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규하 기자] 우리나라 복숭아 품종 개발에 디지털 육종 기술을 본격 도입하는 등 생산자·소비자의 선택 폭이 한층 넓어질 전망입니다. 전통적인 육종과 달리 디지털 육종 기술을 적용할 경우 '납작 복숭아' 육종에 필요한 부대 비용과 노동력 투입 시간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이점이 있습니다. 특히 수분 함량이 높고 달콤해 유럽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납작 복숭아'의 국내 생산도 2년 이내 선보일 전망입니다.
농촌진흥청은 국내 복숭아 육종 효율을 높이고 다양한 품종이 시장에 나올 수 있도록 복숭아 개발에 디지털 육종 기술을 본격 도입한다고 9일 밝혔습니다. 현행 우리나라에 등록된 복숭아 품종 수는 202점으로 사과(97점), 배(58점)보다 각각 2.1배, 3.5배 많습니다. 그만큼 다양한 품종에 대한 요구가 높다는 방증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지역별 기후와 소비자 기호에 따라 약 6000점 이상의 복숭아 유전자원들이 보존돼 있습니다. 중국은 1500여점, 미국 300여점, 일본 600여점, 브라질 700여점, 유럽·프랑스·스페인·이탈리아 등 2000여점 정도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농촌진흥청은 국내 복숭아 육종 효율을 높이고 다양한 품종이 시장에 나올 수 있도록 복숭아 개발에 디지털 육종 기술을 본격 도입한다고 9일 밝혔다. (사진=뉴스토마토)
그러나 복숭아 한 품종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나무 1만여 그루를 심고 돌보는 노력과 자원이 15년 이상 소요됩니다. 이 때문에 사람이 직접 길러보고 관찰, 선발하는 전통 육종에서 벗어나 생명공학에 빅데이터 기술을 접목한 정보(데이터) 기반 육종 방법인 디지털 육종을 도입키로 한 겁니다.
김명수 농진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장은 "예를 들어 기존 나무 1000그루를 심고 3~4년 뒤 열매가 달리고 나서야 납작한 개체를 고를 수 있었다면, 개발한 분자 표지를 적용하면 납작 복숭아가 나올 나무를 어릴 때 골라 500그루만 심으면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즉, 육종에 필요한 부대 비용과 노동력 투입 시간이 2분의 1로 줄어든다는 얘기입니다. 현재 연구진은 디지털 육종을 도입하기 위해 2021년~2023년까지 자체 보존 중인 복숭아 유전자원 445점의 유전체를 해독, 94만4670개의 유전 정보를 확보했습니다.
이 유전 정보에 과일 특성 평가 정보를 더해 복숭아 유전자원 445점을 대표하는 복숭아 핵심 집단 150점도 선발한 상태입니다. 핵심집단은 그 자체가 고품질 빅데이터를 생산하는 유용한 소재로 학술적, 실용적 가치가 크다는 게 농진청 측의 설명입니다.
아울러 유전체 해독 과정에서 열매 모양을 구분하는 표지와 털 유무를 구분하는 표지 총 2개의 분자 표지도 개발했습니다. 분자 표지는 식물의 유전적 특징을 빠르고 정확하게 찾아주는 표식을 말합니다. 이를 육종에 활용하면 어린 나무일 때 잎에서 유전형 정보를 분석, 모양이 동그랄지 납작할지, 털이 있을지 없을지 미리 판별할 수 있습니다.
특히 유럽 시장에 인기 과일로 꼽히는 납작 복숭아의 국내 생산도 활성화될 전망입니다.
김명수 원예특작과학원장은 "품종을 육성하는 단계에서 지역 적응이라는 단계가 있다. 최종 단계인데 납작 복숭아에 대해 지역 적응 중이고 2년 이내 품종화할 계획"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디지털 육종 기술은 우리나라 복숭아 품종 개발 체계를 효과적으로 바꾸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며 "복숭아 핵심 집단의 다양한 형질과 연관된 분자 표지 활용이 확대되면 개성 강한 품종이 늘어 시장 활성화는 물론, 생산자와 소비자의 선택 폭이 한층 넓어질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세종=이규하 기자 judi@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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