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 앞 불안한 '물가'…하반기 불확실성 '증대'
농축산물에 이어 가공식품 할인에 고삐
수입 원재료 할당관세·원료구매자금 지원
소비자 체감, 단기적에 불과할 듯
유가·환율 안정세…관세발 변동성 경계
"먹거리 물가만 봐선 안돼…전체 틀 짜야"
2025-07-07 17:44:59 2025-07-07 17:44:59
[뉴스토마토 이규하 기자] 이재명정부가 첫 추가경정예산(추경) 투입을 앞두고 식품 물가안정에 총력전을 펼칠 방침이나 인플레이션 자극 요인은 복병처럼 도사리고 있습니다. 폭염 등 여름 기상 여건, 국제 유가 변동성 외에도 미국발 관세 불안 이슈가 가중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7일 서울 시내 대형마트에서 소비자가 라면을 고르고 있다. (사진=뉴시스)
 
농축산물에 이어 가공식품 '최소화'
 
농림축산식품부는 식품·유통업계와 가공식품 물가안정 간담회를 열고 주요 가공식품에 대한 대규모 할인 행사를 추진한다고 7일 밝혔습니다. 지난주 여름철 장바구니 물가 부담 완화를 위한 농축산물 40% 할인지원, 20% 내외의 축산물 할인행사를 밝힌 데 이어 가공식품 물가안정 추진안을 내민 겁니다. 앞서 이재명 정부 첫 고위당정협의회에서도 '가공식품 가격 인상률 최소화'를 밝힌 바 있습니다.
 
6월 가공식품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월보다 0.3% 오른 상황입니다. 하지만 전년 동월과 비교해서는 4.6% 급증한 추세로 평균 두 배를 웃돌고 있습니다. 품목별로 보면 초콜릿(20.4%), 김치(14.2%), 커피(12.4%) 등이 높은 상승률을 보이고 있습니다.
 
다만, 식품업계 부담으로 작용한 팜유, 설탕 등 일부 원재료 가격(환율)이 안정세로 돌아서면서 원가부담은 일부 완화될 것이라는 판단입니다.
 
예컨대 팜유의 경우 2023년 1월 934달러(톤당)에서 지난해 11월 1128달러로 급등한 후 올해 1월 972달러 선을 기록한 바 있습니다. 6월에는 883달러로 하락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에 반해 코코아·커피 등의 국제 가격은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코코아의 국제 가격을 보면, 2023년 3308달러(톤당)에서 지난해 7965달러로 급등한 후 올 6월에는 9613달러를 기록했습니다. 커피(로부스타)의 경우는 2023년 2490달러에서 올 6월 4190달러로 뛰었습니다.
 
현재 정부가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방안은 농축산물 생육관리, 최대 50% 할인지원, 수입 원재료 할당관세 확대, 식품 원료구매자금 지원 확대 등으로 축약됩니다.
 
구체적으로는 커피 등 21개 품목 수입 원재료에 대해 할당관세를 적용하고 있습니다. 특히 올해 연말까지 커피·코코아 수입 부가가치세 면세와 식품업계에 원료구매자금 등 지원도 늘린 상태입니다. 
 
식품업체들의 원료 구매자금은 본예산 1056억원에서 200억원을 증액했습니다. 문제는 소비자 체감입니다. 이에 따라 정부와 식품기업, 유통업체는 라면, 빵 등 소비자물가 체감도가 높고 원재료 가격 부담이 다소 완화된 제품과 아이스크림, 주스, 삼계탕 등 여름 휴가철에 소비가 많은 제품을 중심으로 할인행사를 진행할 예정입니다.
 
최근 물가상승률이 높았던 김치와 식빵·호떡·샌드위치·음료 등도 줄줄이 할인행사에 돌입합니다.
 
유미선 농식품부 푸드테크정책과장은 "8월 이후에도 가공식품 물가관련 상황을 모니터링하면서 업계와 협의를 지속할 계획"이라며 "이번 간담회에서 기업들은 수출 등 해외진출, 식품 원료수급 등에 애로 및 건의사항을 설명했으며, 과제개선을 위해 향후 정부와 지속적으로 소통해 나가기로 했다"고 말했습니다.
 
지난 2일 서울 소재 전통시장 내 지역화폐 결제 가능 문구가 붙어있다. (사진=뉴시스)
 
소비쿠폰까지 단기적 체감…관세발 '복병'
 
더욱이 민생 추경의 핵심인 최소 15만원에서 최대 55만원의 '민생회복 소비쿠폰'이 발급될 경우 실효적 혜택이 더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그럼에도 이번 농축산물과 가공식품 대책만으로는 체감 물가 안정엔 한계가 따를 것으로 보입니다.
 
주요 원·부자재 가격, 인건비, 에너지비용 상승 등이 식품기업의 원가부담을 가중시킨다는 분석입니다. 최근 유엔 식량농업기구(FAO)가 발표한 지난달 세계 식량 가격지수를 보면, 128.0으로 전월보다 0.5% 올랐습니다. 이는 지난 5월 하락한 후 다시 상승한 겁니다.
 
호주산 소고기 등 육류 가격지수는 126.0으로 2.1% 상승했으며 버터 등 유제품 가격지수는 0.5% 상승한 154.4를 기록했습니다. 물가 상승 폭에 영향을 주는 유가와 환율 변동성도 복병으로 작용하는 요인입니다.
 
현재 안정세를 보이고 있지만 미국 관세정책과 지정학적 리스크 등 국제 정세의 불확실성이 높아 등락의 변동성이 잦기 때문입니다. 지난달 2.2%의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유가 일시급등·농축수산물 기저효과가 반영된 결과입니다.
 
한국은행 측은 향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 부근에서 등락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관건은 여름철 기상 여건 뿐만아니라 미 관세정책 등 불확실성입니다.
 
한 경제부처 출신 OB(올드보이)는 "지속적으로 변동 폭이 높은 추세를 이어가고 있다. 그만큼 먹거리 등 생활 물가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는데 농식품부 지원책은 단기적 해소에 불과하다"며 "먹거리 물가를 낮추는 게 아닌 오르는 걸 부여잡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다만, 추경으로 물가가 오른다는 일부 시선은 맞지 않다고 본다. 물가가 오르려면 오히려 금리 인하 여부에 따라 움직일 가능성이 있다. 소비쿠폰이 물가부담을 더는 데 단기적인 시너지를 낼 것으로 판단한다"며 "그러나 단기적일 뿐이고 체감은 주거비, 인건비, 에너지비용 등 복합적이기 때문에 식품물가만 보기보단 연동 품목 등 전체 물가에서 전략을 짜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습니다.
 
 
7일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1362.3원)보다 5.5원 오른 1367.8원에 주간 거래를 마감했다. (사진=뉴시스)
 
세종=이규하 기자 judi@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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