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성은·이선재 기자] 여야가 'AI(인공지능) 패권'을 차지하고자 고군분투하고 있습니다. 기업 방문, 토론회 개최를 넘어 재원 투입으로 경쟁 불씨가 옮겨붙은 모습입니다. 국민의힘은 AI 관련 예산 확대를, 민주당은 대규모 펀드 조성을 공언했습니다. 세수 결손과 연기금 재정 건전성 악화 문제는 제쳐두고 너도나도 공수표를 남발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AI 쏘아올린 이재명, '50조원 국민펀드' 제시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AI강국위원회 주관 첫 토론회 'AI 시대, 대한민국 새로운 길을 찾다'에 참석했습니다.
AI강국위원장인 이 대표는 "원래 당대표가 위원회 위원장을 맡는 일이 잘 없는데 AI강국위원회는 매우 중요하고 당으로서도 주력해야 될 부분이어서 제가 위원장을 맡게 됐다"면서 "이제 인공지능을 중심으로 한 그야말로 기술의 시대, 과학의 시대가 새롭게 열리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이 대표는 '무상 AI', 'K-엔비디아 지분 30% 국민 공유' 발언을 통해 대표 첨단산업인 AI를 정치권 중심 화두로 끌어 왔습니다. 지난 2일 민주연구원 집단지성센터에 올라온 대담 영상에서 이 대표는 "모든 국민이 무료로 생성형 인공지능을 쓸 수 있는 기회를 만들고 싶다"면서 "(한국에) 엔비디아 같은 회사가 하나 생겼다면 70%는 민간이 가지고 30%는 국민 모두가 나누면 굳이 세금에 의존하지 않아도 되는 사회가 오지 않을까"라며 생각을 드러냈습니다.
이는 국내 첨단전략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대규모 국민펀드 조성 공약으로 이어졌습니다.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지난 6일 당 정책조정회의에서 "국민·기업·정부·연기금 등 모든 경제 주체를 대상으로 국민참여형 펀드를 최소 50조원 규모로 조성하고, 이를 국내 첨단전략산업 기업이 발행하는 주식이나 채권 등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도록 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일반 국민과 기업이 투자하는 금액은 소득공제나 비과세 등 과감한 세제 혜택을 제공하겠다"며 "정부, 정책금융, 연기금 등이 펀드에 투자할 경우 중순위나 후순위로 출자해 투자 리스크를 일정 부분 부담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습니다.
미래 성장동력 핵심으로 떠오른 AI 산업을 건드려 당의 정책 능력을 부각하고 실용주의 공약으로 '중도층 외연 확장'을 시도하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주도권 뺏길라" AI 쫓는 여권…결국 추경·펀드
여권은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부터 500조원 규모의 펀드 조성까지 언급하며 민주당의 AI 정책 공세에 맞서고 있습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난 6일 서울 강서구에서 열린 'AI G3 도약을 위한 현장 간담회' 후 기자들과 만나 "국민 세금으로 조성하는 펀드라면 대상 기업의 성공 가능성이 높아야 하는데, 만약 실패할 경우 누가 책임질 것인지 불분명하다"며 민주당의 국부·국민펀드 공약을 때렸습니다.
김상훈 국민의힘 정책위의장도 "정부 정책에 무임승차하려는 숟가락 얹기식 접근"이라며 비판을 이어갔습니다. 지난 4일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산업은행을 통한 50조원 규모의 첨단전략산업기금 신설을 발표한 바 있습니다.
전날 김 의장은 "현재 AI 관련 본예산이 1조8000억원인데, 추경에서는 이보다 더 큰 규모의 예산을 편성할 것"이라며 'AI 추경'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습니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이 대표를 견제하며 대응에 나섰습니다. 이 대표의 한국판 엔비디아 발언을 두고 '사회주의식 발상'이라고 꼬집었던 오 시장은 정작 민주당보다 10배 많은 500조원 규모의 펀드 조성안을 내놨습니다. 그는 "500조원 규모의 '다시 성장(KOGA) 펀드'를 조성해 AI, 반도체, 양자, 바이오, 핵융합발전, 우주산업 등 미래 전략산업에 과감한 투자를 해야 한다"고 언급했습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지난 6일 서울 강서구 LG AI 연구원에서 열린 'AI G3 도약을 위한 현장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세수 결손·연기금 재정 악화'는 눈 감은 여야
여야가 주장하는 AI 산업 발전 방안은 결국 '투자'로 귀결됩니다. AI 기술 개발과 발전에 대규모 자금이 필요한 만큼 정부가 나서서 자금 조달을 돕겠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정부 살림살이가 넉넉하지 않습니다. 지난 2년간 87조원에 달하는 세수 결손이 발생했죠. 여야 모두 감세 정책을 펼치고 있어 향후 세수 감소 요인은 늘어날 가능성이 큽니다. 최근 여야가 공감대를 형성한 추경 역시 세수 펑크를 초래하는 데다 국채 발행으로 재원을 조달할 수밖에 없는데요. 이는 우리 경제 악순환으로 이어지게 됩니다.
연기금의 경우 저출생과 고령화로 수입은 줄고 지출은 늘어나는 현실에 맞닥뜨렸습니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난달 발간한 '국내 연기금 자산배분 체계 진단 및 개선 방향' 보고서에서 "공적 연기금을 대표하는 국민연금기금의 적립금 규모는 2040년 최대적립 시점을 지나 급격히 감소, 2055년 고갈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내다봤습니다.
조기 대선을 염두에 둔 정치권은 설익은 AI 정책을 끊임없이 던지고 있습니다. 정치권 내에서도 이를 우려하는 시각입니다.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은 "첨단산업은 성공하면 고수익이 발생하지만 실패의 고위험이 항상 있다"며 "배당 수익과 세제 혜택을 아무리 줘도 리스크 대비 기대수익이 높지 않으면 투자할 국민은 없고, 국민의 재산인 연기금도 마찬가지로 고위험은 피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김성은 기자 kse5865@etomato.com
이선재 기자 seonjaelee96@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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