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이민' 앞세운 트럼프 빗장…'미 부메랑'
'아메리칸 퍼스트' 트럼프 폭주…뒤늦은 해명에도 불확실성 증폭
빅테크부터 스타트업까지 비상… 글로벌 인재 채용 차질 불가피
2025-09-22 17:45:05 2025-09-22 19:02:44
[뉴욕=뉴스토마토 김하늬 통신원] 미국 내 기업에 외국인 대신 자국 인력 채용을 압박하는 트럼프의 '반이민' 기조가 갈수록 거세지고 있습니다. 전문직 비자로 불리는 H-1B 비자 신청 수수료를 100배 늘리면서 글로벌 기업과 외국인 노동자에게 극도의 불확실성을 안긴 겁니다. 트럼프 행정부가 뒤늦게 '일회성 수수료'라며 진화에 나섰지만 '아메리카 퍼스트'식 정책 기조가 반복되면서 미국의 산업 경쟁력과 국제적 신뢰도에 미칠 파장은 갈수록 커지고 있습니다. 이번 조치가 단순한 해프닝으로 끝날지, 아니면 미국의 이민·노동 정책 방향 전환을 알리는 신호탄이 될지 불확실성이 증폭되고 있습니다. 
 
21일(현지시간)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정치운동가 찰리 커크 추모식에 참석하기 위해 도착한 후 애리조나주 에어포스원에서 내리고 있다. (사진= AFP 연합뉴스)
 
H-1B 충격파, 국제 사회·기업계 파장
 
21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아마존 등 주요 빅테크 기업들은 H-1B 비자 소지 직원들에게 긴급 공지를 보냈습니다. 이들은 "미국을 당분간 떠나지 말고 해외에 있는 직원들은 신속히 복귀하라"는 지침을 내려 직원들의 여행 계획이 잇따라 취소됐습니다. 일부 금융사와 스타트업 역시 유사한 지시를 내리며 대응에 나섰습니다. 글로벌 프로젝트와 연구개발 일정이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입니다. 
 
사태의 발단은 지난 19일 트럼프 대통령이 내린 행정명령이었습니다. 그는 H-1B 신규 신청 시 10만달러(약 1억4000만원)의 수수료를 부과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기존 1000달러 수준에서 100배가량 인상된 것으로 발표 직후 업계와 해당 비자 보유자들 사이에서는 충격과 반발이 터져 나왔습니다. 
 
H-1B 비자는 실리콘밸리와 글로벌 기업들이 해외의 고급 인재를 채용할 때 가장 널리 활용하는 제도입니다. 매년 약 8만5000건의 신규 허가가 이뤄지고 있으며, 특히 인도·중국 출신 엔지니어와 한국 등 해외 전문직 종사자들이 미국 정보통신(IT) 산업과 연구개발 현장에서 핵심 역할을 해왔습니다. 이번 조치는 사실상 외국인 전문 인력 채용을 위축시키고, 결과적으로 산업 경쟁력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습니다. 
 
혼란은 곧바로 현장에서 드러났습니다. 기업들은 우수 인재의 유출과 프로젝트 차질을 걱정하고 있으며, 인도·중국·한국 등 해외 IT 업계에서도 파장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인도의 IT 산업 단체인 나스콤은 "불과 하루 만에 새 규정을 적용하겠다는 통보는 기업과 근로자 모두에게 충격을 주는 조치"라며 강한 우려를 표했습니다. 
 
논란이 커지자 백악관은 서둘러 수습에 나섰습니다. 행정부 대변인은 "이번 10만달러 수수료는 매년 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신규 신청 시 단 한 번만 부과되는 것"이라며 "기존 H-1B 비자 보유자나 갱신 신청자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해명했습니다. 그러나 이미 확산된 불안감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습니다. 비자 정책의 모호성과 돌발성 때문에 당분간 기업과 근로자 모두 불확실성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아메리카 퍼스트' 정책의 극단적 사례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를 트럼프식 '아메리카 퍼스트' 정책의 극단적 사례로 보고 있습니다. 표면적으로는 미국 내 고용을 보호한다는 명분을 내세우지만, 실제로는 글로벌 인재 확보 경쟁에서 미국이 스스로 불리한 위치에 놓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특히 고숙련 인재의 유입을 제한하면 혁신과 연구개발 속도가 늦어지고 인공지능(AI), 반도체, 바이오 등 전략 산업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워싱턴포스트>는 "고숙련 인력을 유치하는 데 장애가 될 수 있다"며 "미국이 글로벌 기술 인재들에게 덜 매력적인 목적지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외국 인재들이 미국 대신 다른 나라를 선택하거나 원격 근무 기회를 선호할 수 있다는 점에서, 혁신과 경쟁력 측면의 손실은 불가피하다는 해석입니다. 
 
국제 언론들은 공통적으로 이번 조치의 정책적 모호성과 돌발성을 비판했습니다. <AP통신>은 "발표 직후 수많은 외국인 노동자들이 출국을 취소하거나 미국으로 서둘러 돌아왔다"고 보도했습니다. <로이터통신>은 이러한 상황을 '분노의 질주'에 빗대 전하며, 기업과 노동자들의 혼란상을 생생히 전달했습니다. <CBS> 또한 "행정부의 모호한 설명이 불필요한 공포를 키웠다"고 지적했습니다. 
 
기업들은 당장의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비상 대응팀을 가동하고 있습니다. 일부 기업은 미국 외 지역에서 연구개발 거점을 확장하거나 대체 인력 채용을 검토하는 등 장기적인 전략 전환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조치가 미국의 기술 중심지로서의 매력을 약화시키고, 궁극적으로는 글로벌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뉴욕=김하늬 통신원 hani4879@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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