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변화하는 서비스 산업을 강화하려면
2025-03-10 06:00:00 2025-03-10 06:00:00
서비스 산업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재론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서비스의 의미에 대해서는 고민해 볼 문제가 있다. 서비스는 용역이다. 산업화 사회에서는 사람에 의해 제공되는 영역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기계화에 의해 농업과 공업에서 노동력이 대체되는 사회가 도래했던 지난 세기, 서비스 선업은 새로운 고용의 중요한 수요처로 대두되었다. 또 산업화 사회에서 초래된 대량생산 시스템은 필연적으로 표준화를 전제하게 된다. 표준화된 상품은 시장에서 차별화되기 어렵기 때문에 가격경쟁에 노출되게 된다. 가격경쟁을 회피하기 위해서는 그 상품 고유의 차별적 소구점을 만들어야 하는데, 이것은 결국 인적 요소에 의존하게 되었다. 즉 서비스가 차별적 소구점의 핵심이었다.
 
마케팅에서 이해하는 상품은 세 개의 층위로 구성된다. 가장 심층부에는 그 상품이 소비자가 필요로 하게 되는 핵심 혜택이 자리잡고, 그 위에 약속된 혜택을 제공하기 위한 물리적 형상이 주어진다. 이것이 우리가 물리적으로 인식하는 상품이다. 그러나 상품이 제대로 역할하기 위해서는 추가적으로 상품을 제공하기 위해 확장되어야 하는 영역이 외부로 확장되게 된다. 예를 들어 우리가 자동차를 구매한다고 할 때, 이동이라는 핵심혜택에 대해 이동수단인 자동차가 주어지지만, 제대로 작동되기 위해서는 탁송, 사용방법 전달, 요즘 같아서는 내비게이션과 스마트크루즈, 운전보조시스템, 애프터서비스 망과 같은 확장 상품이 함께 작동되어야 한다. 여기에서 핵심혜택의 전달과 확장 상품이 서비스의 영역이다. 이것을 통해 우리는 자동차라는 상품이 차별화된 개별 브랜드로 인식하게 되는 것이다. 즉, 최종적인 차별적 상품은 서비스를 통해 진정한 가치가 인식되는 ‘진실의 순간(MOT.: Moment of Truth)를 구성하게 된다.
 
그런데 최근의 서비스 발전과정은 인간과 서비스의 제공과정이 분리되는 방향으로 발전해 왔다. 기존 서비스학 분석에서는 물리적 기반에 대한 투자가 상대적으로 작은 상태에서 서비스는 사람, 즉 노동력을 투자해 공급능력을 키워야 하는데 결국 공급능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한계비용이 큰 폭으로 늘어나야 한다고 하는 것을 전제로 한다. 그런데 최근 우리가 주목하고 있는 서비스 산업의 발전양상을 보면 이러한 전제가 이상하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통신 서비스, 검색엔진, 온라인 쇼핑과 같은 IT 서비스, OTT 서비스, 인공지능 서비스나 자동차 산업의 내비게이션, 운전보조 시스템 등을 살펴보면 새로운 수요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추가 노동력이, 즉 사람이 더 투자되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즉 초기 투자가 크고, 추가되는 노동력, 인력의 투자는 상대적으로 작은 것이다. 오히려 요즘 급속하게 확산되고 있는 소매점의 자가계산시스템이나 음식점의 테이블 오더와 같은 키오스크 서비스를 보면 소비자의 ‘그림자 노동(shadow labor)’이 투자되기는 하지만 서비스 제공자 측의 노동력 투자를 대체하는 방향으로 발전해 나가고 있다.
 
물론 어떠한 서비스도 물리적 기반 없이는 제대로 구현될 수 없다. 예를 들어 극장 서비스는 극장이 없이는 제공될 수 없다. 따라서 소위 서비스 자동화의 추세 위에서 우리는 물리적 기반 자체가 서비스를 구성하는 것으로 착시를 일으키는 경향이 생기게 된다. 그러나 서비스가 제공되지 않는 건물 자체로서의 극장을 생각해 보면 다른 용도로 전용하기 힘든 텅빈 공간만 남게 된다. 결국 물리적 기반은 그 안에서 제공되는 서비스의 지속적 공급 없이는 회수불가능한 투자만 남기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가 극장 서비스을 세계화하려면 극장이라는 건물이 아닌 극장 안에서 제공되는 서비스의 끊임없는 흐름을 만들어 내는 것이 핵심이다. 이러한 예를 백화점 서비스에 적용한다면, 백화점의 해외 진출은 백화점이라는 건물의 해외 진출이 아닌 백화점 서비스의 해외 진출이 관건이 되는 것이다. 크고 멋진 백화점 건축은 서비스 진출의 충분조건은 될 수 있지만, 서비스가 수요되는 지역과 문화에 사회적으로 착종되지 못한다면 각종 현지 규제에 노출된 인질에 불과하게 된다.
 
이렇게 변화하고 있는 서비스 산업에 대해 생각해 보면 서비스 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물리적 기반에 집착해 접근한다면, 기업의 입장에서는 커다란 투자상의 위험요인에 불과하게 될 것이다. 새롬게 고려되어야 하는 점은 해당 서비스의 제공조건에 따라 필요로 하는 요건은 무엇인지, 그 서비스가 가지고 있는 이질성은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이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가 강점을 가지고 있는 데이터센터 서비스에 대해 생각해 보자. 에너지 소비가 많은 시설이기는 하지만, 다양한 인터넷 서비스를 빠르게 전달하고 오류없이 처리하도록 하는데 핵심적인 서비스이다. 그런데 데이터센터에는 서비스 산업에서 기존에 전제하고 있던 사람들의 접촉도, 많은 사람들의 인파도, 심지어 제공하는 사람도 없다. 오로지 운영하는 소수의 사람이 비대면 서비스를 통해 서비스가 원활히 흐르도록 하는 관리가 있을 뿐이다. 그런데 최근 보도에 따르면 서비스 시설이므로, 일정 규모 시설 앞에 예술작품을 설치할 의무가 있고(그런데 볼 사람이 없다), 일정 규모의 주차장을 설치할 의무가 있다고 한다(그런데 방문할 사람이 없다). 결국 서비스 산업의 이질성을 고려한 서비스의 확장에 대한 고려가 없는 것이다. 서비스 산업 경쟁력 강화의 길은 결국 서비스 산업 진화에 맞는 조정과정들이 적절히 제공되는 것이다. 그런 점이 없이 기존의 정의에 맞추어 서비스 산업을 재단한다면 그것은 관료적 도덕적 해이이다. 서비스 산업의 중요성에 대해 역설하면서도 발전방향에 대한 제약조건에 대한 합의에 대해서는 소홀하다면 정치적 직무태만이기도 하다.
 
이동일 세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한국유통학회 명예회장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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