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유진 기자] 보험사 인수합병(M&A)이 올해도 난항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피인수 보험사의 건전성 하락, 높은 매각가 요구, 노조 반발 등 다양한 이유로 인수합병이 지지부진한 모양새입니다. 일각에선 보험사 인수 장기전을 우려한 금융당국의 개입 가능성도 흘러나옵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MG손해보험 인수전은 사실상 공전 중입니다. 매각 5수 만에 우선협상 대상자로 메리츠화재가 선정됐지만 매각이 다시 불발될 위기에 처했는데요. 매각을 담당하는 예금보험공사와
메리츠화재(000060)가 두 차례 현장 실사를 추진했지만, MG손보 노조 측이 실사를 거부하고 있습니다.
MG손해보험.(사진=연합뉴스)
앞서 예보는 MG손보가 지난 2022년 4월 부실 금융기관으로 지정된 뒤 매각을 시도했지만, 참여자가 거의 없어 불발에 그친 바 있습니다. 이번에도 최종 인수 제안서를 제출한 회사는 메리츠화재와 사모펀드 뿐이었는데, 매각이 무산되면 인수를 희망하는 곳을 더는 찾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옵니다. 업계에선 최종 매각이 실패할 경우 MG손보의 청산 가능성마저 제기합니다.
우리금융지주(316140)의
동양생명(082640)·ABL생명 인수 추진도 암초를 만났습니다. 손태승 전 회장과 관련된 부당 대출 등으로 경영평가 등급이 강등되면 동양·ABL생명 인수가 어려울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금융당국의 경영실태 평가에서 2등급 이상을 받아야 자회사 신규 편입이 가능한데, 내부 통제 부실과 리스크 관리 실패 원인 등으로 3등급을 받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건전성 악화로 시장에서 매력이 사라진 보험사들의 인수합병도 적체입니다. 높은 가격이 매각을 가로막고 있다는 지적을 받아온
롯데손해보험(000400)은 자본 불안정성을 해소하지 못하며 매각 불확실성을 키우는 모습입니다.
롯데손보의 지급여력(K-ICS·킥스) 비율은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159.8%(경과 조치 적용 기준)인데요. 이는 당국 권고치 (150%)를 간신히 웃도는 상황입니다. 국내 31개 손보사 중 MG손해보험(43.4%)을 제외한 전체 손해보험사 중 가장 낮습니다. 그동안 시장 눈높이를 맞추지 못해 매각이 불발된 롯데손보는 상시매각 체제로 전환한 상태입니다.
KDB생명도 건전성 문제로 10년 넘게 매각에 실패, 결국 최대 주주인 KDB산업은행의 자회사 편입으로 선회했습니다. 앞서 강석훈 KDB산업은행 회장은 지난해 6월 취임 2주년 간담회에서 "KDB생명은 굉장히 아픈 손가락"이라며 "매각을 위해 최선을 다했으나 원매자가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언급한 바 있습니다.
보험업계에서는 보험 산업의 시너지와 소비자 보호 등을 감안할 때 금융당국이 보험사들의 인수합병 문제에 직간접적으로 개입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습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피인수 보험사들의 불확실성이 해소돼야 기존 보험 계약 소비자들의 우려도 제거되고, 회사가 건실해지기 때문에 당국에서도 이러한 상황을 종합적으로 감안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임유진 기자 limyang8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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