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트리온 명과암)②한시적 복귀라더니…서정진 제왕적 체제 굳히기
국내1호 블록버스터·역대 최고 매출 성과 앞세워 연임
소유와 경영 분리·70세 은퇴 번복, 오너 경영 급물살
2025-03-10 09:58:48 2025-03-10 14:00:44
 
[뉴스토마토 이혜현 기자]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의 경영 참여가 2년 더 이어질 전망입니다.
 
7일 공시에 따르면 다음달 25일 열리는 셀트리온 정기 주주총회에서 서정진 회장을 사내이사로 재선임하는 안건을 의결합니다. 서정진 회장은 2023년부터 셀트리온 회장직과 장남인 서진석 대표이사와 함께 이사회 의장직을 맡고 있습니다.
 
2021년 은퇴를 선언하며 물러났던 서정진 회장은 2년 만에 강력한 리더십 필요성을 앞세워 경영에 복귀했고,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 합병을 진두지휘했습니다. 당시 회사 측은 서정진 회장의 한시적인 경영 복귀를 우회적으로 시사했지만 2년의 임기를 채우고 연임을 시도하는 행보는 오너 경영 체제를 공고히 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됩니다. 서정진 회장도 2023년 3월 정기 주총에서 2년으로 제한된 임기를 언급하며 임기를 채우고 은퇴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바 있습니다. 그는 "나는 왕이 아니다. 내가 계속하면 그 자체가 오너 리스크"라며 "70세까지 경영 활동을 하는 건 문제가 있는 거다"라는 발언을 했죠.
 
셀트리온 이사회 임기는 사외이사 2년, 사내이사 3년입니다. 서정진 회장은 사내이사지만 임기는 사외이사와 마찬가지로 2년입니다. 서정진 회장의 재선임으로 장남인 서진석 대표의 경영 승계 이슈도 다시 등장할 전망입니다. 현재 오너 일가가 보유하고 있는 셀트리온 지분율은 3.81%로 미미하지만, 서정진 회장이 셀트리온의 최대 주주인 셀트리온홀딩스의 지분을 98.13% 보유하고 있어 지배구조 정점에 있습니다.
 
서정진 회장의 연임 체제에서는 지난해 8월 주주들의 반대로 좌절된 셀트리온제약과 합병을 다시 풀어가야 하는 과제와 미래 성장 동력으로 제시한 지주사 셀트리온홀딩스 상장도 차질 없이 진행해 리더십을 입증해야 하죠.
   
(그래픽=뉴스토마토)
 
매출 목표는 달성했지만, 3사 합병·M&A 지지부진
 
앞서 서정진 회장은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 셀트리온제약 3사 합병을 통해 수익성을 개선하고 이를 바탕을 2030년까지 매출 12조원을 달성해 글로벌 대형 제약사로 성장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한 바 있습니다. 또한 셀트리온홀딩스를 상장을 통해 확보한 자금을 바탕으로 100조원 이상 규모의 글로벌 헬스케어 펀드를 조성해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한다는 목표도 제시했죠.
 
서정진 회장의 지난 2년의 경영 활동에 대한 평가는 낙제점은 면했다는 평가입니다. 지난해 서정진 회장이 설정한 목표 매출액 3조5000억원을 달성한 것은 주요 경영 성과입니다. 서정진 회장이 복귀했던 2023년 매출액 2조1764억원보다 63.5% 높은 매출을 복귀하자마자 1년 안에 달성한 것이죠. 주력 품목인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램시마와 신규 바이오시밀러 제품인 유플라이마, 베그젤마 등의 활약으로 바이오의약품 사업에서만 3조1085억원의 매출을 거둔 목표 달성이 주효했습니다. 여기에 신규 제품들의 매출 비중은 1년 새 26.1%에서 38.4% 수준까지 증가해 매출의 한 축을 담당하며 신성장 동력으로 자리 잡았죠. 하지만 서정진 회장이 복귀하면서 핵심 목표로 제시한 셀트리온 3사 합병, 유망 기업 M&A 성과는 미완성으로 남았습니다.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이 2023년 기자간담회에서 셀트리온그룹 사업 현황 및 합병 후 계획, 비전을 발표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은퇴한다더니 2년 임기 연장 왜?
 
서정진 회장은 지난해 1월 JP모건 헬스케어 컨퍼런스에서 경영 은퇴 시점을 묻는 질문에 글로벌 빅파마로의 도약, 셀트리온홀딩스 상장 등 새로운 목표를 언급하며 자신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밝힌 만큼 앞으로 서정진 회장 중심의 경영 체제가 공고해질 전망입니다. 이는 서정진 회장이 복귀 당시 오너 경영 체제와 거리를 둔 것과는 사뭇 달라진 모습입니다.
 
이에 대해 회사 측은 "이번 주총에서 서정진 회장을 재선임하는 것은 최근 회사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고 글로벌 영업 현장에서 빠른 의사결정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판단이 작용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하며 최고 경영진으로 서정진 회장 역할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그의 연임을 바라보는 시각은 엇갈립니다. 일각에서는 창업주인 서정진 회장의 리더십이 바이오시밀러 개발사에서 신약 개발사로 전환하는 데 빛을 발할 것이라는 의견과, 당초 계획과 달리 무기한 연기된 셀트리온 3사 통합과 지주사 상장을 명분으로 오너 일가 경영 체제를 강화해 결국에는 승계 수순을 밟을 것이라는 전망으로 나뉩니다.
 
이창민 한양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서정진 회장이 2021년 경영 은퇴 당시 전문 경영인에게 회사를 맡기고 스타트업 기업인으로 새로운 도전을 하겠다는 뜻을 번복해 2년 만에 경영 복귀하면서 새로운 거버넌스를 밝히며 한시적 복귀라는 입장을 표명했음에도 이번 주총에서 임기를 2년 더 연장하는 것은 시장에 바람직한 모습은 아니다"라며 "소유와 경영 분리해 기업을 운영하겠다는 자신의 철학에 위배되는 행보는 기업에 대한 신뢰 하락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혜현 기자 hyu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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