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백아란·이승재 기자] 국내 전자업계가 3분기 실적 공개를 앞둔 가운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장밋빛 전망과 달리 LG전자의 그늘이 더 짙어지고 있습니다. 두 회사가 메모리 슈퍼 사이클(장기 호황) 도래 기대감으로 영업이익 10조원 클럽에 입성할 것이라는 기대를 받고 있는 반면, LG전자는 가전 수요 부진 및 관세·물류비 부담과 같은 영업 환경 악화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반도체 특수에서 홀로 비껴 서 있는 LG전자는, 인도와 중동 등 글로벌 사우스 국가에 대한 공략으로 돌파구를 마련한다는 계획입니다.
서울 영등포구에 위치한 LG그룹 사옥. (사진=뉴스토마토)
29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내달 셋째 주 초 3분기 잠정 실적을 발표할 예정입니다. 전자업계는 통상 분기 첫 주에 실적을 발표했는데 올해는 추석이 있는 만큼 연휴가 끝난 직후 성과를 공개한다는 방침인데, 기업 간 명암은 벌써 뚜렷하게 갈리고 있습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LG전자의 올해 3분기 연결 기준 매출액은 21조2721억원으로 지난해 동기(22조1764억원)보다 4.1% 감소할 것으로 추정됐습니다. 영업이익 전망치는 1년 전보다 18.4% 줄어든 6133억원으로 집계됐습니다. 이에 비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경우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 확산과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 급증에 힘입어 역대급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은 5.3% 증가한 9조6687억원으로 나타났으며 SK하이닉스는 52.9% 급증한 10조7459억원으로 사상 처음으로 1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입니다.
(표=뉴스토마토)
LG전자의 부진은 복합적 악재가 겹친 결과로 분석됩니다. 미국의 통상정책 변화에 따른 관세 부담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물류비 상승과 중국의 저가 공세로 인한 글로벌 가전 시장 재편이 미디어엔터테인먼트(MS) 사업본부에 비우호적으로 작용한 까닭입니다. 김운호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가전 시장의 생태계가 중국 업체들 중심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점에서 쉽지 않은 영업 상황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평가했습니다.
LG전자는 돌파구를 찾기 위해 인도와 사우디아라비아 등 글로벌 사우스 국가 공략에 속도를 높이는 모습입니다. 우선 올해 초 미 관세정책 변화 등으로 보류했던 인도법인 기업공개(IPO)는 내달부터 재추진할 것으로 보입니다. LG그룹은 내달 중순쯤 구광모 LG 회장을 필두로 내년 사업을 논의하는데, 여기에 인도 IPO를 포함한 사업계획 논의가 포함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더욱이 인도 규정상 IPO 예비서류(DRHP)를 승인 받은 기업은 1년 안으로 상장예비심사청구서 수정본(UDRHP) 제출을 해야 하기 때문에 늦어도 내년 3월까지는 인도 증시 상장을 재개해야 합니다. LG전자는 IPO를 통해 조달받은 자금(약 2조4000억원)을 AI나 로봇 등 신사업 투자에 사용할 것으로 관측됩니다.
아울러 사우디아라비아 정부와 협력을 바탕으로 미래 먹거리인 냉난방공조(HVAC) 사업도 확대합니다. 앞서 조주완 LG전자 최고경영자(CEO)는 사우디의 칼리드 알팔리(H.E. Khalid AlFalih) 투자부 장관과 만나 사우디의 네옴시티 내 건설 중인 AI 데이터센터에 냉각 솔루션을 공급 방안을 논의했습니다.
서울 면적보다 44배 큰 네옴시티는 사우디의 초대형 국책사업으로, LG전자는 이번 협력을 기점으로 중동 시장에서 AI 후방산업의 핵심 업체로 올라선다는 계획입니다. LG전자 관계자는 “사우디는 중동의 AI 요충지로 도약하기 위해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며 “옥사곤 프로젝트 수주를 확보하려는 것은 중동 지역의 사업 기회 확대를 위한 전략”이라고 했습니다.
백아란·이승재 기자 alive020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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