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개포 '경·우·현' 갈등 쳇바퀴…쪼개진 주민들
독립정산제 두고 단지 간 이견…지연 우려 커져
'제자리 재건축'도 갈등 불씨로
2025-03-07 10:13:39 2025-03-07 15:16:52
 
[뉴스토마토 홍연 기자] 서울 강남구 개포동 재건축의 마지막 퍼즐로 남아 있는 '경·우·현'(개포경남·우성3차·현대1차) 통합 재건축 단지가 정비구역으로 지정됐지만 독립정산제를 두고 이견은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습니다. 조합원 간의 갈등의 소지가 남은 만큼 사업에 먹구름이 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됩니다.
 
지난 5일 찾은 해당 단지 곳곳에는 '경우현 신속통합기획 정비구역지정 심사 서울시 최종 통과를 축하한다', '빠른 사업 진행을 기원한다', '빛나는 여정을 응원한다' 등 주요 건설사들의 플래카드가 즐비했습니다. 경남아파트 입구에도 '경남아파트·상가 소유주분께 감사한다. 통합추진위원회가 책임지겠다'는 통합재건축준비위원장의 플래카드가 걸려 있었습니다. 경·우·현 단지는 2022년 10월 서울시 신속통합기획에 선정된 뒤 지난달 18일 정비구역으로 지정됐습니다. 
 
'경우현'은 개포경남 678가구, 우성3차 405가구, 현대1차아파트 416가구 등 총 1499가구로 구성된 단지입니다. 같은 해에 몇 개월 차를 두고 다른 사업자가 지었지만 아파트 높이, 배치, 조경 등은 대체로 비슷한 모습이었는데요. 낮은 철망문으로 경계는 뚜렷하지 않았고, 곳곳에 단지를 잇는 샛길을 통해 타 단지를 넘다들며 운동하는 주민들도 간간히 보였습니다.
 
경·우·현’(개포경남·우성3차·현대1차) 단지 내 걸려 있는 건설사들의 플래카드. (사진=홍연 기자)
경남아파트 입구에 임병업 통합재건축준비위원장의 플래카드가 걸려 있는 모습. (사진=홍연 기자)
개포로에서 바라본 경·우·현 단지 전경. (사진=홍연 기자)
 
재건축 사업이 본궤도에 오를 것이란 기대감은 가격에도 반영됐는데요. 인근 공인중개업소 한 관계자는 "경남아파트 30평대는 집주인들이 매물을 거둬서 현재 거래할 수 있는 게 없다"면서 "25억에 나왔던 것도 손님이 한다고 하니 집주인이 보류해서 못 하고 있고, 40평대는 35억에도 안 판다고 한다"고 말했습니다. 

입지·대지 지분 달라 이해관계도 상이 
 
기대감은 높아졌지만 조합원 간 갈등은 깊어지고 있습니다. 같은 개포경남 단지 안에서도 용적률 차이로 조합원 간 이해관계가 달라서입니다. 경남1차는 12층에 용적률이 156%, 2차는 15층에 용적률 204%입니다. 경남1차 주민을 중심으로 꾸려진 비상대책위원회는 독립정산제를 주장하고 있습니다. 반면 통합재건축준비위원는 하나의 필지인 만큼 분리 정산은 힘들다는 입장입니다. 강남구는 지난해 재건축 지원 전문가 조직인 재건축드림지원TF 자문단을 파견한 뒤 추후 사업 시행 단계에서 감정평가액을 산출해 논의하겠다는 결론을 냈습니다. 
 
단지에서 만난 경남아파트 1차 거주민 60대 A씨는 "경남2차는 대지 지분도 적을뿐더러 구룡중학교와 인접해 재건축 시 층수 제한을 받아 단독으로 진행하면 리모델링밖에 못 한다"면서 "결국 통합재건축을 할 수밖에 없는데 대지 지분이 큰 우리 입장에서 손해를 보면서까지 진행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전했습니다. 
 
임병업 통합재건축준비위원장은 "하나의 필지가 독립정산제를 한 케이스는 없고, 하려면 소유주 전원의 동의가 있어 사실상 불가능하다"라고 말했습니다. 유홍이 임시 비상대책위원장은 "주민 의사에 따라 독립정산제는 가능하다"면서 "경남2차의 용적률 불이익 문제, 분담금 책정의 불공정성, 출입구 배치 등의 문제가 제기되며 현대와 우성에서도 통준위를 지지하지 않는 분위기"라고 반박했습니다. 
 
양 측은 올해 안에 조합설립추진위원회를 설립한다는 것에는 이견이 없는데요. 다만 추진위 설립 뒤에도 법률적 검토나 정식 감정평가 결과를 두고 주민 간 이견이 지속될 수 있어 갈등의 불씨는 여전합니다. 통합재건축준비위원회 측은 독립정산제 가능 여부에 대한 법률적으로 검토해 주민 논의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는데요. 이에 대해 비대위 측은 위원장이 독립정산에 대해 수차례 입장을 번복했다며 신뢰하기 어렵다는 반응입니다. 
 
독립정산제를 둘러싼 논란이 지속되면서 경·우·현의 통합재건축이 지연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옵니다. 개별 단지 위치에서 다시 지어 조합원이 원래 위치한 동에 입주하는 '제자리 재건축' 문제도 풀어야 숙제입니다. 양재천과 맞닿아 조망권이 확보된 경남아파트 주민들은 제자리 재건축 방식을 선호하지만 일부 주민들은 다른 의견을 갖고 있습니다.
 
또 다른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사업이 원활히 진행되면 8~9년 내 입주가 가능하겠지만 경남 1, 2차 주민들 간에 갈등이 워낙 심해서 힘들 것"이라면서 "대지 지분에 따라 분담금도 달라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습니다. 
 
홍연 기자 hongyeon1224@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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