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보다 '공 세우기'…트럼프의 영웅 집착
중동은 불안한데…백악관 연회장·개선문·기념주화 추진
"트럼프 흔적 남기려는 시도"…'잇따른 반발'에도 직진 강행
2026-06-01 14:25:15 2026-06-01 14:25:15
[뉴욕=뉴스토마토 김하늬 통신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동 정세와 경제 불확실성 속에서도 문화·기념사업에 연이어 드라이브를 걸고 있습니다. 백악관 연회장 건설, 케네디센터 개편, 건국 250주년 행사 등을 직접 챙기며 자신의 정치적 유산 구축에 공을 들이는 모습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이란과의 휴전 협상 과정에서도 자신의 중재 역할을 적극 부각하고 있으며 측근들은 노벨평화상 수상 가능성까지 거론하고 있습니다. 외신들은 이 같은 행보를 두고 단순한 정책 추진을 넘어 역사적 평가를 의식한 '유산 정치'의 일환으로 해석하고 있습니다. 실제 그가 공을 들이는 사업들은 미국의 역사와 국가 정체성, 그리고 대통령의 정치적 유산과 직결된 프로젝트들입니다. 다만 공교롭게도 트럼프 대통령이 공을 들이는 사업들은 잇따라 법원과 문화계, 시민사회의 반발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5월 3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링컨기념관 인근 내셔널몰의 정비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동 정세와 경제 불확실성 속에서도 문화·기념사업에 연이어 드라이브를 걸고있다. (사진=AFP 연합뉴스)
 
연회장·케네디센터·건국250주년 추진 도마 위
 
31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연회장 건설을 둘러싼 법적 분쟁에 직접 뛰어들었습니다. 그는 연회장에 첨단 드론 방어시설인 '드론포트'가 들어설 예정이라며 공사 중단을 요구하는 소송이 국가안보를 위협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트럼프는 이날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백악관 연회장의 드론포트는 아마도 세계에서 가장 정교한 시설이 될 것"이라며 "워싱턴DC를 오랫동안 안전하게 지키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어 공사 중단 명령을 내린 리처드 리언 연방지방법원 판사를 향해 "미국의 안보를 가지고 장난치는 일을 멈춰야 한다"고 비판했습니다.
 
지난달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출입기자들을 공사 현장으로 직접 불러 연회장 건설 계획을 설명했습니다. 그는 당시 "지붕 전체가 군사 목적으로 설계됐다"며 "드론포트 역할을 하도록 설계돼 워싱턴 전역을 보호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백악관 연회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이후 가장 공을 들이고 있는 사업 가운데 하나입니다. 백악관 동관 일부를 철거한 뒤 약 650석 규모의 대형 연회장을 신설하는 계획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미국 역사상 가장 아름다운 연회장"으로 만들겠다고 강조해 왔습니다. 
 
문화계에서도 비슷한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 워싱턴의 대표 문화시설인 케네디센터 이사진을 교체하며 대대적인 개편 작업에 착수했습니다. 이어 자신의 이름을 붙인 '트럼프-케네디센터' 명칭 변경까지 추진했습니다. 그러나 크리스토퍼 쿠퍼 워싱턴 연방지방법원 판사는 지난달 30일 의회 승인 없이 명칭을 변경한 것은 위법이라며 원상 복구를 명령했습니다. 쿠퍼 판사는 "의회가 케네디센터에 이름을 부여했으며 오직 의회만이 이를 변경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법원은 센터 외벽과 공식 자료에 추가된 트럼프 대통령 이름을 삭제하라고 지시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즉각 반발했습니다. 그는 "급진 좌파와 판사는 케네디센터가 성공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며 "모두가 자랑스러워할 장소로 만들고 있을 뿐"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역사에 내 이름 남겨라"…트럼프의 워싱턴 재설계
 
건국 250주년 기념사업 역시 논란의 중심에 서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으로 출범한 '프리덤250'은 워싱턴 내셔널몰에서 대규모 공연 행사인 '그레이트 아메리칸 스테이트 페어'를 개최할 예정입니다. 하지만 행사가 정치적으로 변질됐다는 비판이 나오면서 출연진 절반 이상이 줄줄이 이탈했습니다. 컨트리 가수 마르티나 맥브라이드는 "초당파 행사라고 소개받았지만 사실이 아니었다"고 밝혔고, 래퍼 영 MC 역시 정치적 연관성을 뒤늦게 알게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전설적인 펑크 그룹 코모도어스와 록가수 브렛 마이클스도 공연 불참을 선언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대해 "행복하지 않은 소위 아티스트들은 원하지 않는다"며 자신이 직접 행사에 나설 수 있다고 맞받아쳤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을 둘러싼 '유산 정치' 논란은 화폐 발행 문제로까지 번지고 있습니다. <워싱턴포스트(WP)>와 <ABC뉴스> 등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건국 250주년을 기념해 트럼프 대통령의 초상이 들어간 250달러 지폐 발행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공개된 시안에는 트럼프 대통령 초상과 함께 그의 서명,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의 서명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실현될 경우 살아있는 인물이 미국 지폐에 등장하는 첫 사례가 됩니다. 미국 의회는 1866년 이후 살아있는 인물의 모습을 화폐에 사용하는 것을 법으로 금지해왔습니다. 조폐인쇄국(BEP)을 이끌던 패트리샤 솔리메네 국장은 현행법 위반 소지가 있다며 난색을 표한 뒤 최근 다른 부서로 전보됐습니다. 그는 직원들에게 보낸 이임 이메일에서 "이번 이동은 내 선택이 아니었다"고 밝혀 외압 가능성을 시사했습니다.
 
이와 별도로 트럼프 대통령의 서명이 들어간 새 100달러 지폐도 인쇄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의 모습을 새긴 기념주화 발행도 추진되고 있습니다. 정치권과 언론들은 백악관 연회장, 케네디센터 개편, 건국 250주년 사업, 화폐·기념주화 논란까지 최근 일련의 움직임이 모두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돼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중동 휴전 중재와 노벨평화상 논의에서부터 문화·기념사업에 이르기까지 트럼프 대통령의 최근 행보가 '현재의 대통령'보다는 '역사에 기록될 대통령'을 향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워싱턴포스트>는 "트럼프는 2기에서 워싱턴 자체를 개조하는 데 더 집중하고 있다"며 "새로운 건축물을 짓고 기존 시설에 자신의 이름을 붙이는 것은 트럼프 대통령 재임의 지속적인 흔적을 만드는 일"이라고 평가했습니다. 그러면서 "아직 자신의 기념관을 갖고 있지 않지만 그의 계획이 성공할 경우 워싱턴에서 트럼프 이름이 그가 떠난 뒤에도 매일 수천 번 언급될 것을 기대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공을 들이고 있는 사업 상당수는 그의 임기 이후에야 완성될 예정입니다.
 
뉴욕=김하늬 통신원 hani4879@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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