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규하 기자] 사실상 상호관세 부과 유예가 '3주' 연장됐지만 상호 호혜적 협상결과가 도출되기 전까지 불확실성은 여전한 상황입니다. 양국 간 호혜적 결과를 도출할 수 있을지가 최대 관건이나 국익을 최우선으로 해야 하는 만큼, 짧은 시간에 셈법만 복잡해지는 양상입니다. 더욱이 실효적 규율을 하지 못하는 세계무역기구(WTO)·자유무역협정(FTA) 국제통상규칙과 일방주의적 공급망 규제에 대응할 수 있는 국내 법제·정책의 대외적 '내구성 강화'가 필요하다는 조언도 나옵니다.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7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상무부에서 하워드 러트닉(Howard Lutnick) 미국 상무부 장관과의 면담을 통해 자동차·철강 등 품목관세에 대한 우호적 대우를 요청했다. (사진=산업통상자원부)
우호적 대우 요청…랜딩존 시점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미국의 상호관세 서한 발표 직후인 7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에서 하워드 러트닉(Howard Lutnick) 상무부 장관을 만나 "자동차, 철강 등 품목별 제232조 관세 철폐 또는 완화가 매우 중요하다"며 "최종 합의에는 품목관세가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고 우리 측 입장을 재차 밝혔습니다.
앞서 여 본부장은 지난 5일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만난 자리에서도 자동차, 철강 등 품목관세 철폐 요구, 한·미 간 상호 보완적 협력을 제시한 바 있습니다.
현재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 상대국들에 대한 상호관세 부과 유예 시한을 기존 7월9일에서 8월1일까지 연장하면서 사실상 시간을 벌었다는 판단입니다. 하지만 자동차, 철강 등 품목관세 철폐 요구 등에 대한 미국 측의 화답은 불확실성이 큰 상황입니다.
업계에서는 자동차, 철강 등 품목관세 철폐 요구와 제조업 협력 비전 제시에도 이렇다 할 화답이 없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습니다. 정부가 국익 최우선 원칙을 밝힌 만큼, 양국 간 호혜적 결과로 도출할 수 있을지가 최대 관건이 되고 있는 겁니다.
여 본부장은 "8월1일까지 새로운 유예기간으로 3주 정도 시간을 확보했으나 여유 있는 시간은 아니므로 본격적인 협상 가속화로 랜딩존(landing zone)을 찾아야 할 시점"이라며 "한·미 제조업 협력방안을 구체화해 나가면서 양국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결과 도출을 위해 전력을 다할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8일 서울 중구 을지로1가사거리에서 직장인들이 신호를 기다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문제는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입니다. 산업부 측은 "새 정부 출범 이후 짧은 시간 동안 국익 최우선 원칙을 갖고 치열하게 협상에 임했으나 현실적으로 모든 이슈들에 대해 합의 도출까지 시간이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라고 밝혔습니다.
특히 이재명정부는 조속한 협의의 중요성을 피력하면서도 '국익 관철'을 강조하는 등 상호주의 입장의 통상협상을 구사 중입니다. 한국의 첨단산업·제조업 역량, 양국 간 긴밀히 연계된 산업공급망 등 한국이 미국의 제조업 재건을 위한 최적의 상대라는 점을 피력하고 있습니다.
예컨대 한국의 대미 자동차 수출 의존도는 46.7%에 달하는 규모입니다. 이중 완성차, 부품 수출 비중은 각각 49.1%, 36.5%로 높습니다. 반면, 미국 제조업들도 한국산 중간재·자본재의 대미 수출 확대로 인해 의존도가 증가했습니다. 철강·자동차·전자 등에서의 한국산 의존도가 매우 높아 상호관세 부과의 부작용이 되레 미국 기업에도 타격이 될 수 있는 구조입니다.
최근 산업연구원의 한국 대미 수출의 구조적 분석을 보면, 지난 2020년 28.3%에 머물던 현지 매입 비중은 2023년 32.1%로 뛰었습니다. 즉, 미국 진출 한국 기업들이 생산에 필요한 중간재를 현지 조달하는 비중이 높아졌다는 의미입니다. 한국 기업들의 대미 직접투자 확대는 미국 산업과의 연계가 더욱 강화되는 구조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여 본부장은 "양국 간 제조업 협력은 무역의 확대균형을 달성할 수 있는 효과적 수단이자 상호 윈윈을 통해 호혜적으로 미국 관세 조치를 상쇄할 수 있는 합리적 방안"이라고 강조했습니다.
8일 경기 평택시 포승읍 평택항에 컨테이너가 쌓여있다. (사진=뉴시스)
"WTO·FTA 규율 못해…공급망 제도 설계해야"
윤종오 진보당 원내대표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협상하는 과정에 일방적으로 관세율을 통보한 것은 한·미 FTA 협정을 파기한 것"이라며 "트럼프 측이 시한을 정해두고 관세협상을 압박하는 것은 미국 스스로 더 급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미국은 철강·자동차·전자 등에서 한국산 의존도가 매우 높으며 이러한 상호관세 부과는 오히려 미국 기업에게도 직접적인 타격이 될 것"이라며 "8월 이후 관세협상 결과에 따라 집권 2년차 중간평가 시점의 결과를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미국이 상호관세 25%를 부과한다며 한국도 미국산 제품에 상호관세 10%와 플러스알파를 부과할 수 있는 절차를 준비해야 한다"며 "플러스알파 상호관세는 우리가 매기는 것이니 일본과 유럽연합(EU) 등의 협상결과를 보고 해도 늦지 않다"며 상호주의 입장 고수를 피력했습니다.
이천기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무역통상안보실 신통상전략팀장은 "글로벌 공급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국내 정책의 설계·발신자 입장에서 새로운 유형의 산업지원정책을 포함한 다양한 신통상 이슈를 두고 우리 국내 법제·정책의 대외적 '내구성'을 강화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습니다.
이어 "현행 WTO·FTA 국제통상규칙이 일방주의적인 공급망 규제를 실효적으로 규율하지 못함에 따라 영향권에 속한 대상 기업들은 통상협정에서 기존 약속된 정당한 시장접근 기대에도 불구하고 새롭게 등장하는 공급망 규제로 인한 추가 준수 비용을 부담하는 실정"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 팀장은 "중장기적으로는 새롭게 등장하는 비교역적 가치를 포괄하는 방향으로 WTO·FTA 국제통상규칙이 개선돼야 하나 단기적으로는 현행 국제통상규칙이 허용하는 정책재량을 전략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면밀한 공급망 정책·제도 설계가 중요하다"면서도 "현지부품사용 요건(LCR)에 기초하는 미국 IRA와 유사한 법·제도 도입에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세종=이규하 기자 judi@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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