 953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삼성화재 설계사(RC)의 96.6%, 삼성생명 설계사(FC)의 93.6%가 '카드 발급을 강요받고 있다'고 응답했습니다.
강요 유형으로는 '카드 목표 미달 시 지점운영비 회입(삼성화재, 64.4%)'과 '관리자 평가 반영을 이유로 한 압박(삼성생명, 73.2%)' 등이 지목됐습니다. 응답자 대다수는 카드영업이 본업인 보험 판매에 지장을 준다고 답했습니다.
지난달 말 김현정 민주당 의원도 보험업법 위반이라며 지적했었습니다. 보험법에 따르면 위탁계약서에서 정한 위탁업무 외 업무를 강요하는 행위를 금지됩니다. 삼성화재 보험설계사(대리점) 위탁계약서에도 '계약서에서 정한 위탁업무 이외의 업무를 강요하는 행위'를 불공정행위로 규정하며, 보험업법과 마찬가지로 이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삼성생명·화재에서는 설계사들로부터 동의를 받은 '자발적 참여'라고 설명했지만, 임직원 평가와 보상을 연계해 실적을 압박하는 구조는 사실상의 '간접적 강요' 행위에 해당하며 법 위반 소지가 다분하다는 게 김 의원의 지적이었습니다.
삼성생명·화재의 '개인영업본부장(설계사) 및 지점장 평가안'에 따르면 △삼성카드 교차 판매를 위한 카드모집인 자격 추가 취득 △삼성카드 신규 발급 유치로 실질적인 판매 이행 여부 등이 포함됐습니다. '등록률(설계사의 삼성카드모집인 등록률)'과 '가동률(설계사의 카드발급 참여율)'이란 항목으로 목표치를 제시하고, 달성도에 따라 구간별로 평가하는 방식의 정량적 평가를 매겨왔습니다.
본업인 보험영업과 조직운영 외에 '전략항목'을 추가해 '금융복합'이란 명칭으로 이러한 평가제도를 시행해 왔습니다. 삼성 금융계열사 간 협업으로 영업력을 강화하겠다는 취지였으나, 삼성카드모집인을 대거 줄이고 설계사들에 카드 판매 압박을 키우는 등 부작용이 나타났습니다.
실제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2015년 전체 신규 발급에서 84.8%를 차지했던 카드모집인의 비중은 지난해 63.6%로 감소한 반면, 같은 기간 삼성생명·화재 설계사를 통한 발급 비중은 15.2%에서 36.4%로 급증했습니다.
다만,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카드영업에 대한 인센티브 제도는 유지하기로 했습니다. 일각에선 인센티브 제도가 설계사들을 압박의 압박 가능성이 여전히 크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삼성생명 노조 관계자는 "카드영업이 임직원 KPI에서 제외돼 실적을 강요할 수밖에 없었던 환경을 벗어난 점은 고무적인 성과"라면서도 "인센티브 제도는 계속 남아있어 설계사들을 압박하는 일부 관리자들이 나타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완전히 불식된 것은 아니다"라고 전했습니다.
서울 서초구 삼성생명 본사. (사진 삼성생명)
신수정 기자 newcrystal@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