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성은·차철우 기자] 이재명정부 첫 국회 국정감사가 '김현지 불출석 논란'으로 불거지고 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리는 김현지 대통령실 제1부속실장은 인사를 쥐락펴락할 정도로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인물로 전해집니다. 하지만 김 실장에 대해 알려진 바가 없어, 야당은 이번 국감 출석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김 실장이 총무비서관에서 국감 출석 관례가 없는 제1부속실장으로 갑자기 이동하면서 '국감 회피' 이면의 의혹은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지난달 18일 당시 김현지 대통령실 총무비서관이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제1회 을지국무회의 및 제37회 국무회의에 배석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사진, 뉴시스 제공)
야 "'존엄 현지' 지키기"…여 "과대망상적 주장"
유상범 국민의힘 원내운영수석부대표는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대통령실은 '존엄 현지'를 국감에서 지키기 위한 인사 교체를 단행하며, 김현지를 순식간에 'V0'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세간의 관심을 증폭시켰다"면서 "(김 실장의) 이재명정부 내 위상이 적어도 '일인지하 만인지상'의 위치에 있지 않고는 상상할 수 없는 창의적 인사"라고 비판했습니다.
대통령실은 전날 총무비서관이었던 김 실장의 보직을 변경하는 인사를 단행했습니다. 앞서 김 실장의 국감 출석을 두고 여야가 충돌했던 터라, 이번 보직 변경이 국감 출석을 피하기 위한 김 실장 '맞춤 인사'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습니다. 대통령실 살림살이를 책임지는 총무비서관은 지난 1992년 이후 매년 국감에 출석해왔습니다. 다만 부속실장은 국감에 출석하는 관례가 없습니다.
이에 야당에서는 인사를 내면서까지 국감 출석을 꺼리는 이유를 추궁하고 있습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전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용산 대통령이 실제로는 이 대통령이 아니고, 모든 실권은 김 비서관에게 있고 김 비서관이 모든 중요한 의사결정을 한다는 말이 있다"면서 "'그림자 대통령'이 전 국민 앞에 드러나는 것이 두려운 것인가"라고 직격했습니다.
국민의힘에서는 이른바 '김현지 방지법(공직자윤리법 개정안)'을 발의하겠다며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습니다. 현행법상 고위공직자의 재산은 공개하지만 다른 정보는 알 수 없는 경우가 있어 나이, 출생지, 학력, 경력 등의 기본 사항을 의무 신고하도록 제도를 고치겠다는 겁니다. 해당 법안을 대표발의할 계획인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은 "김 실장 같이 대통령을 가장 가까이에서 보좌하는 고위공직자는 국민이 반드시 기본 신상을 알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반면 여당 인사들은 대통령실 인사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며 옹호에 나섰습니다. 전현희 민주당 수석최고위원은 이날 오전 <YTN> 라디오 '김영수의 더 인터뷰'에서 국민의힘의 주장을 두고 "대통령실이 국감을 의식해서 인사를 변경했다는 주장은 너무 과대망상적"이라며 "적재적소의 인사 재배치를 한 것일 뿐"이라고 일축했습니다.
박상혁 민주당 원내소통수석부대표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국감 출석 여부와 관련해 "김 실장은 처음부터 국회에서 정해준 대로 따르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너무 과도한 해석을 안 했으면 좋겠다. 뭘 피하기 위해서 그런 것을 전혀 아니다"라고 반박했습니다. 이어 대통령실 인사에 대해 "자연스러운 보직 이동 과정 중에 있고 제자리를 찾아가는 과정에 있다"고 부연했습니다.
이처럼 여당 의원들이 야당 공세에 대응하고 있지만 정작 민주당 내부에서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나옵니다. 한 민주당 의원은 "김 실장이 국감에 나와서 당당하게 말하면 되는 것 아니냐"면서 "왜 불필요한 잡음을 만드는지 모르겠다"고 말했습니다.
여당 핵심 관계자 "V와 가족 같은 관계"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뉴스토마토>에 "김 실장은 이 대통령과 가족 같은 관계"라고 전했습니다. 이 대통령의 정치 여정 전반을 동행해온 인물로 평가되지만 김 실장의 출생지, 출신 학교 등은 알려진 게 없습니다. 전면에 나서지 않아 '그림자 참모'로도 불립니다. 특히 제1부속실장에서 대변인으로 보직을 변경한 김남준 대통령실 신임 대변인, 김용채 대통령실 인사비서관과 함께 '성남 3인방'으로 여겨지며, 성남 라인 핵심 중 핵심으로 분류됩니다.
김 실장은 시민운동가 출신으로, 1990년대 후반 성남 지역 시민단체인 '성남시민모임' 활동 중 변호사였던 이 대통령과 처음 인연을 맺은 것으로 전해집니다. 이후 이 대통령이 성남시장에 당선되자 김 실장은 성남시장 인수위원회 격인 '시민행복위원회' 간사로 활동했으며, 2011년부터 7년간 성남시 지원을 받는 '성남의제21실천협의회' 사무국장으로 일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해당 단체의 지원 금액이 늘어나 논란이 되기도 했습니다.
김 실장의 존재감이 커지기 시작한 때는 이 대통령이 경기도지사에 당선된 이후인 2018년부터입니다. 경기도청 비서실 비서관으로 발탁, 정진상 민주당 전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과 이 대통령의 정무 업무를 맡았습니다. 이 대통령의 당 대표 시절에는 대장동 사건과 관련해 "백현동 허위사실 공표, 대장동 개발 관련 허위사실 공표, 김문기를 모른다고 한 것과 관련한 출석요구서가 방금 왔습니다. 전쟁입니다"라는 문자가 포착되기도 했습니다.
21대 대선에선 막후에서 실세 역할을 했는데요. 이 당시에도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인사' 실무를 전담했습니다. 대선 직후엔 대통령실 총무비서관으로 임명됐습니다. 총무비서관은 '대통령의 집사'로 일컬어지는데요. 이 대통령을 가까운 거리에서 보좌하며 인사 관리, 재무, 행정 업무를 총괄했습니다. 인수위원회 없이 정부가 탄생한 만큼 조직 장악을 위해 김 실장을 비롯한 측근에 핵심 권한을 부여한 겁니다.
김 실장의 이번 보직 이동은 이 대통령이 신뢰하는 측근에게 요직을 맡기려는 의도로 해석됩니다. 제1부속실장은 대통령의 대내외 공식 일정과 비공식 일정을 총괄·관리하는 역할을 합니다. 아울러 대통령의 비공개회의까지 참여합니다. 하지만 일각에선 김 실장의 인사이동에 대해 특정 계파의 권력 독점과 '문고리 권력' 폐해로 이어질 수 있는 행보라는 비판이 나옵니다.
김성은 기자 kse5865@etomato.com
차철우 기자 chamato@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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