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하늬 기자] 품질에는 이상이 없지만 외관상 문제로 폐기하던 과일과 채소 등 '못난이 농산물'과 흠집 수준의 '리퍼브 상품'이 인기를 끌고있다. 저렴한 가격과 가치 소비를 중시하는 알뜰 주의, 재사용 소비 트렌드에 따라 못난이 상품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고 있어서다.
2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못난이 농작물 수요가 커지면서 온라인과 오프라인 채널 등에서 판매를 지속하고 있다. 맛과 영양소는 그대로지만 흠집이 있거나 못난 과일과 채소 등을 공급해 상당폭 할인해 팔고 있다.
‘못난이 농산물’은 맛과 영양소는 일반 농산물과 큰 차이가 없으나 일반 농산물에 비해 모양이나 색이 다소 고르지 못한 농산물을 뜻한다. 최근 여전히 높은 장바구니 물가로 인해 현명한 소비자들 사이에서 ‘가성비 농산물’로 인기를 모으고 있다.
이는 고물가 여파가 크다.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1년 전보다 5.6% 올랐는데 농산물은 그보다 높은 8.7%를 기록했다. 특히 채소류는 22.1%나 급등했다. 밥상물가에 주를 이루는 농산물 등의 가격이 높아지자 '못난이'가 '가성비 농산물'로 인기를 모으고 있는 것이다.
못난이 농작물 수요가 커지면서 온라인과 오프라인 채널 등에서 판매를 지속하고 있다. 맛과 영양소는 그대로지만 흠집이 있거나 못난 과일과 채소 등을 공급해 상당폭 할인해 팔고 있다. (사진=농협유통)
실제 리서치 전문 기업 미디어리얼리서치코리아가 지난 1일부터 5일까지 대한민국 성인남녀 3465명을 대상으로 ‘못난이 상품 구매 경험 및 소비 의향’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65.9%가 최근 6개월 이내 ‘못난이 농산물을 구매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또 고물가 사태가 못난이 농산물 구매수요 증가에 얼마나 많은 영향을 미쳤는지 묻는 질문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는 응답이 55.5%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흠집나고 못생겨도 맛있고 싸다는 인식이 기존 부정적 인식에서 긍정적 인식으로 바뀐 셈이다.
실제 매출로도 이어지고 있다. 11번가는 재배 과정에서 흠집이 나거나 모양과 색깔이 고르지 못한 못난이 농산물들을 모아 선보이는 '어글리러블리'의 인기가 높다. 일반 상품보다 가격이 약 20~30% 저렴한데 지난달 1일부터 25일까지 어글리러블리 거래액이 1년 전보다 7배 급증했다.
농협유통은 이달 중순까지 최대 60% 할인하는 못난이 농산물 할인행사를 진행했는데 종류가 사과, 배, 단감, 고구마, 청경채, 무, 적채 등 다양한 상품을 선보였다. SSG닷컴도 이달 초까지 ‘물가 잡는 과일, 채소’ 기획전을 열고 품질이 뛰어나면서도 합리적인 가격의 실속 과채류를 할인 판매했다.
알뜰주의와 재사용 소비 트렌드 등은 리퍼브에도 소비로 몰리는 현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리퍼브는 유통과정에서 흠집이 있거나 전시 상품이지만 새 상품과 큰 차이가 없는 제품이다. 하지만 가격이 합리적인 만큼 소비자가 리퍼브 상품을 찾는다. 국내 최대 리퍼브 전문업체 올랜드아울렛은 10월 한달간 중소벤처기업부와 박람회를 진행하고 있다. 삼성 70인치 TV는 40%, SK 공기청청기는 80%, 전기매트와 온풍기는 60% 할인된 가격으로 판매하는 식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치솟는 물가로 고객들의 알뜰 소비 트렌드가 확대되며 가성비 브랜드나 상품의 인기가 높아졌다”며 “합리적인 가격은 물론 제품 품질도 우수해 고객들의 재구매율이 높아 다양한 제품들을 내놓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하늬 기자 hani4879@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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