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트리온 명과암)①신사업 도전장 낸 셀트리온…수익성은 뒷걸음질
'3조 클럽' 입성했지만, 영업익·순이익 '마이너스'
비용 효율화, 신제품 미국·유럽 시장 약진 관건
2025-03-07 10:18:27 2025-03-07 15:12:41
 
[뉴스토마토 이혜현 기자] 통합 셀트리온이 출범한 이후 첫 실적 성적표는 역대급 외형 성장을 이뤘지만, 수익성은 오히려 뒷걸음질 쳐 내실 경영에는 실패했습니다.
 
7일 공시에 따르면 셀트리온의 지난해 매출액은 전년 동기보다 63.4% 증가한 3조5573억원을 기록하며, 창사 이래 최대치를 달성했습니다. 반면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전년보다 각각 24.4%, 14.2% 감소한 4920억원, 4189억원을 거둬 역성장했죠. 역대급 외형 성장에도 매출원가와 판관비 상승으로 인한 수익성 개선이 과제로 남았습니다. 합병 직후인 2023년 4분기 기준 63%에 육박했던 매출원가율은 지난해 45% 수준까지 감소했지만, 계속되는 원가율 상승과 비용 부담을 상쇄하지는 못했습니다. 여기에 지난해 4분기 3공장의 상업 생산 개시에 따른 초기 운영 비용이 발생한 것도 일시적인 원가율 상승에 일조했습니다.
 
지난해 분기별 셀트리온의 매출원가를 살펴보면 1분기에는 전년 동기 대비 29% 상승했습니다. 2분기와 3분기는 각각 104.5%, 38.6% 올랐습니다. 4분기 매출원가는 전년 동기 2410억원에서 5200억원으로 115.7% 증가했습니다. 같은 시기 판관비도 오름세를 이어갔습니다. 1분기는 전년 동기보다 256.2% 상승했고, 2분기에는 932억원에서 2953억원으로 216.9% 올랐습니다. 3분기와 4분기도 1027억원에서 2557억원(148.9%↑), 1230억원에서 3470억원(182.1%↑)으로 각각 올랐습니다. 최근 2년 연속 20% 후반대를 기록했던 영업이익률은 지난해에는 13.8%에 그쳤습니다.  
 
(그래픽= 뉴스토마토)
 
국내 1호 블록버스터 '램시마' 미국 시장에선 고전
 
기대를 모았던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짐펜트라(램시마SC 미국제품명)가 미국 시장에서 매출 부진을 겪었던 것도 수익성 악화에 일조했습니다. 당초 셀트리온은 미국 시장에서 짐펜트라의 목표 매출액을 2500억원으로 잡았지만, 실제 매출액은 목표치의 15%에도 미치지 못하는 360억원에 그쳤죠. 셀트리온은 자사 의약품을 현지법인 셀트리온USA를 통해 직접 판매하는 구조인데요. 셀트리온USA는 셀트리온이 지분 100%를 보유한 자회사입니다. 유통망을 확보하고 있는 현지 기업을 거쳐 판매하면 수수료 등 각종 비용 부담이 있지만 계열사를 통한 직접 판매는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죠. 문제는 셀트리온USA의 재무구조입니다. 지난해 6월 말 기준 셀트리온USA의 부채는 2453억원으로 자본잠식 상태이고, 같은 기간 매출액은 350억원, 순손실은 330억원에 달했습니다.
 
짐펜트라는 미국 시장에서는 부진했지만, 글로벌 매출액은 1조2680억원에 달해 국내 단일 의약품 중에는 최초로 블록버스터에 등극했습니다. 블록버스터 의약품은 글로벌 연 매출액이 1조원을 넘길 때 붙는 수식어입니다. 매출원가와 판관비 상승세로 수익성 개선이 시장의 기대치에 못 미치자 일부 증권사에서는 목표주가를 하향 조정했습니다. 다만 올해는 국내 1호 블록버스터에 등극한 램시마(미국명 짐펜트라)의 글로벌 성장세에 힘입어 수익성이 개선될 것이란 전망에 무게를 뒀습니다.
 
김민정 DS투자증권 연구원은 셀트리온 목표주가를 기존 26만원에서 24만원으로 낮췄습니다. 다만 올해 후속 바이오시밀러과 짐펜트라의 성장 가능성은 긍정적으로 평가했죠. 김 연구원은 "셀트리온이 2024년 4분기 시장 추정치를 밑도는 영업이익을 냈다"며 "미국에서 짐펜트라 매출 성장 속도 및 매출원가 하락 속도가 예상보다 더딤에 따라 올해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을 하향 조정한다"고 분석했습니다.
 
이선경 SK증권 연구원은 "작년 12월 3공장 상업 생산을 개시한 데 따른 초기 운영비 증가, 규제 기관의 공장 감사에 따른 일회성 비용 발생, 신제품 매출 확대를 위한 해외 판관비 증가, 해외 인력 채용에 따른 인건비 증가 등으로 아쉬운 실적을 기록했다"고 평가하며 셀트리온 목표 주가를 기존 25만원에서 23만원으로 하향 조정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적자 늪'에 빠진 계열사, 실적개선 시급
 
계열사들의 부진도 셀트리온의 수익 악화 원인으로 지목됩니다. 대표적으로 셀트리온스킨큐어는 적자로 인한 부실 경영과 내부거래가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셀트리온스킨큐어는 2016년 한스킨을 흡수합병하고 셀트리온스킨큐어로 사명을 변경한 이후 본격적인 매출이 발생했지만 영업손실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적자경영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지난해 3분기 누적 영업손실과 순손실은 각각 80억원, 142억원에 달했습니다. 셀트리온스킨큐어의 최대 주주는 69.12%의 지분을 보유한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이고, 장남인 서진석 셀트리온 대표이사가 기타비상무이사와 이사회 의장직을 맡고 있죠.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셀트리온이 셀트리온스킨큐어를 포함한 계열사에 유리한 조건으로 거래해 부당한 이익을 몰아줘 시정명령과 과징금 4억3500만원을 부과했습니다. 당국은 서정진 회장의 지분율이 압도적으로 높은 계열사에 합리적인 사유 없이 부당 이익을 귀속해 사익을 편취한 행위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위반이라고 판단한 것입니다. 
 
셀트리온 측은 "바이오시밀러 사업을 시작했던 사업 초기 당시에 처리된 창고 보관료, 상표권 사용료에 관한 것이며, 당시에는 합리적으로 조치됐다고 판단한 사안들이 현재 기준으로는 절차상 미흡했던 것으로 결론 지어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해당 사항들은 공정위 조사가 있기 전에 이미 개선 완료된 상황으로, 공정위도 이 점을 고려해 처분을 결정한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부연했습니다. 
 
셀트리온 송도 본사 전경(사진=셀트리온)
 
이혜현 기자 hyu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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