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종용 선임기자] 농협중앙회가 단위농협(지역농협)이 시중은행인 것처럼 소비자가 오인하도록 간판 표기를 해오다가 금융당국으로부터 지적을 받았습니다. 지역농협과 농협은행은 각각 상호금융과 1금융권으로 당국의 규제 강도와 예금자보호법 적용 여부가 서로 다른데요. 단위농협이 은행인줄 알고 거래를 하는 상황이 빈번이 발생하고 있어 소비자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입니다.
"농협 간판서 뱅크 빼야"
3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단위농협의 '365자동코너(Auto Bank)'명칭을 변경해야 한다는 내용의 지적 사항을 농협중앙회에 전달했습니다. 농협중앙회 내규에서는 "조합의 브랜드 운용체계는 '농·축협'을 사용해야 하며, 간판 등 사인물에 'Bank(뱅크)' 및 '은행'의 표현을 사용하지 아니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상당수 단위조합은 현금인출기(ATM) 기기 안내 문구인 '365자동코너(Auto Bank)'를 단위조합 간판에 병기하고 있는데요. 당국은 농협은행과 조합의 차이를 잘 모르는 소비자의 경우 단위농협을 은행으로 오해할 소지가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금감원 관계자는 "1금융권 이외에는 '은행'이나 뱅크' 명칭을 사용해선 안 된다"며 "농협이 내규 상으로는 관련 규정을 만들어놓았지만 실제 적용에서는 단위농협이 은행인처럼 표기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소비자에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는 차원에서 개선이 필요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농협중앙회는 관련 시정 내용을 포함한 브랜드 관리준칙 개정안을 내달 중 시행할 예정입니다.
은행법 제14조에서는 '한국은행과 은행이 아닌 자는 그 상호 중에 은행이라는 문자를 사용하거나 그 업무를 표시할 때 은행업 또는 은행 업무라는 문자를 사용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은행·은행업 또는 은행업무와 같은 의미를 가지는 외국어 문자로도 사용할 수 없습니다.
실제 수십년간 농협을 주거래 은행으로 이용해왔는데 알고 보니 2금융이었다는 사례가 심심치 않게 발견됩니다. 이는 농협의 개념을 오인한 데서 비롯되는데요. '농협'이라는 명칭이 공통적으로 들어가지만 은행과 조합은 서로 다른 법인입니다.
단위농협의 경우 각 지역별로 농민들이 출자금(자본금)을 바탕으로 설립한 상법상 사단법인입니다. 단위농협의 인사권과 조합장 선출 권한 등은 해당 지역의 조합원이 갖습니다. 전국에 위치한 총 1200개의 지역 농협 중 20여곳이 서울에 있고 나머지는 지방에 위치해 있습니다.
농협중앙회 계열의 단위농협 상당수는 조합 간판과 함께 은행을 의미하는 'Bank(뱅크)' 문구를 병기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네이버 거리뷰 캡처)
조합-은행, 예금자보호법 적용도 달라
농협은행의 경우 중앙회 산하의 농협금융지주 계열사입니다. 중앙회가 농협금융의 100% 지분을 소유하고 있지만 독립된 법인입니다. 은행 지점의 경우 단위농협처럼 별도 법인이 아니라 은행 본점의 정책을 따라야 하는 부서 개념입니다. 지역농협과 은행은 각자의 거래 정보를 서로 교환하지 않을 뿐더러 예금과 적금, 대출 상품의 종류, 취급 기준, 업무 규정 등이 다릅니다.
지역농협과 농협은행은 소속된 금융권도 다릅니다. 농협은행은 KB·국민·신한·우리·하나 등 4대 은행과 마찬가지로 제1금융권에 속합니다. 지역농협은 상호금융으로 신협·새마을금고·상호저축은행 등과 함께 제2금융권에 포함됩니다.
예금 취급 기관이 파산할 경우 정부가 5000만원 한도 내에서 보장해주는 예금자보호법의 적용 여부도 다릅니다. 1금융권인 농협은행은 예금자보호법이 적용되는 반면 2금융권인 지역농협은 예금자 보호 대상이 아닙니다. 자체 기금인 '농협 상호금융예금자보호기금'에 따라 이자를 포함해 5000만원까지 보호받을 수 있습니다.
단위농협과 농협은행은 수익성과 건전성도 극과 극입니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위원회 소속 임호선 민주당 의원이 농협중앙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적자가 발생하는 단위농협은 매년 늘고 있습니다. 2021년 3곳에서 2022년 18곳, 2023년 19곳, 지난해 상반기 35곳으로 늘었습니다.
지역농협의 상황이 악화하면서 경영 실태 평가도 나빠졌습니다. 지난 2021년 경영 실태 평가 우수등급(1등급)을 받은 지역농협은 전체 70%에서 같은 기간 58.4%로 줄었습니다. 지역농협의 고정이하여신 비율은 2021년 1.3%에서 2023년 3.1%, 지난해 4.6%까지 높아졌습니다. 전체 대출 잔액에 대한 연체율도 0.8%에서 4.17%까지 올라갔습니다. 반면 지난해 말 기준 농협은행의 연체율과 고정이하여신비율은 각각 0.56%, 0.51% 수준입니다.
금융감독원은 농협중앙회에 잘못된 '은행' 명칭 사용과 관련된 지적 사항을 전달했다. 사진은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사진=뉴시스)
이종용 선임기자 yo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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