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 모니터링을 위한 통합 카메라와 약물 전달 또는 자극을 위한 작동 장치를 보여주는 a-Heal 웨어러블 기기의 CAD 모델. (사진=UC Santa Cruz)
[뉴스토마토 서경주 객원기자] 상처를 빠르고 효과적으로 치료하는 것은 의학의 오랜 과제입니다. 출혈을 멈추는 응고, 감염을 막는 면역 반응, 딱지 형성 등 상처 치유는 복잡한 단계를 거쳐야 합니다. 이 과정의 속도를 높이고 합병증을 줄이는 방법은 환자의 삶의 질과 직결됩니다.
상처 회복을 앞당길 스마트 붕대
최근 과학자들은 바이오전자공학과 인공지능을 결합한 새로운 기술로 상처 회복을 획기적으로 앞당길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UC 산타크루즈 전기·컴퓨터공학과의 마르코 롤란디(Marco Rolandi) 교수가 이끄는 UC 산타크루즈·UC 데이비스 공동 연구팀은 카메라, 센서, AI 분석 기능을 결합한 웨어러블 스마트 장치 ‘a-Heal’을 개발했습니다.
연구진은 네이처의 파트너 저널 <바이오메디컬 이노베이션(Biomedical Innovations)>에 발표한 논문 “실시간 통합 진단과 머신러닝 기반 폐쇄 루프 제어를 적용한 적응형 생체전자 상처 치료를 향하여(Towards adaptive bioelectronic wound therapy with integrated real-time diagnostics and machine learning–driven closed-loop control)”에서, 이 장치가 상처의 상태를 실시간으로 감지하고 머신러닝 알고리즘으로 분석해 곧바로 치료 강도를 조절하는 지능형 치료 플랫폼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롤란디 교수는 “마치 상처 위에 환자 맞춤형 의사가 직접 붙어 있는 것과 같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피부 위의 전자 피부
a-Heal은 피부 위에 붙이는 붕대와 같은 형태지만, 그 안에는 정교한 센서와 분석 장치가 들어 있습니다. 초소형 카메라가 주기적으로 상처를 촬영하고, 센서가 온도·습도·pH·산소 포화도를 측정해 상처 상태를 파악합니다. 이렇게 수집된 데이터는 염증 여부, 감염 가능성, 회복 진행 상황을 실시간으로 알려주는 지표가 됩니다.
이 장치는 단순히 데이터를 모으는 데 그치지 않습니다. 미세 전류를 흘려보내거나 약물을 방출하는 기능이 탑재되어 있어, 인공지능 분석 결과에 따라 즉각적으로 치료에 개입합니다. UC 데이비스의 피부과학자 로슬린 이서로프(Roslyn Isseroff) 교수는 전임상 연구를 통해 최적화된 용량의 플루옥세틴(fluoxetine)을 사용했습니다. 이 약물은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로, 염증을 줄이고 세포 이동과 조직 폐쇄를 촉진해 치유를 개선합니다. 약물은 장치 내부의 바이오전자 작동기를 통해 국소적으로 전달됩니다.
연구진은 이러한 센서·분석·치료의 선순환 구조를 폐쇄 루프 제어(closed-loop control)라고 명명했습니다. 롤란디 교수는 “이 시스템은 신체로부터 모든 신호를 수집하고, 그에 맞는 외부 개입을 통해 치유 과정을 최적화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의료 현장과 원격 치료의 가능성
스마트 붕대의 응용 가능성은 실제 병원과 가정 간호 현장에서 매우 큽니다. 특히 당뇨병성 궤양, 욕창, 화상처럼 관리가 까다로운 만성 상처 환자에게 유용할 것으로 보입니다. 또 병원 방문이 어려운 환자라도 이 장치를 통해 원격 모니터링과 즉각적인 치료가 가능합니다.
응급 상황에서도 효과가 기대됩니다. 이 장치는 의료진이 곁에 없더라도 전쟁터나 재난 현장의 부상자에게 최적의 치료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실제 이번 연구도 미국국방부 산하 국방고등연구계획국(DARPA)의 지원을 받아 진행되었습니다.
연구진은 이번 성과가 의료와 전자공학, 인공지능의 융합이 가져올 변화를 보여주는 상징적 사례라고 강조합니다. 과거 치료가 약물과 붕대에 머물렀다면, 이제는 센서와 알고리즘, 전기 자극까지 결합한 지능형 치료로 발전하고 있는 것입니다.
스마트 붕대는 상처 치료를 넘어 장기 질환 관리, 수술 후 회복, 신경계 질환 치료에도 응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더 많은 임상시험과 기술 발전이 이어진다면 환자의 회복 속도는 빨라지고 의료비와 불편은 줄어들며, 치료 패러다임 자체가 크게 바뀔 것으로 기대됩니다.
논문 링크: https://www.nature.com/articles/s44385-025-00038-6
AI 기반 스마트 붕대가 상처를 실시간 분석하고 최적의 치료 방법을 결정하여 전기 자극과 약물로 자동 치료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챗GPT 생성 이미지.
서경주 객원기자 kjsuh57@naver.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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